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 지역 음악창작소에서 주관한 지원사업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신청자들이 제출한 동영상을 보고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이었는데, 조야한 화질과 음질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이름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긴 밴드가 있었다. 이번에 두 번째 EP [Last Dream]을 발표하는 당기시오와 가진 인터뷰를 정리했다.
인터뷰, 정리 송명하 | 사진제공 슈가 레코드
반갑다. 파라노이드다. 당기시오는 언제 결성된 밴드인가.
질문에 답하기 전 이번 기회로 파라노이드와 연을 맺게 되어 영광스럽다는 먼저 말을 전하고 싶다. 당기시오는 중학교 동창인 석병관(드럼)과 서우석(기타)이 대구에서 만나 스쿨밴드로 시작했다. 2011년부터 조금은 더욱 진지하게 밴드를 해볼 친구들을 찾아보다 동네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서 현재의 당기시오 멤버로 꾸려졌다.
밴드 이름 당기시오는 어떻게 짓게 되었나.
결성 후 절대 흔하지 않은 밴드 이름을 고민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공연을 나가게 되었을 때 주최 측에서 밴드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급하게 연락이 왔다. 그때 마침 연습실 문을 나서고 있었고 눈앞에 문에 붙어있던 ‘당기시오’라는 안내판을 보고 고민 없이 ‘당기시오’로 정했다.
결성 이후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활동은.
2015년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의 보컬 반 추모곡인 디지털 싱글 ‘Rope’ 첫 데뷔했고, 2017년에는 디지털 싱글 ‘흔적’과 첫 EP [Moonlight]를 발매했다. 같은 해 네이버 온스테이지 대구 라이브, 그린플러그드 경주 2017 ‘신인그린프렌즈’에서 우승하며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EP [Last Dream]을 발표하게 됐다. 수록곡 가운데 ‘Last Dream’은 먼저 싱글로 발표했다.
2017년 EP [Moonlight] 이후 발표되는 음반인데, 정규앨범이 아니고 다시 EP로 발표하게 된 이유가 있나. 싱글로만 나왔던 ‘Rope’와 ‘흔적’을 다시 어레인지해서 실으면 정규로 봐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요즘은 EP와 정규 앨범의 구분을 크게 잘 짓지도 않으며, 예전처럼 꼭 “몇 분, 몇 곡 이상을 채워야 정규앨범이다.”하는 기준도 많이 흐려졌다. 이미 발매했었던 곡들을 어레인지했다면 충분히 정규로 낼 수 있었겠지만, 정규를 내기위해 억지로 트랙 개수를 채워 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도 조금 더 완벽한 당기시오가 되었을 때 정규앨범을 내기로 마음먹고 이번 앨범도 EP로 발매하게 됐다.
지난 EP와 이번 음반을 제작할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나.
일단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녹음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인 사운드로 볼 수 있겠다. 지난 EP 와 싱글들을 제작할 때에는 지식 없이 그냥 흘러 가는대로 스튜디오에서 녹음 받고 믹스하고 발매했다. 그러다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첫 번째 EP의 모든 부분들이 아쉽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첫 번째 EP에서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 들었던 녹음 원 소스에 대한 고민과 시도의 부족함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고, 곡 안의 전체 공간에서 부족하게 느껴진 빈자리들에 더욱 다채로운 멜로디들을 섞어 부족한 공간이 느껴지지 않게끔 편곡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이번 음반을 제작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첫 번째 EP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백그라운드 사운드에 중점을 많이 두었던 것 같다. FX 계열의 효과음이나 임팩트를 주는 부분, 스트링 트랙들이 꽤나 들어가 있어서 이번 앨범에서 군데군데 찾아듣는 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음반 수록곡 가운데 녹음 시 가장 힘들었던 곡은 어떤 곡이며 그 이유는 무언가.
사실 한 곡을 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앨범의 곡들은 ‘당기시오’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모든 곡의 악기와 보컬녹음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어려웠던 것 같다. 지금도 많이 어렵다(웃음).
당기시오의 가장 큰 음악적 특징은 기본적으로 포스트 그런지를 표방하지만 같은 계열의 일반적인 밴드들과 다른 보컬리스트의 음색, 그리고 미려한 멜로디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 활동하는 밴드 가운데는 이런 유형의 밴드가 거의 없는데 이러한 하드록 성향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같은 게 있나.
학창시절 만났던 당기시오 멤버들은 다함께 록 계열의 음악을 선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각자의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어떤 친구는 딥 퍼플Deep Purple, 에이씨 디씨AC/DC 같은 80년대 록을 좋아하거나 뉴 에이지, 제이-록, 국내 록 등 다들 선호하는 음악이 달랐다. 그 중 공통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장르를 모아 선택했을 때 포스트 그런지와 얼터너티브록으로 좁혀졌고, 리더인 석병관이 추구하는 음악성을 중점으로 묵직한 악기들의 연주에 드라마틱한 보컬의 멜로디를 얹어내는 지금의 당기시오만의 음악이 되었다. 물론 약간의 헤비한 리프에 조금은 덜 남성적이라 할 수 있는 보컬이 올려 진 몇몇의 해외 밴드들을 찾아 볼 순 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그 자리매김을 당기시오가 해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서우석: 린킨 파크Linkin Park, 엘르가든Ellegarden, 크라잉 넛Crying Nut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딥 퍼플,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등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록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처음 린킨 파크의 [Hybrid Theory] 앨범을 들었을 때 거친 스크리밍, 신선한 FX 사운드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저런 음악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석병관: 메탈리카Metallica, 람슈타인Rammstein, 브로큰 발렌타인, 얼터 브리지Alter Bridge다. 초등학교 때 입시학원 국어 선생님의 차에서 흘러나온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과 람슈타인의 ‘Du Hast'를 들을 때부터 록 밴드의 꿈을 길러왔었던 것 같다. 후에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을 TV에서 접하고 나서부터 밴드 퍼포먼스가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매력에 빠져 제대로 밴드를 시작해보겠다는 꿈을 갖고 밴드 당기시오를 만들게 되었다.
윤민영: 섬 포티원Sum41, 슬립낫Slipknot, 윤종신이다. 제이-팝 등의 주로 멜로디가 부각되고 전달이 매우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아티스트를 좋아하게 되면서 기타라는 악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아이돌의 노래들에서 다양한 장르를 하나의 곡처럼 소화시켜내는 결과물들에 영향을 받아, 미디를 공부하며 얻은 사운드 연구를 통해 당기시오 곡에 접목을 시켜 더욱 새로운 포스트 그런지와 얼터너티브록 장르를 만들어 내려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손진욱: 김경호, 박완규, 마일즈 케네디Myles Kennedy다. 한국 록 음악의 한 획을 그은 가수 김경호, 박완규의 음악을 들으며 밴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추구하는 음색의 특성은 슬래시Slash와 얼터 브리지로 활동하는 마일즈 케네디가 보여주는 시원하고 깔끔한 클린 톤의 느낌을 아이돌로 삼고 있다.
박종석: 줄라이July, 빅터 우튼Victor Wooten, 브라이언 마샬Brian Marshall이다. 뉴 에이지를 좋아한 멤버의 주인공은 나였다. 뉴 에이지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으며 지금도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이다. 줄라이를 통해 베이스를 시작하면서 여러 장르들을 연주할 때 빅터 우튼의 펑키한 연주 스타일과 브라이언 마샬의 유동적인 베이스라인이나 톤 메이킹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음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과 그 이유는.
서우석: ‘Last Dream’. 내가 청자라고 생각했을 때 다른 이유 없이 그저 곡 자체가 좋았다.
석병관: ‘Beyond The Grave’. 이 곡이 만들어지는 기여의 대부분을 내가 했기 때문에 자식처럼 애착이 간다.
윤민영: ‘Purge The Sign’. 당기시오 음악의 변화의 시발점으로 생각한다. 현재의 곡들이 존재하게 하는 든든한 나무 밑동이 되어주었고 전 음악과의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볼 수 있는 하나의 당기시오 만의 오디오로 기록된 시도의 메시지라 생각한다.
손진욱: ‘Beyond The Grave’. 그저 내 생각이다. 당기시오의 음악 중 가장 바람직한 음악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곡으로, 저승에 눈에 뜬 가사와 주제가 가장 마음이 들었다.
박종석: ‘Last Dream’. 당기시오 느낌을 가장 잘 살린 곡이라 생각이 들며, 곡이 드라마틱해서 5분이 넘는 곡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들린다. 특히 브리지가 가장 맘에 든다. 듣다가 끄더라도 브리지까지는 꼭 듣고 껐으면 좋겠다.
가사 내용은 주로 어디서 착안을 하나. 이번 수록곡 대표곡을 예로 들어 알려준다면.
보통 코드나 리프를 만들어 연주파트를 어느 정도 만든 후 가사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곡을 완성한다. 당기시오 노래의 가사들 대부분은 연주파트의 분위기에 맞는 주제를 몇 가지 정한 후 그 사람이 되거나 그 사람을 바라보는 3자의 입장으로 일기를 쓰듯이 적어갔지만, 이번 EP에서 타이틀곡인 ‘To Be Another Day’는 다른 곡과는 다르게 당기시오를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전국 많은 지역들에서 공연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당기시오 공연을 함께 즐겨주었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이번 만남이 끝이 아닌 다시 만날 수 있는 바람으로, 행복했던 기억만으로 남겨진 우리이길”이라는 메시지를 가사에 적어 내려갔다. 이번 앨범에서 다른 곡에 비해 좀 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 ‘To Be Another Day’는 꼭 들어보길 권한다.
기타리스트가 두 명인데 솔로는 주로 누가 담당하나.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누구 한명이 과하지 않도록 배분되어 연주를 담당한다. 두 명 다 메인 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밴드 당기시오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젊음이 아닐까 싶다.
앨범 발매 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있다면. 일단 8월 1일, 노머시 페스트에서 공연한다고 들었다.
노머시 페스트를 마친 뒤 9월 초 대구에서 단독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많은 공연들이 무산되어 단독공연 이후로는 상황이 나아질 때 까지는 라이브 공연보다 스트리밍 공연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위의 질문 말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밴드 당기시오는 검은머리 파뿌리 되어도 함께할 것이다. 한국 록 음악에 한 획을 긋는 밴드가 되겠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