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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헨드릭스, 새로운 록의 신화를 쓴 뮤지션의 자서전



원제|Starting at Zero : His Own Story

지은이|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옮긴이|최민우

분야|예술

판형|225×150mm

면수|280면

가격|17,000원

발행일|2016년 3월 5일



록과 블루스 시대의 위대한 뮤지션, 지미 헨드릭스

그의 진솔한 삶과 열정이 담긴 국내 최초 자서전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지미 헨드릭스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지미 헨드릭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책인 동시에 『에릭 클랩튼』 『스팅』에 이어 마음산책 뮤지션 시리즈의 세 번째 출간작이다. 스물일곱에 불명의 원인으로 요절한 록스타에 관한 온갖 스캔들을 해명하고자 지미 헨드릭스의 전기 영화 제작자인 피터 닐Peter Neal이 음반 프로듀서 앨런 더글러스Alan Douglas와 함께 그의 친필 기록과 육성만을 모아 재탄생시킨 결과물이기도 하다.

지미 헨드릭스는 단 세 장의 스튜디오 음반과 한 장의 라이브 음반으로 새로운 록의 시대를 개척한 뮤지션이다. ‘팝계의 야만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격한 무대 매너와 연주를 선보였으며, 누구보다 예민한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일렉트릭 기타의 가능성을 확장하기도 했다. 스톡홀름 공연에서 이로 기타를 연주하고,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미국 국가를 변주하는 등 놀랍고도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역사적인 뮤지션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삶과 음악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가사를 통해 놀라운 시적 차원을 달성해냈다. 현재까지도 그의 영향력은 록 뮤지션들 사이에서 공고한 신화로써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 나아갈 것이다.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는 유행을 좇으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직접 유행이 될 기회를 잡았으니까.

-124쪽



찬란한 성공과 혼란스러운 나날

삶의 궤적과 그늘이 드러나다


『지미 헨드릭스』는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일대기를 오롯이 담고 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어린 시절부터 고교 퇴학 후 입대한 공수부대원 시절,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를 따라 본격적으로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겪은 고통, 노엘 레딩Noel Redding과 미치 미첼Mitch Mitchell을 만나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The Jimi Hendrix Experience’를 결성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준다. 


선생님이 말했다. “헨드릭스 군, 3초 안에 물품보관소로 오도록 해.” 

물품보관소에서 선생님은 말했다. 

“백인 여자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걸어서 어쩌자는 거지?” 

내가 말했다. “뭐예요, 질투해요?” 

그러자 그녀가 울기 시작했고, 나는 학교에서 쫓겨났다. 

나도 눈물은 많은데.

-21쪽


성공 이후 지미 헨드릭스는 전쟁과 인종 갈등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드러냈다. 가족을 걱정하고 휴머니즘을 옹호하는 등 성숙한 면모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약물 소지 혐의로 꾸준히 구설수에 올랐고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해체 이후에는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서툴고 치기 어렸던 한 청년이 진정한 어른으로, 위대한 뮤지션으로 변모해가는 궤적뿐 아니라 그 이면의 그늘까지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방향이야말로 지금의 내가 발견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다. 

이런 인생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틀림없이 변화했겠지만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문제다. 나는 인생을 한 바퀴 다 돌았다.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258쪽



“나는 새로운 것에 끌린다”

마지막 순간까지 요동치는 삶


지미 헨드릭스는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솔직한 뮤지션이었다.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가감 없이 본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관객을 만족시키려고 애쓰기보다 항상 자신을 과감하게 내던질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갈망했다. 그래서 록이라는 장르를 넘어 음악으로, 예술로 혹은 다른 세계로, 그의 관심과 목표는 끊임없이 요동치며 뻗어나갔다. 그것이 그를 그토록 짧은 생애에 역사적인 인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이 책 『지미 헨드릭스』는 뛰어난 뮤지션이기에 앞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즐겼던 이의 성공과 좌절을 고스란히 전한다.


사람들이 죽은 자를 사랑하는 꼴을 보면 우습다. 

사람들이 당신을 어떤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전에 죽어야 한다. 

일단 죽고 나면 삶에 어울리는 인간이 된다.

내가 죽을 때는, 그냥 레코드나 계속 틀어주시라.

-264쪽


 

▪ 추천사


지미 헨드릭스를 시인이라 여긴 적 많다. 내가 시를 쓰니까, 멋있는 사람은 다 시적 아우라를 지니게 마련이니까, 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지미 헨드릭스의 가사는 명쾌한 듯 아스트랄한 기타 음색에 버금갈 정도로 유려한 시적 통찰과 오묘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단지 그래서만은 아니다. 이유는 당연히 기타 소리였다.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 너머, 가령 우주라거나 태초 같은 것을 향한 근원적이고도 원대한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앰프와 스피커를 통해 되먹임 되는 전자음의 반향은 몸의 한계와 고착된 감각을 최대한 증폭시켜 의식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듯한 육체적 변이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소리를 통해 자기 자신과 섹스하고 그 황홀감으로 다시 세상의 만화경을 소리에 응집시켰다. 소리를 따라간 감각의 극점은 태초나 원시의 우주적 파동을 연상케 하고, 현재의 감각을 과거와 미래를 통튼 모종의 원형지대로 이끈다. 그 우주여행 같기도 시간 여행 같기도 한 환각으로 그는 1960년대 문화의 성층권 장막을 짓찢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아닐 거라고? 글쎄, 첨단 과학의 비육체성과 파편성을 별반 옹호하지 않는 나로선 여전한 육체적 파열로 진동하는 지미 헨드릭스를 과거의 인물로 줄 세워 잊고 싶지 않다. 이 책은 그가 살아 있을 당시 얘기한 것들을 사후 편집한 것이다. 시간 순서상 그리고 맥락상의 교정과 재배치가 있을지언정 건더기는 죄다 지미의 육성이다. 우주, 삶, 영혼, 사랑, 고독, 음악 등을 두서없이 떠드는 그의 태도는 영락없이 로큰롤 워리어. 한 손엔 껄렁하게 담배를 끼고 위스키를 홀짝 거리는 그 바닥 ‘기타 짱’의 허식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읽으면서 계속 기타 소리를 듣다 보니 문득 프랑스 시인 랭보가 생각났다. 물질적 감각의 극한 지점에서 체험하는 우주와 자연의 질서, 거기 섞인 인간 영혼의 삼투압 현상을 실질로 목격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금성의 블루스 음악계에 대해 글을 쓰는 최초의 인물”이 되고 싶었다는 그가 천재들의 초신성에서 랭보와 잼을 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외계가 문득 내 안에 있다.


강정 시인


지료제공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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