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IN CHAINS, 시애틀 ‘그런지’ 역사에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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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앨리스 인 체인스가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Alice In Chains](1995)를 끝으로 사라질 줄 알았다. 7년 뒤 메인 보컬리스트 레인 스탤리가 삶을 마감하며 그 끝장은 더 구체화 됐고 앨리스 인 체인스는 너바나, 사운드가든과 함께 시애틀의 추억을 짊어질 유령처럼 보였다. 그러나 앨리스 인 체인스에는 아직 메인 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인 제리 캔트렐이 있었다. 90년대 세계 록의 유행을 이끈 그런지에만 묶어두기엔 너무나 탁월했던 한 헤비메탈 밴드의 부활은 그렇게 레인 스탤리가 죽고 무려 14년이 지나 이뤄졌다. 거기엔 3집에서 마이크 스타 대신 베이스를 잡은 마이크 아이네즈와 리듬 기타 치며 노래하는 윌리엄 듀발, 그리고 원년 멤버인 션 키니(드럼)가 있었다. 신보 [Rainier Fog]는 2009년부터 꾸려진 이 새로운 앨리스 인 체인스가 내놓는 세 번째 작품, [Facelift](1990)에서 따지면 통산 여섯 번째 앨범이다.
글 김성대 


“윌리엄 듀발 목소리, 정말 레인 스탤리랑 똑같더만.”
“그래서 영입한 거잖아.”

얼마 전 술자리에서 동료 평론가들과 [Rainier Fog] 얘길 나누다 나온 얘기다. 맞다. 제리 캔트렐(Jerry Cantrell)이 윌리엄(William DuVall)을 데려온 건 무엇보다 잠자던 레인 스탤리(Layne Staley)를 그가 깨웠기 때문이었을 거다. 한때 레인 스탤리가 없는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는 상상할 수 없었고 상상해선 안 됐다. 팬들은 저니(Journey)의 아넬 피네다(Arnel Pineda)는 인정할 수 있어도 퀸(Queen)의 폴 로저스(Paul Rodgers)와 아담 램버트(Adam Lambert)는 인정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나른하고 박력 있는 앨리스 인 체인스의 음악에는 약물 같고 절망 같고 자살 같았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당위의 포석일까. 신보를 작업한 곳이 레인 스텔리와 마지막으로 녹음한 스튜디오 엑스(Studio X, 1995년 셀프 타이틀 앨범을 녹음한 배드 애니멀스 스튜디오Bad Animals Studios의 바뀐 이름)라는 사실은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나른한 박진감. 엘리스 인 체인스 음악을 얘기할 때 헤비메탈과 사이키델릭을 함께 얘기하는 이유다. 그들은 그런지 밴드이면서 슬러지(sludge metal) 밴드이기도 했다. 아니, 그들은 스타일 면에서 차라리 헤비메탈의 대안(alternative)이었던 슬러지 메탈에 더 가까웠던 팀이다. 28년 전 ‘Love, Hate, Love’, ‘Confusion’이 토해낸 먹먹한 헤비니스, 26년 전 ‘Rooster’가 들려준 눅진한 파열이 모두 그런 응축과 휘발 사이에서 요염하게 곤두박질 친 저음의 세례였다. 그들 음악은 잡아끌고 늘어뜨리고 거칠면서 질척이는 음악이다. 영화로 치자면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의 강박적 핸드 헬드 카메라와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Orozco)의 고요한 롱테이크가 공존하는 그런. 제리 캔트럴은 그 순결한 오염의 소리 세계를 사랑했다. 이번 앨범에서 퐁당퐁당 그 세계를 그려나가는 ‘Red Giant’와 ‘Drone’, 그리고 자욱한 헤비 톤을 뽑아내는 ‘So Far Under’는 그 좋은 예들이다.

[Rainier Fog]는 반만 그런지였던 앨리스 인 체인스가 사운드가든, 마더 러브 본(Mother Love Bone), 머드허니(Mudhoney), 스크리밍 트리스(Screaming Trees), 그리고 너바나(Nirvana)가 활약했던 90년대 시애틀 신(scene)에 바치는 작품이다. 제리는 그 뜻을 밝히려 앨범 타이틀도 시애틀의 자랑인 마운트 레이니어(Mount Rainier)에서 부분을 썰어왔다.

음악은 여전히 좋다. 앨리스 인 체인스는 레인 스탤리 ‘같은’ 보컬만 있다면 언제나 앨리스 인 체인스일 수 있다는 걸 이번 앨범은 다시 한 번 증명한다. 그 말은 제리 캔트렐이 없는 앨리스 인 체인스는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에 지미 페이지(Jimmy Page)가 없으면 안 되는 이유와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새 앨범은 마치 헤비메탈, 블루스, 로큰롤, 펑크를 모두 먹어 삼킨 90년대 공룡 밴드의 사자후처럼 들린다. 과거 ‘Scalpel’ 같은 곡이 들려줬듯 블랙 새버쓰(Black Sabbath)와 지지 탑(ZZ Top)을 지지하고 AC/DC의 ‘Night Prowler’와 엘튼 존(Elton John)의 ‘Madman Across The Water’,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Rumours]를 함께 좋아하는 캔트렐의 취향은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Fame’에서 영감을 얻은 ‘The One You Know’ 같은 곡에서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다. 물론 기타 연주 분위기와 느낌에서 에어로스미쓰(Aerosmith), 레드 제플린이 들린다고 <롤링스톤>이 지적한 록발라드 ‘All I Am’도 놓칠 수 없긴 마찬가지. 제리 캔트렐은 정통과 진화(進化), 폭발과 진화(鎭火) 사이에서 길을 잃을 뻔한 자신의 밴드를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곳에 기어이 데려다놓았다. 거장이 된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 끝에 이르러서도 방향만 바꾸면 또 다른 시작이라는 세상의 그럴 듯한 말들을 캔트렐은 보란 듯 자신의 밴드에 응용했다. 비록 <피치포크>는 레인 스탤리와 마이크 스타 대신 들어온 듀발과 아이네즈(Mike Inez)가 앨리스 인 체인스를 완전히 다른 밴드로 이끌고 있다며 재를 뿌리곤 있지만, 적어도 [Rainier Fog]를 듣고 있는 지금에서라면 그 속 좁은 견해는 잠시 접어두고 싶다. 앨리스 인 체인스에는 제리 캔트렐이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RAINIER FOG
2018 ○ BMG


 

Alice In Chains, 2기 역사의 순조로운 진행

앨리스 인 체인스의 신작 [The Devil Put Dinosaurs Here]가 발매 첫 주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랐다. 물론, 전성기 때만큼의 엄청난 판매고를 동반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밴드의 네임 밸류가 가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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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