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태호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블러(Blur), 라디오헤드(Radiohead), 스웨이드(Suede)가 아직 아홉 번째 정규 앨범에 멈춰있다. 반면 기념 앨범, 컴필레이션, 솔로 앨범 발매를 이어가며 3년 공백조차 허용하지 않은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는 올해 열다섯 번째 앨범을 공개했다. 비평가처럼 “우린 1960년대 밴드 같아”라며 다작의 저주를 탓하는 장본인은 역시 니키 와이어(Nicky Wire)다. 성공만큼 밴드에 깊게 뿌리내린 실패를 언급한 자조적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
브렉시트, 사이버 불링, 빅테크 기업들의 횡포와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혼란기에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상실감에 기인한 [The Ultra Vivid Lament] 이후 노쇠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앞선 앨범에서 반동하는 성향을 헤아리면 기우라는 걸 알면서도. 편향되지 않게 시야를 넓힌 밴드는 예리하면서 따뜻한 ‘음악의 대화’를 건넨다. 일련의 과정을 회상하며 만든 ‘Deleted Scenes’는 도입부 비트가 힘차고 구성이 단출하다. 소셜 미디어의 폐단을 경계하는 직설 화법은 순수한 멜로디로 감싼다.
※ 파라노이드 통권 40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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