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래쉬메탈과 얼터너티브록의 기운이 교차하던 1990년대 초반, 스래쉬메탈을 조심스레 밀어내며 자신들만의 음악적 이데아를 쌓기 시작했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신보 [Unlimited Love]가 지난 4월에 발매되었다. 명작 [Blood Sugar Sex Magik](1991) 당시 라인업인 존 프루시안테와 릭 루빈이 다시 합류해서 제작된 이 음반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진가를 여지없이 확인해 내고 있다.
글 고종석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음악은 다채로움 속에 진중한 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 묘미(妙味)다. 이들의 음악에는 언제나 ‘미묘한 재미’나 ‘흥취’가 풍성하게 존재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또한 절묘(絶妙)하기까지 하다. 스무 살 초반에 데뷔했던 이들이 어느덧 육십 가까운 나이에 접어들면서 통산 열두 번째 음반 [Unlimited Love]를 발표했다. 이 음반은 4명의 악동들이 다시 한 번 음악에 순응(順應)하는 과정 속에서 제작되었고, 이전에 성공했던 작품들에 버금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그 어느 유명 밴드보다 다양한 음악적 색감을 펼쳐 보여 온 팀이다. 결성 이후 40년이 지나는 동안 멈춰진 듯, 사라질 듯, 또 새로움을 더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17곡을 수록하고 7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닌 이번 앨범에서 눈여겨 볼 점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음악의 맥이 여러 각도에서 냉철하게 초점을 맞추고 완성되어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 파라노이드 통권 34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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