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메탈 밴드 데빌루프(Deviloof)가 첫 해외 공연의 장소로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2023을 택했고, 지난 8월 12일 오후 열광적인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공연 후 팬 사인회까지 현장에서 진행한 이들을 따라 아티스트 대기실로 들어가 그들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인터뷰, 정리 김성환
한국의 록 매거진 파라노이드다.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고, 특히 대형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소감이 어떠했는지 묻고 싶다.
케이스케: 관객들 모두가 친절했기 때문에 정말로 좋았던 공연이었다.
다이키: 여태까진 일본에서만 공연하다가 해외의 페스티벌에서 처음 출연하게 됐는데, 처음에 라이브를 시작할 때는 관객들이 (우리의) 공연을 관객들이 제대로 봐줄지 걱정도 되었지만, 실제로 시작된 후 관객들도 많이 오고 같이 신나게 즐겨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칸타: 야외에서 공연을 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지하 공간에서의 공연을 해왔기에, 드럼 세트에 앉아있으면 (조명으로 인해) 관객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엔 그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전신이 되었던 올 머스트 다이(All Must Die)이후, 데빌 루프의 현재의 모습이 형성되었던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아이사쿠: 사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활동한 멤버는 케이스케와 나밖에 없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메이크업을 하지도 않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밴드의 분위기, 세계관을 형성해가는 작업을 했고, 그러면서 현재같은 메이크업과 음악적 스타일도 확립되었다.
밴드의 이름 ‘Deviloof’는 누가, 어떤 의미로 정했는지 궁금하다.
타이키: 이 이름은 내가 정했다. ‘Devil’(악마)와 ‘Proof’(증명)이라는 두 단어를 축약해서 만들었는데, 이렇게 합쳤던 단어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기에, 없었던 단어를 만들어낸다는 그 자체로 밴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밴드에 대한 소개를 하는 어떤 글에서 당신들을 가리켜 ‘비주얼 계의 가장 사나운(Brutal) 밴드’라는 표현을 읽었다. 일반적으로 일본 비주얼계 록 밴드들의 사운드와 달리 데빌루프의 음악은 메탈코어/데쓰코어 쪽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타이키: 일반적으로 비주얼계의 밴드들의 경우는 메이크업으로 강렬한 인상만 주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경우는 사나운 이미지를 더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합치는 것을 정체성으로 정했고, 그 결과 비주얼계에서도, 메탈코어 계열 신에서도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밴드 멤버들이 음악을 하면서 영향을 받았던 해외, 또는 국내 밴드들이 있다면 각자 언급해 줄 수 있나.
칸타: (가져갔던 파라노이드 매거진의 커버를 보며)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웃음) 여러 아티스트들을 좋아는 하지만, 나는 팀의 작곡을 맡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특별히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
아이사쿠: 슬립낫(Slipknot), 크립탑시(Cryptosy), 카니발 콥스(Cannibal Corpse)
레이: 도켄(Dokken), 크리스 임펠리테리(Chris Impelliteri)
타이키: 감마 레이(Gamma Ray), 앙그라(Angra), 헬로윈(Helloween),
케이스케: (슬립낫의) 조이 조디슨(Joy Jodison)을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밴드가 록 팬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은 ‘拷訊惨獄(고문지옥)’의 유튜브 뮤직비디오가 3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였던 것 같다. 밴드가 보여주는 브루털한 이미지를 잘 드러낸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이 곡과 뮤비를 통해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가.
케이스케: 사람에게는 모두 어두운 부분을 가지고 있기에, (감추지 않고) 전부 꺼내어서 그 부분들과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데빌루프의 메이크업은 어떤 뮤직비디오에서는 매우 괴기적인 의상과 메이크업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Dusky-Vision’ 등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매우 모던한 방향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비주얼계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곡에 따라 이렇게 다른 비주얼을 연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케이스케: 우리는 메이크업도 곡에 따라서 그 콘셉트를 정한다. 그래서 ‘고문지옥’의 경우는 그로테스크함과 괴기함을 담고 싶어서 그 방식을 택했고, ‘Dusky-Vision’의 경우에는 일반적 비주얼계의 멋진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다른 방식을 택했다.
한국도 그랬지만, 록 밴드들에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기에 대면 공연을 하지 못해서 꽤 힘든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 긴 2년간에는 어떻게 음악을 하고, 팬들과 소통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타이키: 카카오톡? (웃음) 농담이다(주: 일본인들은 주로 라인(Line)을 메신저로 사용한다). 사실 팬데믹이 닥쳐오기 전까지는 유럽, 라틴 아메리카 페스티벌 등에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그것들이 모두 취소가 되었다. 그래서 이후 2년간은 밴드의 이미지와 추구하는 방향성을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았고, 대신에 팬들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소통을 하는 것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그래도 2022년 드디어 토쿠마 저팬과 계약을 맺으면서 드디어 메이저 밴드가 되었다. 메이저 레이블 소속이 된 이후 밴드의 활동 면에서 특별한 변화나 인디 시절보다 수월해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케이스케: (공연을 위해) 라이브 하우스를 예약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수월해졌다(웃음).
타이키: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하는 하는 상황이 되면 매니지먼트에서 데리러 와 준다(웃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도 그러긴 했지만, 메이저 레이블이 되면서 관객들과 마주할 때, 그리고 그런 (이벤트를 위한) 계약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 변화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우리 밴드를 잘 이해해주는 레이블이어서 맘에 든다.
신보 EP [Damned]에 대해 얘기해보자. 먼저 음반의 아트워크가 그간의 콘셉트를 이어가면서도 더욱 세련되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아치 에너미(Arch Enemy)나 베이비메탈(Babymetal)의 아트워크로 잘 알려진 에가와 토시히로(Egawa Toshihiro)의 디자인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와 연결되었나. 그리고 앨범의 아트워크가 의미하는 바는.
타이키: 올 머스트 다이 밴드를 하던 시절부터 그에게 내가 속한 밴드의 앨범 커버를 부탁드리고 싶었다. 그때는 워낙 유명했던 분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었지만, 우리가 데빌루프로 이름을 짓고 활동하게 된 시점에 우연히 그분도 우리 밴드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때 처음 연락을 드렸고 재킷 디자인을 의뢰했다. 우리의 첫 정규작 [Devil's Proof](2017)부터 음반 커버를 그려주고 있다.
신보에서의 사운드는 여전히 ‘Brutal’하고 ‘Powerful’하다. 신보를 작업하면서 사운드 면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케이스케: 데빌루프는 자체 스튜디오에서 항상 녹음을 진행한다. 그래서 녹음본을 엔지니어에게 믹싱-마스터링을 보내기 전에 먼저 우리 자체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운드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그 부분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수록곡들은 언제 작업이 이뤄졌고, 제목을 ‘저주받은(Damned)’로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케이스케: 이 세상 자체가 매우 어지럽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비가 오는 날에 가사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어딘가를 걷고 있었는데, 길에 붙어있던 배설물을 밟게 되었다. 그때 바로 머릿속에서 떠오른 단어가 바로 ‘젠장(Damn)!’이었고, 그래서 앨범 제목을 이 단어로 정하게 되었다.
올해부터 10개국 이상의 국가를 도는 투어를 계획하고 있고, 그중 한 곳으로 한국을 택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해외 공연을 하는 일정 사이에도 꾸준히 클럽과 소공연장 공연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밴드에게 공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타이키: 우리는 큰 스케줄이 있는 사이에 틈이 있을 때 항상 꾸준히 전국의 클럽을 돌면서 음악을 꾸준히 하는 그 자체를 좋아한다. 공연은 우리에겐 생활과 같다.
타이키는 할머니께서 한국인이라고 들었다. 한국에 대해서 할머니께 어떠한 얘기를 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타이키: 한국 사회는 참 엄청난 학력사회라고 들었다(자신의 두발을 가리키며) 이렇게 빨간 머리를 하면 친척들과도 어울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웃음).
영/미권 록 신에서도 이제는 새로운 헤비메탈 밴드들이 주류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일본에서는 메탈 밴드들이 꾸준히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음반을 발표하며 활동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현재 일본의 헤비메탈 신의 모습, 또는 비주얼계 밴드 신의 모습은 어떤지 말해 줄 수 있을까.
타이키: 일본도 헤비메탈 신이나 비주얼계 신의 경우는 상황이 솔직히 ‘절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등장하는 밴드의 수도 (과거에 비해) 많지 않고, 공연에 오는 관객들도 줄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진짜 음악을 하는 열정을 갖고, 계속해서 음악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밴드들은 여전히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데빌루프도 그런 밴드가 되고 싶고, 그런 밴드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늘 공연을 본 한국의 록/메탈 팬들에게, 데빌루프의 음악을 듣게 될 한국의 록/메탈 팬에게 당부의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케이스케: 한국 팬들은 전부 피부가 좋아 보인다. 부럽다. 나도 한국 팬들처럼 피부가 좋아지고 싶다. 사랑합니다! (웃음)
아이사쿠: 보통 헤비메탈 음악이라고 하면 음악팬들이 무섭고,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관객들이 매우 즐겨주셔서 오히려 그 때문에 우리가 기분이 좋았다. 정말 감사한다.
칸타: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 우리의 음악이 그걸 바꿔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레이: 처음으로 해외에, 특히 한국에 공연을 하러 온 것이라 두려움도 있었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관객들의 미소와 즐기는 모습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우리가 하는 라이브에도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타이키: 오늘 공연이 정말 즐거웠고 한국에 처음 온 것이었지만, 우리를 본 관객들이 앞으로도 팬으로서 우리를 서포트해주면 좋겠다. 주변 친구에게도 데빌루프의 존재를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
케이스케(Keisuke 보컬), 레이(Ray 기타), 다이키(Daiki 베이스), 아이사쿠(Aisaku 기타), 칸타(Kanta 드럼)로 구성된 일본의 5인조 메탈 밴드 데빌루프는 비주얼계의 이미지적 전통과 데쓰코어(Deathcore) 사운드를 융합하여 개성 있는 그들만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팀이다. 2015년 10월 첫 싱글 ‘Ruin’으로 공식 데뷔한 이들은 첫 EP [Purge](2016)를 통해 데쓰코어 뿐만 아니라 브루털데쓰, 그라인드코어 등의 사운드를 추가해 오리콘 인디즈 차트 1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고, 이후 3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비주얼계와 헤비메탈 양쪽 신에서 동시에 인정받아왔다. 지난 2022년 마침내 토쿠마 저팬과 계약을 맺고 메이저 데뷔에 성공한 이들은 신작 EP [Damned](2023)를 발표하면서 보다 넓은 세계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37호 지면에 실린 데빌루프 인터뷰 기사입니다. 한정된 지면 관계로 전문을 옮기지 못한 인터뷰 내용 전부를 웹을 통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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