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김원석
천체물리학에서 ‘블랙스타(Black Star)’는 블랙홀로 완전히 붕괴하기 직전의 천체로 거론된다. 그 내부는 이미 중력에 의해 무너졌지만, 표면에서는 마지막 남은 에너지의 압력과 방사로 인해 잠깐 어둠 속에서 자신을 태우는 별처럼 보일 것이라 한다. 직접 관측된 적은 없으나, 이론적으로 그 빛은 눈 부신 백색이 아니라 깊고 묵직한 흑암 색의 광휘일 것이라 상상하고 싶다. 완전한 죽음 직전의 순간 마지막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어두운 불빛,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블랙스타의 모습이 아닐까. 대중음악의 역사, 헤비메탈의 역사 속에서도, 그러한 어둠의 빛을 발산한 존재가 있었다. 1970년, 영국 버밍엄의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가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세상에 비춘 불빛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불안과 공포, 신경증적인 두려움을 음악으로 형상화했고, 그 어둡고 사악한 빛은 전 세계로 번져 나가며 시대의 감수성을 뒤흔들었다.
※ 파라노이드 통권 41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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