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THLY ISSUE/WEB ONLY

PEARL JAM, 30주년을 맞이한 그런지 제왕 펄 잼의 7년만의 신보.

글 박현준

80년대 후반 시애틀 언더그라운드 신의 스타 밴드였던 마더 러브 본(Mother Love Bone)의 보컬 앤드류 우드(Andrew Wood)가 약물로 인해 세상을 떠난 후 기타리스트 마이크 맥크레디(Mike McCready)와 보컬 에디 베더(Eddie Vedder)가 좌초해버린 마더 러브 본에 합류 펄 잼(Pearl Jam)이란 팀을 만든 것이 30년 전인 1990년이다. 차트 지향적인 팝적인 헤비메탈의 득세하던 시기에 그런 속세(?)의 음악이 아닌 록 음악이 등장한 이래로 꾸준하게 외쳤던 기성세대를 향한 외침과 시대정신의 부활을 가져온 펄 잼의 등장은 당시 음악계의 혁명과도 같은 순간이었으며, 당대가 찾던 새로운 영웅의 등장이었다. 록 역사상 가장 뛰어난 데뷔 앨범 [Ten]은 록 역사의 위대한 바이블 중 하나로 꼽히며 오늘날까지도 90년대 록 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회자된다. 

그런 펄 잼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이다. 90년대 X세대를 대변하는 목소리 중 하나였고,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 적인 밴드 중 하나였기에 펄 잼의 팬들은 언제나 마음속에 그런 야수와도 같고, 질주하는 밴드의 이미지만을 기억하며, 그런 모습만을 원하고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2000년대 이후에 공개했던 몇 몇 앨범은 과거의 위대했던 시절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결과물도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 때문에 펄 잼은 더 이상 예전의 펄 잼이 아니라는 강경 팬들의 의견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제왕이란 타이틀은 아무에게나 쓰지 않는다. 대장주는 죽지 않는다는 주식판의 격언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펄 잼은 그런지 신의 대장주이며, 제왕의 타이틀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90년대 록 신 최후의 생존자이자 끝판왕이다. 그런 그들이 2013년 [Lighting Bolt] 앨범 이후 7년 만에 공개한 새 앨범 [Gigaton]은 일단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빙벽을 배경으로 한 커버 상단에 심전도로 표기한 밴드의 로고 타입부터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TNT 10억톤 분의 폭발력 단위를 가리키는 ‘Gigaton’을 타이틀로 한 앨범 커버로서 제격이다)하며,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준다. 앨범 발매 이전에 선행 싱글로 발표한 ‘Dance Of The Clairvoyants’는 지금까지 펄 잼의 모든 디스코그래피 및 싱글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임과 동시에 가장 신선한 트랙으로 꼽아도 좋을 정도로 인트로부터 펄 잼의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펄 잼의 곡명에 댄스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데, 감각적인 신시사이저 믹스가 어우러지는 그루브한 감각이 펄 잼의 음악이 맞나 싶을 정도다. 마치 밴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이곡에 대해 베이시스트 제프 아메트(Jeff Ament)는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듯 했으며, 대단히 즐거웠다”라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곡이 공개된 후 “펄 잼이 디스코 앨범을 내려는 것 아닐까”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니 팬들도 어지간히 신기했었나보다. 

하지만, 이런 팬들의 우려와 달리  발빠르게 공개된 후속 싱글들을 통해서 우려는 기우였음을 일깨워줬는데,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꼽을만한 ‘Superblood Wolfmoon’은 펄 잼 특유의 박력과 에디 베더의 동물적인 보컬 센스가 여전한 빛을 발하면서 기존 팬들에게 친숙한 감흥을 전하며, 쿵쾅거리는 70년대 하드록 스타일의 오프닝 트랙인 ‘Who Ever Said’의 에너지도 뜨겁다. 그런가하면 내면의 감성적 본질에 접근하는 트랙들인 ‘Alright’이라든가, 상실과 슬픔의 여운이 담겨있는 ‘Seven O'Clock’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며, 기타리스트 스톤 고사드(Stone Gossard)가 만든 ‘Buckle Up’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Primum non nocere)”라는 유명한 격언을 소재로 삶과 죽음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펄 잼의 음악에 처음으로 여성 백 보컬이 가미된 ‘Take The Long Way’도 인상적인 트랙이다. 하지만 2018년 미투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공개한 싱글 ‘Can't Deny Me’는 이번 신작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어느 덧 멤버들 모두가 50대 중반을 지나고 있다. 1999년 합류한 드러머 맷 카메론(Matt Cameron)을 제외한 멤버 모두가 마더 러브 본 직후부터 함께해오고 있는 가운데, 신작은 30주년을 맞이한 기념앨범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여전히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고자 하는 밴드의 의지에 포커스를 맞춘 모습이다. 밴드의 리즈 시절의 폭발력 있는 에너지와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트랙들이 적절히 공존하고 있다. 싱글 단위의 스트리밍이 대중음악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펄 잼의 신작 [Gigaton]은 57분이란 시간을 들여서 감상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록 앨범이다.

GIGATON
2020 ○ Universal Music


 

Pearl Jam, 멈추지 않는 시애틀의 심장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장수(長壽) 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펄 잼의 행보가 새삼 놀랍기만 하다. 사실 펄 잼은 단명하기 쉬운 락 밴드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다. 처음 밴드의 인기가 스스로

www.paranoidzine.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