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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ISSUE/JULY + AUGUST 2013

Deafheaven, 블랙-스크리모-앰비언트메틀



10분이 넘는 긴 호흡의 곡과 다소 짧은 곡이 반복되는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 각종 사운드 샘플링 등을 통해 무채색의 사운드에 다양한 명도를 심어준다. 흑백사진이 주는 강렬함과 섬세함의 매력에 닮아있달까. ‘Please Remember’에서 ‘Vertigo’로 이어지는 20분은 그 중에서도 백미다.


스크리모 계열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블랙메틀이었다. 블랙메틀의 고전들에 담긴 단순한 코드 진행(9분도 코드 세 개면 끝이다), 지독하게 스트로크로 일관하는 기타, 극으로 가 버린 날카롭게 찢어진 악기 소리, 성대를 갈아버릴 듯한 보컬, 단순한 패턴의 드러밍과 크래시 심벌의 남발.... 기본적으로 비슷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디 얘기할 데가 없었다. 솔직히 하드코어 펑크의 진화니, 포스트락의 새 장이니 하는 빤짝빤짝한 수사의 성찬들 속에서 스크리모를 감히 북유럽의 음습한 음악과 닮았다고 들이밀 자신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요런 얘기 정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할 수 있었다.


글 조일동 | 사진제공 Deathwish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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