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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달, J-걸즈 록의 현재를 대표하는 밴드, 첫 한국 나들이 [2014년]

일본의 걸즈 록 신에서 메이저급으로는 현재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캔달Scandal. 그들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고 국내 첫 라이브를 가졌다. 무대에서의 열정적인 모습과는 달리 실제 스캔달 멤버들은 꽤 차분한 성격으로 질문에 대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들과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인터뷰, 정리 김성환 | 사진 전영애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오후, 공연이 시작되기 대략 2시간 전에 백스테이지의 매체 인터뷰 공간에 먼저 들어가 멤버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미 영상과 음악으로 그들을 오래 지켜봐왔었지만, 실제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는 살짝 설렘도 있었다. 잠시 후 멤버들이 들어올 때, 작년 가을과 지난 4월 가챠릭 스핀Gacharic Spin을 만났을 때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미 메이저 신을 몇 년 경험한 여유로움이라고 할까. 또한 평소의 파워풀한 보컬과 액션에 비해서 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먼저 한국의 록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 소감을 물어봤을 때, 보컬리스트 하루나Haruna는 “한국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그간 계속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첫 공연을 이 곳처럼 멋진 무대에서 가질 수 있어서 기대가 크다.”라고 대답했다. 다른 걸즈 락 밴드들의 결성하는 과정과는 달리 네 멤버들은 오사카에 있는 댄스 & 보컬 스쿨 캘리스Caless에서 만나 팀을 결성하게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런 학원에서는 대체로 아이돌 진출을 목표로 할 텐데, 왜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드러머 리나Rina는 “처음에는 각자 다른 목적으로 가지고 학원에 등록을 했지만, 담당 선생님이 각각 악기를 연주해 볼 것을 추천했고, 기왕이면 하나의 밴드로 활동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처음에는 재미삼아 의기투합하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결성 3년 만에, 인디 레이블 활동 1년 만에 바로 일본 소니 뮤직에 픽업되는 행운을 얻었다. 하루나의 얘기에 따르면 그들이 활동 초기에는 오사카에서 길거리 라이브를 통해 대중과 만났고, 처음에는 달랑 몇 명 앞에서 연주하다가 점점 자신들 앞에 관객들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고, 그 이후 여러 음악 관계자들도 그들의 연주를 보러 오사카에 왔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에픽 레이블의 A&R 담당자가 있었으며, 그들에게 매니지먼트 계약을 제의했다고. 


특히 이들의 커리어 가운데 타 그룹과 괘 구별되는 행보는 이들이 인디즈 시절부터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메이저 진출 후에도 여러 인기 애니메이션-강철의 연금술사, 블리치, 스타 드라이버 등-의 주제곡을 타이업 싱글로 발표한 바가 있다는 사실이다(가장 최근에 발표한 싱글 역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최신 극장판 주제곡이다). 기타리스트 마미Mami는 멤버들이 모두 어린 시절부터 만화와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자신들은 만화와 게임이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의 일부분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작년 말에 발표한 5집 [Standard]를 포함해서 그들은 여태까지 발표한 모든 앨범들이 오리콘 차트 Top 5 안에 들었다. 그리고 작년 3월 오사카성 홀 단독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확실히 전국구 인기 록 밴드의 위상을 차지했다. 이제는 꽤 경쟁이 심해진 일본의 걸즈 록 밴드들 가운데 왜 스캔달이 대중들에게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리나는 “우리가 음악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어떤 공연을 다니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에서 음악팬들에게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작년 앨범 [Standard]에 대해서 그녀들은 사운드와 비주얼 면에서 과거보다는 좀 더 여성스럽고 심플한 분위기를 주려고 노력했고, 특히 퍼퓸Perfume과 카리 파뮤파뮤Kary Pamyu Pamyu 등의 곡을 작업한 캡슐Capsule의 나카타 야스타카가 작곡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Overdrive’는 악기 연주를 먼저 녹음하고 보컬을 녹음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그의 지시에 따라 보컬을 먼저 녹음하고 이에 맞춰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들에게 영향을 준 여성 록 밴드들에 대해 물어보니 쇼야Show-Ya부터 프린세스 프린세스Princess Princess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거명되었다. 


20분이라는 짧은 인터뷰 시간 때문에 많은 질문이 오고 가기는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한국에서 이렇게 공연을 하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다시 한국에 정식 공연으로 오고 싶고, 오늘 공연을 본 분들이 그 때에 더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제2무대인 드림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스캔달의 공연은 40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녀들이 가진 장점을 한껏 선사했던 무대였다. 너무 빨리 메이저 신에 올라와서 그런지 악기 조율이나 앰프 세팅 등에서는 아직 테크니션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게 보였지만, 무대 위에서의 열정과 연주 면에서는 다른 걸즈 록 밴드들 못지않은 원숙함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진짜 매력을 앞으로 단독 내한 공연으로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파라노이드 통권 21호 지면 기사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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