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하게 흰색 정장을 차려입은 앨범 커버가 암시하는 것처럼, 마릴린 맨슨의 아홉번째 정규 앨범 [The Pale Emperor]는 파격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음악성으로 승부한다. 독립 레이블에서의 의욕적인 새 출발을 선언했던 전작 [Born Villain]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밴드는 블루스와 하드락의 고전적인 스타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글 이태훈 | 사진제공 Kang & Music
느리고 음산하게 고조되면서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Killing Strangers’는 앨범의 주제를 잘 함축한 훌륭한 오프닝 트랙이다. 전성기 시절의 거칠고 강렬한 메틀 사운드는 잦아들었지만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아우라와 농염한 매력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표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맨슨 스스로 매우 시네마틱한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처럼, 그루브한 리듬과 블루지한 선율로 공간감을 조율한 드라마틱한 사운드 편성이 앨범의 진지한 방향성을 암시한다. 오프닝의 음산하면서도 웅장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Third Day Of A Seven Day Binge’와 ‘The Mephistopheles Of Los Angeles’, ‘Warship My Wreck’으로 이어지는 전반부는 확실히 맨슨의 최근작 중 가장 인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2012/06/11 - [Monthly Issue/July 2012] - Marilyn Manson, 트위기가 복귀하고 발표하는 두 번째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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