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43만에 열린 첫 내한공연

LIVE REPORT

지난 12월 8일, 오후 7시부터 서울 고척돔에서 유투의 첫 내한공연이 열렸다. 1976년 결성 이후 43년 만에 성사된 첫 내한공연이자 단 1회로 진행되는 공연을 취재했다.


취재, 글 송명하 | 사진제공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유투U2의 이번 공연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든 의 대표작 [The Joshua Tree](1987)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조슈아 트리 투어 2017’의 일환이다. 유럽, 북남미, 멕시코 등에서 진행된 2017년 공연을 포함해 지난 11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시작해 싱가포르, 일본, 한국, 필리핀, 인도 일정으로 마무리되는 ‘조슈아 트리 투어 2019’까지, 총 66회 공연을 통해 3백만 명 이상의 팬들이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한공연에서는 약 2만 8천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공연이었지만 입장과 퇴장의 동선이 매끄럽지 못해 시간이 지체된 점과 주최측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자의 위치에 따라 음향의 기복이 심하다는 고척돔의 고질적인 문제는 다소 아쉬웠다.


사진제공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번 유투의 내한공연 무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8K 해상도 LED 비디오 스크린이었다. 가로 61미터, 세로 14미터의 초대형 스크린은 1,100만 화소가 넘는 개별 비디오 패널 1,040개로 제작됐고 그 무게는 22톤에 달한다고 한다. 황금색 배경의 비디오 스크린에는 은색 조슈아 트리가 그려졌고, 비디오 스크린 위까지 뻗어 나온 조슈아 트리의 그림자를 형상화한 돌출무대가 설치되어 메인 스테이지와는 차별화된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었다. 스크린을 통해서는 앨범 작업에 참여했던 사진작가 안톤 코빈Anton Corbijn이 제작한 스페셜 영상이 상영되어 곡의 분위기를 더했다. 캘리포니아 조슈아 트리 공원의 모습이나 주변의 신비한 자연 경관은 물론 현장에서 연주하는 유투의 모습이 보였고, ‘Red Hill Mining Town’에서는 화면에 취주악 밴드가 등장해 무대의 유투와 협연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공연은 예정시간을 약 20분 넘겨 7시 20분 쯤 시작됐다. 앞서 언급한 돌출무대에 제일 먼저 자리 잡은 래리 멀린 주니어Larry Mullen Jr.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Sunday Bloody Sunday’의 드럼의 짧은 필인 인트로로 관객들에게 바로 그 순간 유투와 함께 있음을 선포했다. 그리고 객석의 조명이 완전히 꺼진 후 관객들의 손에 들려있는 휴대전화의 액정 불빛들은 예정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해냈다. 예정시간을 넘겨 시작한 탓인지 원래 세트리스트에 포함됐던 ‘Bad’가 누락된 건 아쉬웠지만, 본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The Joshua Tree]의 전곡이 연주되기 전 마지막 순서였던 ‘Pride (In the Name of Love)’에서 관객들은 다시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 객석을 빛의 바다로 둔갑시켰다. 또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With Or Without You’와 같은 유투의 대표곡이 흘러나올 땐 누구나 예상했듯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제야 우리나라를 찾은 유투에 대한 야속함을 달랬다.


많은 이들이 공연 가운데 가장 가슴 뭉클한 장면으로 꼽는 ‘Ultraviolet (Light My Way)’이 연주될 때는 여성 인권운동 활동가들의 모습이 커다란 스크린을 메웠다. “눈물을 닦아라 / 네가 강해져야 한다는 거 알잖아”라는 가사가 담겨있는 곡이 흐르며 해외의 활동가들 모습과 함께 스크린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최근 세상을 떠난 설리,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 민간 여성 비행사 박경원, 국내 최연소 축구 심판 홍은아 이화여대 교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미투 운동의 시작이이 된 서지현 검사, 국가무형문화재 해녀 등 다양한 여성들의 얼굴로 채워졌다. 또 큰 스크린을 채운 ‘히스토리History’라는 글귀가 ‘허스토리Herstory’로 바뀌고,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글귀가 한글로 등장하는 등 음악 활동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와 현안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던 사회운동가다운 면면이 도드라지는 무대였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사진을 보며, 그 성격과 장르는 많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Deportee (Plane Wreck at Los Gatos)’가 떠올랐다.


1948년 1월 29일, 캘리포니아 남부 로스 가토스 협곡에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32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중 28명은 미국이민국에 적발돼 멕시코로 송환되는 이주노동자들이었고, 나머지 4명은 비행기 승무원과 이민국 관리, 그러니까 ‘미국인’들이었다. 당시 라디오 뉴스는 사고소식을 전하면서 소위 미국인 사망자들의 신원만 전할 뿐 다른 사망자들은 한데 묶어 추방자들이라고만 보도했다. 우디 거스리는 이 뉴스를 들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미국의 인종주의적 태도에 분노하며 그 자리에서 시를 써내려갔다. 후에 다른 이가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서 만든 노래가 ‘Deportee (Plane Wreck at Los Gatos)’이다. 우디 거스리는 노랫말에서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던 희생자들인 ‘후앙’, ‘로살리타’, ‘헤수스’와 ‘마리아’의 이름을 대신해서 불러준다. 화면을 가득 채웠던 인물들의 얼굴을 보며 이 곡이 떠올랐던 건 아마도 같은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내한공연이 열린 12월 8일은 존 레넌John Lennon의 기일이었다. 세트리스트에서 존 레넌을 향한 유투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은 공연의 또 다른 재미였다. 존 레넌에 헌정한 ‘Pride (In the Name of Love)’를 선보인 건 물론이고 대표곡인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를 연주할 때 ‘Stand By Me’를 접속곡으로 선보였고, ‘Vertigo’를 연주할 땐 비틀스The Beatles의 ‘She Loves You’와 ‘Love Me Do’를, ‘Love Is Bigger Than Anything in Its Way’에는 역시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를 엔딩 부분에 접속곡으로 잠깐 잠깐 연주하며 그를 생각할 수 있는 무대를 꾸몄다.


사진제공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조슈아 트리 앨범을 발매했을 때나 30주년 기념 투어 기간 동안 아시아와 호주를 온 적이 없었으므로 팬들에게 꼭 이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다” 애덤 클레이턴Adam Clayton


많은 사람들이 “왜 전성기에는 오지 않고 이제야 내한공연을 가졌는가”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 이유로 공연장에 오지 않은 유투의 팬들도 많았다. 물론 음반이 발매될 당시인 1987년 혹은 이듬해인 1988년쯤 내한공연을 가졌으면 훨씬 에너지 넘치는 유투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1987년의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져봤다. 과연 그때 유투의 내한공연이 열렸으면 갈 수 있었을까. 대답은 ‘No’였다. [The Joshua Tree]의 최초 국내 정식 발매 음반은 4곡의 금지곡이 잘려나간 ‘누더기’음반이었고, 일반적인 록 팬들은 그 음반으로 유투를 처음 만났다. 록 마니아라 자청하는 사람들 역시 이 앨범 이전에 ‘Gloria’, ‘Sunday Bloody Sunday’ 이상의 곡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내한공연은 생각지도 못할 상황이었고, 만일 실제로 내한공연이 있었다고 해도 헤비메탈 밴드들의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열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처음이라 더욱 반가웠던 유투, 그리고 기다린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행복했던,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공연장을 갈 수 있을 때 와 줘서 더욱 고마웠던.





THE JOSHUA TREE

유투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1987년 3월 9일 발매됐다. 음반 수록곡 가운데 ‘With Or Without You’와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가 빌보드 정상을 밟았으며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와 ‘In God's Country’가 각각 13위와 44위를 기록했다. 전작에 이어 프로듀서로 참여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다니엘 라노이스Daniel Lanois는 엣지The Edge 특유의 미니멀하게 찰랑이는 기타 사운드와 도도하게 진군하며 점진적으로 몰입되게 만드는 곡 진행의 독특함을 극대화시켜 유투 특유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시그니처 사운드는 후발 모던록 밴드들의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발매와 동시에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1위에 등극한 이 앨범은 영국 역사상 가장 빨리 팔린 음반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전 세계 2,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슈퍼 베스트 셀링 앨범이기도 하다. 198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음반’을 비롯한 두 개 부문을 수상했다.


음반은 종교적인 성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유투가 미국 투어를 하며 경험하고 들은 문학과 정치에서 영감을 얻은 곡을 담았다. 물론 이전부터 유투 음악의 저변을 이루던 사회 고발적인 내용은 ‘Bullet The Blue Sky’나 ‘In God's Country’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운드에 있어서 영국 펑크의 연장선적 느낌이 상당부분 희석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1985년 보노는 스티븐 반 잰트Steven Van Zandt의 안티-아파르트헤이트anti-apartheid 프로젝트인 [Sun City]의 보컬 녹음을 위해 뉴욕에 있는 동안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키쓰 리처즈Keith Richards, 믹 재거Mick Jagger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루츠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밥 딜런Bob Dylan, 밴 모리슨Van Morrison 등과의 꾸준한 교류는 가사를 쓰는 데 있어서 단어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바로 이 음반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확실한 밴드의 이름을 새기는 데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웅에서 슈퍼스타로’라는 <롤링 스톤>지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현재의 유투가 어떻게 미국을 집어삼킬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거쳐 가야만 하는 명반이다.


드디어 한국 땅에서 만나게 된 유투는 왜 그들이 40년 가까이 음악과 투어에서 정상의 자리에 있었는가에 대한 우리의 질문에 가장 완벽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들은 대형 아레나 공연을 통해 밴드가 들려줄 것, 보여줄 것, 그리고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3요소를 충실히 구현했다. 초반부 그들의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빅 히트곡을 연주할 때는 모든 비주얼 요소를 제거하고 “그저 우리의 소리에 집중하라”는 관록의 자신감을 잊지 않았다. 이어서 공연의 중심이자 자신들의 최고작의 전편을 연주할 땐 초대형 스크린과 밴드의 ‘일체화’를 통해 30년 전엔 공연으로는 다 못 전했던 [The Joshua Tree]의 메시지들을 언어의 벽을 넘어서 팬들의 자녀 세대에까지 전했다. 그리고 후기곡 파트에선 자신들이 여전히 현재를 사는 밴드이며 관객들과 함께 그들이 긴 세월 추구한 ‘사랑과 평화, 평등’의 메시지를 되새길 시간을 제공했다. 다들 여러 가지 이유로 뭉클한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내겐 그들이 그리 노쇠함 없이 여전히 관객의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잃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서 기쁜 공연이었다. 공연 속 몇몇 소소한 아쉬움보다는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왔고, 여전히 살아있음에 기쁘고 감사하게 되는 공연이었다. 김성환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 중 하나인 거대한 밴드의 거대한 스테이지와 거대한 메시지로 가득했던 거대한 감동! 2019년 이보다 멋진 피날레는 없을 듯. 박현준



SETLIST


1. Sunday Bloody Sunday

2. I Will Follow

3. New Year's Day

4. Pride (In the Name of Love)


[The Joshua Tree]

5.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6.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7. With or Without You

8. Bullet the Blue Sky

9. Running to Stand Still 

10. Red Hill Mining Town

11. In God's Country

12. Trip Through Your Wires

13. One Tree Hill

14. Exit

15. Mothers of the Disappeared


16. Desire


[Encore]

17. Elevation

18. Vertigo

19.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20. Every Breaking Wave

21. Beautiful Day

22. Ultraviolet (Light My Way)

23. Love Is Bigger Than Anything in Its Way

24. One



WRITTEN BY
파라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