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9일에서 11일까지 3일 동안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2019을 취재했습니다. 이번 취재 역시 지난번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처럼 사진보다는 영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는데,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영상도 그다지 많이 찍지 못했더군요. 어쨌든 페스티벌 현장의 모습들은 동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송명하
이번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시작 전부터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우려의 이야기였죠.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는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행사를 주관하던 예스컴이 아니고 경기일보가 주관을 맡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핵심이었습니다. 음악계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일단 지금까지 만들어온 게 있기 때문에 페스티벌 자체는 어느 정도 매끄럽게 진행되겠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비관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페스티벌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의견은 틀렸습니다. 페스티벌 자체도 매끄럽게 진행되었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리해서 정식 기사에 싣도록 하고, 우선 이 지면에서는 3일 동안 행사를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이번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2019는 함께 취재를 나갔던 김성환 에디터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무원 특유의 ‘보여주기 식’ 행사가 되며 지금까지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장점으로 가지고 있던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펜타포트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10년 이상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경험으로 가장 안전한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1999년 트라이포트록페스티벌에서 시작해 2005년 펜타포트록페스티벌로 다시 개최한 뒤에도 언제나 펜타포트페스티벌에는 ‘비’라는 단어가 따라붙었습니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비가 태풍과 함께 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악천후를 이기지 못했던 초반 행사들의 시행착오를 벗어나 이제는 웬만한 비와 바람에는 끄떡하지 않는 상설 무대를 갖추게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입장과 함께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협찬사인 코카콜라에서 만든 걸로 보이는 대형 열기구와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무늬를 자랑하는 햇빛 가림막, 평상 위에 설치된 역시 햇빛 가림막, 그리고 색동 우산으로 장식된 간이 구조물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사를 돌이켜볼 때 만일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구조물들입니다. 결국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많이 불고 밤에는 비까지 내린 마지막 날에 이 구조물의 대부분과 열기구는 안전을 이유로 철거됐습니다.
마지막 날 철거된 햇빛 가림막
마지막 날 철거된 햇빛 가림막과 돔 밖으로 설계된 서브 스테이지
철거된 열기구가 있던 자리
또 푸드존에 있던 간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구조물은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철수되었습니다. 철거를 위한 차량이 들어오고 그 쪽은 안전요원은 관객이 오지 못하게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푸드존에서 음식을 산 관객들이 앉아서 먹을 곳이 없으니 테이블을 펴도 되냐고 물어보니 펴서 먹고 다시 접어놓으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안전을 위해 철거를 한 걸까요, 아니면 파장 분위기가 되니 빨리 행사장을 빠져나갈 수 있게 정리를 하고 있었던 걸까요.
공연 도중 테이블과 의자가 철거된 푸드존.
펜타포트페스티벌이 열리는 송도달빛축제공원에는 돔 형태를 취한 서브스테이지가 있습니다. 비바람에 혼쭐이 났던 지난 행사를 반면교사 삼아서 아예 바닥을 시멘트로 채우고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실내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 공연장입니다. 올해는 협찬사의 이름을 따서 코크 스테이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서브스테이지는 무척 덥긴 하지만 비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밖에 비가 많이 올 때 일종의 대피소가 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서브스테이지가 돌출되며 관객들은 야외에서 무대를 봐야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마지막 관객들은 날 헤드라이너 시간이 아니고 조금 더 일찍, 아니 그 전날 비바람이 몰아쳤다면 대피할 수 있는 장소 하나를 잃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겠죠.
‘보여주기 식’ 행사라고 생각한 건 첫 날의 드론쇼와 불꽃놀이 역시 한 몫 했습니다. 타임테이블 상으로 ‘펜타락쇼’로 표기된 저녁 8시 30분부터 8시 50분까지 20분간으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 퍼포먼스는 30분가량 이어졌고, 이후 이어질 서브스테이지에서의 선셋 롤러코스터와 시간이 겹치며 타임테이블을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대대적인 물량을 쏟아 부은 ‘록페스티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태’가 인천시장이 행사장을 방문한 시간에 맞춰져 있다는 부분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만일 거기에 쏟아 부을 돈으로 뮤지션을 섭외했으면 헤드라이너급 2~3팀을 더 부를 수 있었을 것이며, 뮤지션을 더 부르지 않았다면 낮 시간에 공연한 밴드의 개런티를 더 올려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앞서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몇 해 전부터 입장할 때 안전과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새우깡 한 봉지도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프레스존에 근무하는 분들도 옆의 철창을 통해 필요한 물건도 받지 못하고 다시 들어왔던 입구로 돌아 나가야 하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관객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올해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는 ‘개구멍’이 뚫렸습니다. 밖에서 보면 티켓부스 뒤쪽 철창은 관계자 팔찌와 목걸이를 한 사람은 물론 초대자로 보이는 관객들까지 마치 문처럼 열었다 닫았다 하며 계속해서 들락거렸고, 그‘개구멍’은 지키는 이 없이 방치됐습니다.
둘째 날 흡연실의 공기정화장치와 에어컨이 고장 나 그 공간이 완전히 뿌연 찜통이 되었고 상황은 오래갔습니다. 화장실에 전기가 나간 곳도 있었습니다. 써드 스테이지에서 해머링이 공연할 때 PA 시스템이 나가서 연주소리는 소음으로 들렸지만 20분 공연이었던 탓인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 위저가 공연할 때 역시 음향의 문제로 30여분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워터슬라이드에서 다친 관객이 있는데 주최측의 늑장 대응으로 화가 난다는 글과 뮤지션 대기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참여 밴드 멤버의 푸념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펜타루키’ 대신 ‘펜타유스스타’란 이름의 경연대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름이 바뀐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팀에게 써드 스테이지인 에어포트 스테이지를 배정하고, 그것도 둘째 날 헤드라이너가 공연을 마친 밤 11시에 공연을 펼치게 타임테이블을 짠 건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펜타포트가 인정한 ‘유스스타’라면 조금 더 큰 무대에서 더 좋은 시간에 공연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요? 작년의 화두였던 인천밴드의 참여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인천밴드연합의 밴드들은 모두 에어포트 스테이지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서브스테이지 공연을 했던 해머링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이 모든 부분에서 ‘생색내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건 저 뿐인가요?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음에도 1999년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사랑해온 행사기 때문에 좋은 부분만 기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관사 경기일보는 ‘락의 다양성, 인천 중심, 락캉스…10만 관객 / 주관사·사람이 바뀌면서 나타난 혁신이다’라는 제목으로 전혀 사실과 다른 자화자찬식 사설을 내보내 오히려 좋은 마음으로 공연장을 빠져나온 관객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관객 수를 부풀리고 사실과 다른 기사를 싣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사실이 하나도 없는 사설을 본 건 처음인 듯합니다.
경기일보의 사설을 보고, 또 올해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 왜 사람들이 화를 내는지 주관사는 알아야합니다. 그리고 개선해 나가야합니다. 주관을 바꾼 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좋은 부분은 살리고, 거기에 더 좋은 부분을 첨가해 발전하는 페스티벌을 만들라는 이야기지 모든 걸 부정하고 새롭게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망스런 모습들을 보며 화를 내고 있는 건 지금까지 사랑해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록페스티벌이 변질되는 걸 원치 않음이며,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디 내년에도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열릴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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