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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ISSUE/JULY 2014

Valensia, 30년에 걸친 ‘Gaia’ 3부작의 마무리, 그리고 마지막



깜짝 놀랐다. 발렌시아의 신보라니. 한 때 그렇게 좋아했지만, 언젠가 머릿속에서 잊힌 뮤지션이 되었다는 게 어쩌면 그가 신보를 발표한다는 이야기보다 더 놀라웠다. 그냥 일상적인 ‘신보’의 개념이 아니고 ‘12년만의 정규작’. 타이틀에 들어간 ‘Gaia’, 그리고 ‘마지막 앨범’이다.


글 송명하 | 사진제공 Evolution Music


사실 국내에서 락음악을 좀 오래전부터 들었던 사람들은 소위 ‘빽판’이라고 부르는 복사판으로 새로운 음악을 들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애호가들에게 1990년대 초반은, 어쩌면 가장 궁핍한 시대였다. 그 전까지는 심야방송에서 들었던 음악들 가운데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음반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방송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빽판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레코드숍에 입고되곤 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음악 미디어 시장은 LP에서 CD로 급격하게 전환됐다. 신보들은 아예 CD로 발매되었고, 해외 수입반들을 그 틀로 사용하던 빽판으로는 더 이상 신보를 소유할 수 없었다. 수입 CD들은 빽판은 물론 라이선스 LP에 비교할 수 없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고, 그나마 정식 수입이 아니라 장르에 특화된 소매상들에서 소량만 갖춰놓는 바람에 구하는 건 그렇게 쉽지 않았다. 발렌시아(Valensia)의 데뷔앨범 [Gaia](1993)는 그래서 수집가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음반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다. 심야방송을 통해서나 들을 수 있었고, 컴퓨터 통신 음악 동호회의 ‘음감회’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음반. 국내에 정식 공개된 건 그보다 한참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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