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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걸스, “이미지가 더 확실하게 굳어졌으면 좋겠다. 확실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싶다.”


작사와 작곡, 노래, 그리고 기타연주까지 담당하는 비엔나핑거를 주축으로 결성된 피싱걸스Fishing Girls는 2013년 첫 EP [꺼져짜져 뿌잉뿌잉]으로 록계에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2016년 양다양다(베이스), 오구구(드럼)를 영입해 현재의 라인업을 갖추었고, 그들만의 재치있고 기발한 노랫말과 팝적인 감각도 갖춘 펑크 록으로 홍대 지하 클럽들에서부터 골수 팬들을 양산해왔다. 그들이 처음으로 대형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된 지난 2019년 8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UMF에서 그들 특유의 흥겨운 무대를 보여준 피싱걸스 멤버들과 공연 직후 무대 뒤 대기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래 뿐만 아니라 말로도 거침없이 흥을 발산하는 멤버들과 가진 즐거웠던 이야기들을 여기 정리해본다.  


인터뷰, 정리 김성환


록 매거진 파라노이드다. 만나서 반갑고 먼저 첫 정규 앨범 [Fishing Queen]의 발매를 축하한다. 첫 싱글을 기준으로 하면 6년 만에 드디어 온전한 앨범을 손에 쥐게 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완성된 음원들과 CD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비엔나핑거: 일단 우리같은 밴드는 돈이 없어 앨범 내기 힘들다(웃음). 다행히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서 이렇게 정규작을 내게 되었다는 자체로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정규 앨범을 내게 되니 아무래도 그간 디지털 싱글만 내던 때보다 더 많은 곳에서 우리를 불러주시고, 인정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1집을 낸 밴드와 아닌 밴드를 바라보는 주변의 차이가 있더라. 감회가 새롭고 감동적이다.

오구구: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니까 싱글만 계속 내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단 발매가 되니 우리를 홍보하기에 좋고, 주변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도 달라진 것 같다. 


‘관객들을 낚겠다’는 의미에서 그룹명을 피싱걸스로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외부에서 볼 때도 이 이름이 밴드의 존재와 음악을 알리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고, 밴드 스스로도 이 이름을 이미지 메이킹에도 잘 활용하는 느낌이다. 밴드 스스로는 지금까지 얼만큼의 리스너들을 ‘낚았다고’ 생각하나.  

비엔나핑거: 아직까지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슬슬 낚여야 할텐데... 앞으로 사장님께서 계속 열심히 일해주실 거라 믿는다(웃음). 그래도 이제는 우리가 공연을 할 때 고정적으로 항상 와주시는 팬들이 생긴 게 놀랍고 기쁘고 신기하다. 그 분들은 저희가 지방공연을 해도 항상 따라와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피싱걸스의 공연을 처음 봤던 기억은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홍대 AOR에서 다른 헤비메탈 밴드들과 섞여 공연을 하던 무대였다. 피싱걸스의 음악은 사실 록이지만 메탈과는 음악 성격이 조금 다른데, 메탈 밴드들과도 함께 자연스럽게 공연이 가능했나.

비엔나핑거: 메써드의 기타리스트 김재하님이 절 지도해주신 스승이셨다. 처음에 내가 공연도 못하고 멤버 규합도 못하고 있을 때,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한 마디로 메탈 밴드들이 우리 밴드를 업어 키워주신 셈이다. 처음에 공연을 설 곳이 없던 시절에 다른 메탈 밴드 선배들이 자신들이 기획한 공연들에 우리를 불러서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팀이 추구하는 음악적 사운드는 ‘펑크 팝/록’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그룹의 곡들을 책임지고 있는 비엔나핑거가 팀을 구성하면서 처음부터 이런 성향을 추구했던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 멤버들과 만나면서 함께 이런 쪽으로 방향성을 정한 것인가.

비엔나핑거: 지금 우리가 하는 음악을 ‘펑크’라고 인정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처음엔 그런 장르 호칭을 듣는 게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처음 피싱걸스를 결성하려고 한 계기가 바로 ‘오.천.주(오빠 나 천 오백원만 주세요)’를 만들어서 뮬(Mule)에 있는 자작곡 게시판에 올린 것에 대한 반응 때문이었다. 당시 그 곡에 대한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어서 당시에 개러지나 하드코어를 연주하는 밴드를 하고 있었기에 그 밴드 멤버들의 여자 친구들을 모아서 일단 밴드의 최초 라인업을 결성했었다. 사실 피싱걸스로서 내가 들려주려고 했던 음악은 ‘가족들, 친구들이 들었을 때 어렵지 않은 음악’이었다. 그런데 ‘오,천.주’가 워낙 반응이 좋았고 펑크의 성격이 강한 곡이라 결과적으로 펑크 밴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 DNA가 펑크에 기반을 둔 게 아닌가 생각하니 펑크라는 장르를 받아들인 것 같다. 음악보다도 내 삶이 펑크라서(웃음)!


멤버들은 만나기 전에 어린 시절 뮤지션을 꿈꾸면서는 어떤 음악들을 들으면서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비엔나핑거: 처음에는 베이스를 배우고 연주했다. 그 때 SNL 라이브 영상에서 다아시D’Arcy, 스매싱 펌킨스의 베이시스트가 연주하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멋지고 섹시해 보였다. 그 때부터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에 꽂혀 음악에 더 빠져들었고, NOFX, 랜시드Rancid, 섬 포티원Sum 41 등의 밴드들의 음악을 자장가처럼 들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양다양다: 학창 시절에 펑크나 록, 또는 투 톤 슈Two Tone Shoe 같이 조용한 곡들보다는 슬랩 베이스가 많이 들리는 곡들을 특히 좋아했다. 

오구구: 록 음악을 많이 듣기 시작한 게 2006년 즈음이었는데, 그때 유행했었던 국내 록 밴드들–크라잉 넛, 바세린, 바닐라 유니티 등–의 음악들을 즐겨들었다. 


피싱걸스가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의 가사들이 갖는 공통점은 꽤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재기)발랄한’(?) 직설적인 내용들을 담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특징들이 대중에게 피싱걸스만의 하나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밴드 스스로는 노래들로 인해 그런 이미지가 확립되는 것에 만족하고 있나.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장단점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엔나핑거: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지가 더 확실하게 굳어졌으면 좋겠다. 확실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싶다. 우리가 밴드로서 주목도가 생긴 이유가 바로 우리만의 캐릭터가 보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웃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가사를 쓴 건 아니다.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것뿐이다. 정말 소주 마시고 싶어서 ‘오천주’의 가사를 쓴 것이고, 헤어지고 ‘빡친’ 감정을 ‘1초도 없단다’에 담은 것이니까. 그렇게 쓴 곡들을 음악팬들이 재미있다고 봐주시기에 오히려 고맙다. 캐릭터에 코믹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에 실망하거나 이미지가 굳어진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더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대부분 곡의 가사는 대부분 비엔나핑거의 경험에서 만들어지는 것인가.

오구구: 방금 본인이 말한 대로 정말 ‘그녀의 이야기’다.

양다양다: 근데 꼭 우리에겐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처음엔 말하면서 ‘니들 얘기야’라고 말한다. 들어보면 다 자기 얘기면서...

비엔나핑거: 근데 아무래도 가사는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기에, 철이 들면 그에 따라서 가사도 함께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오구구: 그래서 그런지 과거보다 요새는 더 성숙해진 가사가 나오는 것 같다(웃음).


정규 1집에 실린 노래들은 일단 그간 디지털 포맷으로는 따로 싱글로 차근차근 발표했던 곡들이 상당수 다시 녹음된 곡들이다. 처음 발표 당시 레코딩보다 전체적으로 이번 음반의 사운드는 좀 더 록의 기운이 강해졌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밴드의 의도였다고 할 수 있을까. 앨범 전체의 사운드 콘셉트는 어떻게 가져가려고 했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다. 

비엔나핑거: 오히려 이번 음반에서 살짝 팝적인 것을 지향했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이 앨범을 듣고 우리 팬들이 보인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기존에 우리를 좋아하시던 팬들은 ‘앨범의 음악들이 과거보다 소프트해져 걱정된다’는 반응이 있었으나, 우리 단공에 오시고 나서 우려를 덜었다고 얘기하셨다. 반대로 조금 대중적 지향을 한 덕에 이번 앨범을 내고 애초에 록에 관심이 없었던 ‘머글 팬들’이 더 많이 유입된 것 같다. 일반 가요 팬들, 또는 일본식 (지하) 아이돌의 공연을 좋아하던 팬들까지 우리 공연장에 유입되기 시작했으니까. 


팝적인 것을 지향한다고 말한 것처럼, 일단 현재 활동 중인 타이틀곡인 ‘빠져든다’라는 어쿠스틱 편곡이 가장 두드러진 곡이자 그간의 곡들 중에서는 조금 얌전한(?) 곡이다. 

비엔나핑거: 방송도 나가고 싶고, 잘 되고 싶어서 만든 곡이다(웃음). 그런데 기존 콘셉트와 다르다보니 놀라는 팬들도 있었다. 심지어 ‘볼빨간 오춘기냐’, ‘이모들 나왔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처음 음악 방송(KBS 뮤직뱅크)에 나가게 된 날에 그룹 이름에 맞게 ‘낚시 패션’을 하고 등장해서 연예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비엔나핑거: 사실 그것 역시 스케줄이 2-3일 전에 잡혀서 급하게 생각해낸 패션이었다. 스케줄이 잡혔다는 소식과 함께 소위 ‘출근길 사진’이 찍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급해서 무언가 새로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래, 우리는 모 아니면 도다!”라는 생각으로 준비한 것이다. 

양다양다: 솔직히 아이돌들처럼 예쁜 옷을 입는다고 예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예쁜척하고 싶지도 않았다. 

비엔나핑거: 그 결과 ‘크레용 팝이나 노라조인가’, ‘횟집 딸내미들이냐, 그럼 인정’ 등과 같은 댓글이 사진 아래 달렸다(웃음).


‘승민씨와 함께’는 어떻게 가사를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본인이 실제 좋아했던 대상에서 영감을 얻었나? 아니면 철저히 상상속의 이상형인가.  

오구구: 이 곡을 쓸 때 지방 어딘가로 행사를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엔나핑거가 멜로디를 흥얼대기 시작했고, 그것을 후렴구로 곡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흔한 남성의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뭐 없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내 오빠의 이름을 쓰라고 해서 ‘승민’이란 이름을 달게 되었다. 



‘줄리의 법칙’에서 강다니엘을 언급하면서 SNS상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 덕분에 강다니엘의 팬들 가운데서도 실제 피싱걸스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 좀 생겼나.

비엔나핑거: 일부 팬들은 그 이름을 써서 화제성을 노리려고 쓴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 노래는 정말 온전히 강다니엘 때문에 쓴 곡이다. 내가 강다니엘에게 진짜 투표한 ‘국민 프로듀서’다. 내가 뽑은 사람이다(웃음).


각자 정규 1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또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노래를 하나씩만 골라서 그 이유도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비엔나핑거: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노래가 가장 의미가 있는 이유가 하나 있다. 이 노래만 들으면 우리 대표님께서 우신다. 우리에게 구박받으면서 녹음한 기억이 떠오르셔서 그런가(웃음). 제 친구들이 이 노래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런 노래를 앞으로 더 만들어 달라고 한다. 

양다양다: 인터뷰마다 항상 말하는 데, ‘어쩌다 보니까’를 가장 좋아한다. 그 곡에서 비엔나핑거의 ‘4단 고음’이 너무 탐나서 내가 매일 연습중이다. 

오구구: ‘어른이날’을 좋아한다. 아직 라이브에서는 많이 보여드리지 않은 곡이라서 그런지, 연습할 때마다 매우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다. 


라이브 무대에서 보니 기존에 발표되지 않은 신곡들도 연주하는 걸 보았다. 앨범에 담기지 않은 다른 신곡들이 많이 준비되고 있나.

비엔나핑거: 써놓은 곡들은 꽤 많다. 저는 곡을 심각하게 쓰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곡이 떠오를 때 즐겁게 쓰는 스타일이다. 다만 대표님이 (2019년 여름 기준) 일단 이번 정규작을 더 열심히 홍보하자는 생각이신 것 같다. (2019년 하반기에) ‘낚시왕’이나 다른 몇 곡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후에 발표될 곡들은 그간과 다른 장르적 시도가 있을 것 같다.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방식으로 프로듀싱을 하고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의 음악의 기반은 록임은 분명하다(필자 주: 이후 피싱걸스는 드러머가 오구구에서 유유로 교체된 후 지난 2019년 12월 12일에 새 싱글 ‘응 니얼굴’을 발표했다. 현재 공연과 방송을 누비며 열심히 활동중이다).


무대 위에서 JUMF의 관객들과 한바탕 잘 놀고 왔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소감은.

양다양다: 록 페스티벌 규모의 큰 무대에서는 첫 출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 앞에서 (팬들이) 너무 잘 놀아주셔서 감사했다. 

비엔나핑거: 우리 음악이 슬램을 할 곡들이 아닌데, 팬들이 슬램을 할 구간을 다 짜와서 놀아주셨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피싱걸스의 팬들이나 여기 페스티벌에 온 음악 팬들에게 한 말씀.

비엔나핑거: 앨범이 발표된 지 4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저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러가지 섭외가 우리에게 들어오게 되어서 행복하다. 특히 방송과 페스티벌 무대까지 나갈 수 있게 되어서 저희에겐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게 가능하게 지지해준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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