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 앨범에서 퍼플(Purple)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걱정부터 앞섰다. 우려의 포인트는 세 가지였는데 먼저 지난 번 내한공연 때 ‘Burn’과 ‘Soldier Of Fortune’을 간당간당 부르던 데이비드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의 목 상태, 두 번째로 방대한 딥 퍼플(Deep Purple)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커버데일의 이름이 오른 건 단 세 장(그마저도 [Come Taste The Band]의 주인공은 그가 아닌 토미 볼린(Tommy Bolin)이었다)이라는 물량적 한계, 그리고 지금의 화이트스네이크 멤버들이 70년대 딥 퍼플 멤버들의 연주를 과연 성공적으로 재연(또는 변주)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그 세 번째였다. 늘 적중한다는 불안한 예감이 이번만큼은 틀리길 바랐으나 아쉽게도 글쓴이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추억을 팔아 이익을 보려는 소속사의 압력이었건, 전성기를 그리워한 커버데일 본인의 의지였건 [The Purple Album]은 맥 빠진 백전노장이 딥 퍼플 앨범 세 장을 무리하게 우려먹은 방향상실의 앨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글 김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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