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프로필에도 명시되었듯 이 앨범은 무자비한 ‘철(鐵)의 미학’이 담겨져 있다. 익스트림 메탈의 고른 형태와 뉴스쿨의 직선적인 관능미에 이르기까지 헤비 사운드의 강렬한 끼가 넘실대는 작품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신의 중심에 다가서지 못했던 실력파 밴드 어비스의 데뷔 앨범 [Recrowned]는 2017년 한 해는 물론 한국 헤비메탈 역사에 당당히 남을 반향까지 전했다. 몰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레코딩은 명성 그대로 최상의 사운드를 실어냈으며, 사운드의 여러 겹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글 고종석
2017년 가장 빛난 ‘철(鐵)의 미학’
25년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던 어비스의 발걸음
스래쉬메탈을 기조로 1992년 이준호쇼맨Showman을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 어비스Abyss는 2000년 레이니 선Rainy Sun과 피아Pia, 디아블로Diablo 등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대한민국 하드코어 2001]로 레코딩 데뷔했다. 당시 어비스가 앨범에 수록한 ‘2001 아끼라 삘라 삘라 뿅’은 지금에 들었을 때 도저히 이들을 연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른 음악이었다. 하드코어와 랩을 뒤섞었던 이 곡은 키드 록Kid Rock을 전 세계 헤비메탈 신에 본격적으로 알렸던 앨범 [Devil Without A Cause]의 히트곡 ‘Bawitdaba’를 연상시키는 그루감 넘치는 하드코어 넘버로 기억된다.
한동안 잠잠하던 어비스가 신의 문을 다시 두드린 시점은 2010년이다. 시드Seed와 바크하우스Barkhouse, 원Won 등이 참여한 앨범 [History Of Revolution]에 ‘Bull Fight’를 수록하며 밴드의 호흡을 다시 이어 나갔다. 이전과 다른 음악적 결을 휘두른 ‘Bull Fight’은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2장의 컴필레이션 음반에 단 2곡을 수록한 게 전부였음에도 어비스는 남다른 품격을 지닌 연주력과 가능성을 통해 마니아들 사이에서 넓은 인지도까지 형성할 수 있었다. 반응에 고무된 어비스는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꾸준한 라이브를 이어 나갔지만, 소속사와의 갈등과 멤버 중 일부가 군에 입대하는 등의 이유로 다시 한 번 휴지기에 들어가고 만다.
※ 파라노이드 통권 31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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