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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DE, 음산한 아름다움을 지닌 드라마.

글 윤태호

2003년 해체를 선언했던 스웨이드(Suede)가 다시 움직인 것은 2010년이다. 10대 암 환자를 돕는 자선단체 ‘틴에이지 캔서 트러스트(Teenage Cancer Trust Shows)’ 공연의 일환으로 로얄 알버트 홀에서 공연을 펼친 이후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2013년에 발매된 여섯 번째 정규 앨범 [Bloodsports]는 스웨이드의 완벽한 복귀를 알렸다. 완성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이 앨범은 [Dog Man Star]와 [Coming Up]이 교차한다는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의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90년대가 부럽지 않은 수작이었다.

이후 밴드는 순항을 이어갔다. 2016년에 발표한 [Night Thoughts]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작을 의식하지 않고 ‘완벽한 앨범’을 만드는 것에 주력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신비한 사운드와 탐미적 표현이 돋보인, 비장한 오프닝부터 웅장한 마무리까지 빈틈을 찾을 수 없는 걸작이었다.

계속된 성공으로 탄력을 받은 밴드는 새 앨범 [The Blue Hour]에서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스포큰 워드 배치,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ity Of Prague Philharmonic Orchestra)의 참여, 필드 레코딩 도입 등 전에 없던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혔다. 또한, 에드 불러(Ed Buller) 대신 앨런 모울더(Alan Moulder)가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며 변화된 사운드를 예고했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볼 수 있는 짙은 하늘을 의미하는 앨범 타이틀은 어두우면서도 본연의 색채를 잃지 않는 음악들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장엄하면서 장황하지 않다. 브렛 특유의 창법도 여전하다. 단번에 스웨이드라는 걸 알 수 있으면서도 새롭다.

앨범은 어둡고 무거운 톱 트랙 ‘As One’부터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어둠이 다 걷히지 않던 쌀쌀한 새벽에 ‘Introducing The Band’를 듣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드라마틱한 오프닝이다. 익숙한 전개와 매혹적인 보컬에서 감정의 동요를 느끼게 되는 ‘Wastelands’는 낯설고 황량한 곳으로의 초대를 본격화한다.

비장한 ‘Chalk Circles’와 리차드 오크스(Richard Oakes)의 리프를 중심으로 과감하게 나아가는 ‘Cold Hands’를 지나 ‘Life Is Golden’에 도달했을 때의 감동은 선공개 싱글로 들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명곡 ‘The Wild Ones’에 비견되는 이 곡은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버려진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황무지에서 한 줄기 빛을 보여주는 방식은 과거보다 자연스럽다.

후반부에 배치된 ‘All The Wild Places’, ‘The Invisibles’, ‘Flytipping’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앨범을 마무리하는 서사시다. 우아한 오케스트라와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반으로 마지막까지 균형을 잃지 않고 자연스러운 진화를 이뤄낸다. 결성 30주년을 앞두고 ‘90년대에 인기를 누린 밴드’로 기억될 수도 있었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스웨이드는 [The Blue Hour]를 3부작의 완결이라고 언급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걸작을 연이어 발표했던 90년대 부럽지 않은 스웨이드의 2막 3장이 이렇게 마무리됐다. 순탄치 않은 여정 속에서 더 현명해졌고, 삶과 음악을 자연스럽게 융화했다. 음악만큼은 과거형이 될 수 없는 스웨이드의 새 앨범은 ‘2018년 베스트’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THE BLUE HOUR
2018 ● Warner Music


 

Suede, 데뷔 초의 신선함과 새로운 화두를 담아낸 [Night Thoughts] 발표

그룹 결성 27년을 지나며 한 차례의 해체와 재결성을 거듭한 브릿팝의 대명사 스웨이드의 이번 앨범은 어둡지만 유연하며, 여전하지만 진보적인 맥을 지니고 있다. 글 고종석 | 사진제공 Warner 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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