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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ISSUE/APRIL 2014

Epica, 성공적으로 표출된 밴드의 의도된 전환점.



석장으로 구성된 라이브 음반을 통해 자신들의 지나온 10년 활동을 정리한 네덜란드의 심포닉메틀 밴드 에피카가 새로운 음반을 발표했다. 새로운 음반은 밴드 스스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이미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확고한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글 송명하 | 사진제공 Evolution Music


밴드의 리더 마크 얀슨Mark Jansen은 “다른 어떤 이전의 음반들 보다 [The Quantum Enigma]는 그룹으로서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각각의 곡이 기본적으로 밴드 멤버 개개인이 만든 곡이라고 할지라도, 우린 함께 모여 확고한 팀으로 연주하고 작업했다.”며 “수많은 앰프와 스네어, 마이크를 통한 결과를 비교하며 이전 음반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에피카를 다음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이번 음반을 위해 밴드가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으로 지금까지의 음반에서 계속해서 프로듀스를 담당하며 에피카의 독특한 사운드를 구축하는데 또 한명의 멤버와도 같이 함께 했던 사샤 페쓰Sascha Paeth 대신에 새로운 프로듀서 주스트 반 덴 브뢰크Joost Van Den Broek를 기용했다. 주스트는 키보디스트이자 프로듀서로 이미 아르옌 루카센Arjen Lucassen의 에이리온Ayreon이나 스타 원Star One, 스트림 오브 패션Stream Of Passion 또 애프터 포에버After Forever와 리뱀프ReVamp, 산드리아Xandria 등과 함께 활동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사갸 패쓰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여성 보컬이 프론트로 나선 심포닉메탈 혹은 프로그레시브메탈 밴드에 얼마나 특화된 인물인지는 앞서 나열한 밴드의 이름들에서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밴드가 다른 방법을 모색함에 있어서 염두에 둔 점은 섬세한 사운드를 뽑아내, 현대적인 사운드에 접목하는 것이었다. 사실 에피카와 비슷한 출발선에 있던 밴드들인 위딘 템테이션Within Temptation이나, 씨어터 오브 트래저디Theatre Of Tragedy, 라쿠나 코일Lacuna Coil 등 많은 그룹들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지만, 초기의 사운드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밴드는 거의 없다. 밴드가 성공을 했건 그렇지 않건 상당한 변화를 거치며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 변화는 물론 현대적인 사운드,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팝적인 사운드와 상당부분 결합되었음을 말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서 에피카는 비교적 초기의 사운드를 그대로 간직한 밴드다. 드라마틱한 구성을 받쳐주는 장대한 오케스트레이션, 아름다운 여성 소프라노 보컬과 그에 대비되는 남성의 그로울링, 그리고 그 뿌리를 지탱해주는 팽팽한 메탈 사운드가 10년 동안 지속되어왔다는 얘기다. 그러한 에피카가 현대적인 사운드를 접목하는 것은 앞서 열거한 밴드가 했던 방법론과는 또 다른 방향이다. 자신들의 특장점은 그대로 살리며 보다 메탈릭한 사운드를 추구하겠다는, 어찌 보면 먼저 이야기했던 ‘섬세함’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의도를 기록하기 위해 또 한명의 스페셜리스트가 기용됐다. 볼비트Volbeat, 헤이트스피어Hatesphere, 아마란쓰Amaranthe의 믹싱을 담당했던 제이콥 한슨Jacob Hansen이 가세한 것이다. 마크 얀슨은 그에 대해 “제이콥은 심포닉한 사운드를 위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요소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밴드의 엄청난 사운드를 만들어 내 우릴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모든 디테일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완벽한 균형으로 믹스되었고 그것은 에피카의 사운드를 더욱 압도적이고 원시적으로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에피카가 추구하는 현대적인 사운드가 앞서 얘기한 밴드들처럼 ‘팝’과의 결합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음반을 들으면 더욱 확실해진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성스러운 코러스로 종교적 감흥을 극대화하는 ‘Originem’, 이러한 사운드들과 어우러지는 완벽한 멜로딕메탈 넘버 ‘The Second Stone’나 ‘Victims Of Contingency’는 적제적소에 사악한 남성 그로울링이 등장하며 선악의 기울어진 추를 맞추며, 날렵한 기타솔로나 무자비한 투베이스 드럼의 난타는 이들 음악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청자의 균형을 무너트리며 감동의 세계로 인도하는 ‘Unchain Utopia’의 압도적인 코러스와 아름다운 멜로디라인, 모든 밴드의 의도가 집약된 타이틀트랙 ‘The Quantum Enigma - Kingdom Of Heaven Part II’ 등, 이 정도면 마크 얀슨이 이야기했던 “에피카를 다음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는 확실하게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변화가 자신들의 ‘기본’을 굳건하게 지키며 이루어졌음은 더욱 반갑다. 밴드의 10년을 넘어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는 에피카의 의도된 전환점은 이렇게 성공적인 한 장의 결과물로 세상에 나왔다.


THE QUANTUM ENIGMA

2014 ● Evolution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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