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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브이 앤솔로지 (LP Miniature 4CD Box Set 300장 한정반) 발매


로보트 태권 V 앤솔로지가 LP에 이어 CD 박스세트로도 재발매된다. 오리지널 마스터 릴테이프 음원에서 복원된 로보트 태권 V 1,2,3탄과 로보트 태권 V와 황금날개의 대결로 이루어진 4장의 LP 미니어처 CD 세트로 구성된 이 박스세트는 300매 한정으로 판매되며, 파라노이드 송명하 편집장의 라이너노트를 포함한 인서트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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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재발매되는 국내 애니메이션 OST 제1탄, 그리고 그 시리즈” 

로보트 태권브이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 

19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개봉 당시 미리 발표된 곡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가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위 ‘떼창’을 극장에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리던 친구도 있었다. ‘로보트 태권 V’ 이전에 국내에 극장판 SF 애니메이션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박영일 감독의 ‘황금철인’(1968)이 있었고, 용유수 감독의 ‘번개아텀’(1971) 역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 어떤 애니메이션도 ‘로보트 태권 V’에 비길 바는 되지 못했다. 

1976년 7월 24일, 개봉과 동시에 전국 어린이들의 관심사는 온통 태권 브이에만 쏠리는 듯 보였다. 그들의 공책 앞장과 뒷장 빈 공간들은 서툴게 그린 그림들로 빽빽했고, 학예회에선 로보트 태권 V 주제가를 불렀다. 그리고 로보트 태권 V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즌에 맞춰 ‘우주작전’, ‘수중 특공대’로 그 시리즈를 이어갔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로보트 태권 V는 이전 국내 애니메이션과 달리 여러 관련 상품의 인기로 이어졌다. 김형배, 차성진 등이 그린 만화는 여러 시리즈로 파생되며 양산됐고, 만화방에서는 차례를 기다려야 볼 수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어린이들의 학용품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제치고 로보트 태권 V와 훈이, 깡통 로보트 그리고 매리로 장식됐다. 

1977년 12월 29일자 동아일보 ‘어린이들의 우상은 누구’라는 기사를 보면 초등학교 각 학교 남녀 어린이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우상 톱10은 차범근, 6백만불의 사나이, 김일, 김재박, 펠레, 장훈, 김만수, 고상돈, 서영춘 그리고 로보트 태권 V가 차지했다. 6백만불의 사나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사람이 아닌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가운데는 유일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듬해 1978년 11월 10일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초등학생들이 즐겨 쓰는 학용품에 그려진 캐릭터 가운데 원더우먼(31.8%)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 역시 로보트 태권 V(24.5%)였다. 이렇게 로보트 태권 V가 인기를 모으며 국내 애니메이션계는 활기를 찾았다. 

 ‘로보트 태권 V’의 극장 흥행 성공 이후 국내에서는 최초로 애니메이션 OST가 제작됐다. 씩씩한 주제가 ‘로보트 태권 브이’, 천방지축 개구진 ‘깡통로보트의 노래’ 그리고 애틋한 아름다움인 ‘매리의 노래’와 같은 삽입곡과 함께 영화 내용이 마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것과 같이 극 형식으로 실렸다. 사실 이런 음반은 애니메이션의 선진국 일본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국내에도 ‘소리 나는 동화책’과 같은 음반이 소개되긴 했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 한 편을 오롯이 한 장의 음반에 담은 건 ‘로보트 태권 V’가 처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태권 V 시리즈는 물론 다른 회사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들도 음반 제작이 필수 코스가 될 정도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최창권이 작곡한 주제가와 삽입곡은 애니메이션과 동일하게 음반에 수록됐지만, 드라마의 목소리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더빙한 성우들이 아니고 뮤지컬센터 미리네에서 담당했다. 주제가와 ‘깡통로보트의 노래’는 각각 최창권의 둘째와 막내아들 최호섭과 최귀섭이 맡았다. 최호섭이 성인이 된 후 ‘세월이 가면’이라는 히트곡을 낸 가수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로보트 태권 V 수중 특공대’가 개봉했던 1977년 여름방학 이후, 겨울방학을 통해 개봉된 ‘황금날개 1.2.3’은 김청기 감독의 또 다른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다시 1978년 여름방학에는 ‘로보트 태권 V와 황금날개의 대결’이 개봉했다. 지금으로 본다면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 혹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결’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굉장한 발상이었다. 타이탄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자폭한 황금날개 3호 청동거인과 그 조종간을 잡고 있던 뚝심이의 사망은 로보트 태권 V 첫 번째 시리즈에서 매리가 맞았던 죽음처럼 주요 캐릭터의 비극이라는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물론 두 영웅 캐릭터의 만남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극장에서 두 주제가가 함께 울려 퍼지는 걸 의미했다. “떨쳐라 그 이름 황금날개 1.2.3”으로 시작하는 ‘황금날개 1.2.3’의 주제가 역시도 ‘로보트 태권 V’ 주제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로보트 태권 V’ 시리즈 전편과 ‘로보트 태권 V와 황금날개의 대결’의 OST가 모두 재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로보트 태권 V’는 개봉관과 재개봉관을 돌며 세차례 극장에서 봤고, 명절을 맞아 특집방송에서 한번씩 ‘로보트 태권 V’가 등장할 때면 브라운관 앞을 떠나지 않았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 영화의 개봉을 위해 방학을 기다리던 나이도 지났고, 영화가 끝난 뒤 그 여운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OST 카세트와 음반을 사달라고 떼쓸 때 역시 지났다. 하지만 이 OST를 들으면 언제나 그 때가 떠오르고 양 손에 힘껏 주먹이 쥐어지는 걸 보면 역시 난 태권 V 세대가 틀림없나보다. 그 때처럼 영화를 보며 극장에 모인 또래의 친구들과 공감대를 이루며 소리 높여 주제가를 함께 부르진 못하겠지만, 혼자만의 음악실에서 음반을 걸어놓고 나지막이 흥얼거리는 그 마음도 그 때와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멋지다 신난다. 태권 브이 만만세. 무적의 우리친구. 태권 브이!”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자료제공 = 리듬온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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