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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COCO, 유튜버라는 틀에서 벗어나 양지로 나아가고 있는 여성 기타리스트

나코코와 다운헬의 조인트 무대 (사진제공 노머시 컴퍼니)

2022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인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기타 연주를 다양한 콘셉트와 함께 선보이면서 많은 팬을 모아온 여성 기타리스트 나코코(Nacoco)는 지난 3월 자신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EP인 [Blood Moon]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양지의 록 음악 세상으로 자신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7일에 거행된 노머시 페스트(No Mercy Fest)의 2025년 공연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유튜브 팬들을 넘어 일반 록 팬들에게도 제대로 인사를 건넨 그녀를 공연 직전 웨스트브릿지의 아티스트 대기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정리 김성환, 허희필

 

먼저 첫 EP [Blood Moon]을 발표한 것을 축하한다. 기타 유튜버로 출발해서 이제는 정식 프로 뮤지션으로 인증을 하게 된 셈인데, 첫 음반 발매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생각보다 앨범을 제작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곡 쓰는 것도 어려웠는데 그래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배운 것도 많았고, 재밌는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취미로든, 그 이상의 마음이든,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20대 초반에 친구가 너무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다가 그 애니 속 내용에서 주인공이 기타를 치면서 친구들이 많아지는 걸 보고 나도 기타를 쳐 보자라고 시작했던 건데,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되면서 시청자들이 이런저런 곡을 연주해 달라 요청하면서 신청곡을 받다 보니 그냥 그 흐름대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사실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어떤 이들은 취미로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직장인 밴드나 인디 밴드에 가입하거나 본인이 결성하려고 사람들을 모은다던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 본인의 기타 연주를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부터 만들었다. 왜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는가.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당시엔 직장인이었기에 (월급만으로는) 돈이 부족해서 용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했다. 다른 분들도 하는 거 보니까 재밌게 잘하더라.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그냥 가볍게 시작했던 거다.

현재 채널 구독자 수를 보니 벌써 92만명을 넘겼음을 확인했다. 좀 있으면 100만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인데, 이 정도로 네티즌과 음악 팬에게 반응이 좋을 것이라 예상했었는가.

처음에는 전혀 예상 못 했다. 처음엔 그냥 구독자 1만 명 정도면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건 생각보다 금방 넘어섰고, 이렇게까지 잘된 건 운이 매우 좋았던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나코코 채널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일단 꾸준하게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고, 실제로는 약간 사람들이 잘 안 하는 짓을 하니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본인이 지금까지 업로드한 영상 중에서 한 가지는 자신의 연주 결과를 기준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영상, 또 하나는 영상의 구성이나 콘셉트, 재미의 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상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아무래도 지금 조회수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デビルマンのうた(데빌맨의 노래)’(나가이 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1972년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커버한 영상이 있는데, 원곡에 기타 파트가 거의 없는 노래라서 직접 많이 만들어서 넣었고, 의상 콘셉트도 많이 생각해 촬영했던 건데 그만큼 성과가 나오니까 아무래도 그만큼 기억에 남는다. 구성면에서 의외로 연주 영상이 아니고 공연 스케치 같은 걸 찍은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었는데, 그런 브이로그 같은 일상성이 있는 게 또 재밌더라.

 

 

어쨌든 기타 연주가 중심인 채널이니까, 지금까지 쭉 이어온 과정에서 본인이 이렇게 연주 테크닉이나 주법 같은 것에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기타리스트가 있을까.
특별히 영향을 받은 사람은 솔직히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예를 들자면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곡에서 2~3곡을 카피해 보는 식으로 조금씩 여러 아티스트의 연주를 커버해 봤기에 아마 그 모든 아티스트의 영향이 조금씩은 다 있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 으로는 마티 프리드먼(Marty Friedman)이 있던 시기 메가데쓰(Megadeth)의 음악들을 매우 좋아한다. 차에서 재생해 놓고 운전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리를 계속 돌리면서 운전할 수 있다.

 

영상에서 보면 일본어로 인터뷰하는 영상들도 올라오고, 일본어를 하는 모습도 매우 자연스럽다. 혹시 일본어 공부는 거의 애니메이션으로 했다고 봐도 될까. 언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열심히 보게 되었나.
학창 시절에 워낙에 친구가 없다 보니까 현실에서 좀 도피하고 싶어서 하나둘씩 보기 시작한 게 어느새 푹 빠져서 그 덕분에 일본어도 할 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워낙 많은 작품을 봤지만, 그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작품이라면 아마도 케이온(K-ON!)’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덕에 내가 지금 기타를 연주하고 있으니까.

 

그러면 걸즈 밴드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지금도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

그렇다. 요새도 그런 류의 신작이 나오면 항상 보고 있는데, 잘 안 나오더라.

개인적으로 나코코의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아니었지만, 베이시스트 에이치제이 프릭스(HJ Freaks)와 함께 촬영한 미팅 합주 영상을 가장 재미있게 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사람이 함께 인천 클럽 노크에서 특별한 조인트 공연도 했는데, 그 공연은 그 영상을 통해 처음 만나서 기획된 것인가.

그렇다. 그 촬영 때 처음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약간 요렇게 소개팅 느낌으로 진행했던 건데 그날 진짜 그분을 처음 대면했다. 물론 약간 사전에 메신저로 주고받은 건 있었지만.

 

공연 예매가 순식간에 매진이 될 정도로 팬들의 화제가 됐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을 텐데, 함께 공연해 본 소감은 어땠는가.
뭔가 한참 지난 느낌이라 잊어버린 기억도 많지만, 진짜 대선배가 옆에 있다는 느낌이라서 쪼그라드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풀 밴드가 아니라 두 사람만 MR에 맞춰서 연주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EP [Blood Moon]은 아직은 일본에서만 공식적으로 발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음반은 언제쯤부터 준비가 되고 진행이 된 것인가.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던 작업이기는 했다. 현재 소속사와 계약을 할 때부터 계획된 것이었으니까. 202411일에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올해 목표는 올해 안에 앨범을 내겠다고 시청자들과 약속도 했었다. 한 해를 넘겨 이제야 나왔으니 사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음반의 전곡을 다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앨범 제작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기타 파트 외에 다른 세션들은 모두 일본 뮤지션으로 보이는데, 맞나? 보컬은 누구의 목소리인가.

그렇다, 일본에서는 매우 경력이 오래된 분들인데 도와주러 오셔서 같이 재밌게 작업했다. 보컬과 코러스는 리나(LinA)라는 분이 담당했다.

 

5곡을 쭉 들어보면 제이-록/메탈 스타일 곡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곡을 고른다면 어떤 거를 꼽을 수 있을까.
일단은 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도 썼고 개인 취향이 들어간 곡도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타이틀 트랙 ‘Blood Moon’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수록곡의 작곡은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는가.
처음에는 한 곡의 노래를 완성하기보다 그냥 기타 연습을 예전부터 하면서 뭔가 간단한 프레이즈라던가 4마디/8마디의 음률을 만들면 그냥 미디로 찍어서 저장해 놓고는 했다. 처음엔 그것이 이렇게 곡으로 활용될 줄은 몰랐다. 그러다가 팬들과의 약속도 있고, 유튜브도 갑자기 급성장하면서 욕심이 생겨서 그때부터 하나의 멜로디를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현재 이 CD를 사지 않으면 지금 이 음반의 곡을 온전하게 들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언제쯤 국내에서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을까.
지금 일본(의 현재 소속사)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다려 준다면 조만간 들을 수 있을 거다.

지난 3월에 오사카-나고야-요코하마 등으로 이어지는 앨범 발매 기념 일본 투어를 진행했다. 팬 미팅 형태가 아닌 첫 일본 투어를 마친 소감도 들어보고 싶다.

투어도 처음 해보고 밴드 공연도 처음 해본 거라서 걱정도 많이 됐는데, 8번의 공연을 하면서 첫 번째 공연과 마지막 공연을 비교했을 때 공연하는 내 모습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세션 멤버지만 뭔가 단합되는 느낌도 있었고. 스스로 바뀌니까 관객들의 분위기도 처음에는 하면서 구경하는 느낌에서 나중엔 같이 즐기는 느낌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 내 페스티벌 형식의 공연에서 연주하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오늘 노머시 페스트에 참여하는 각오를 말해줄 수 있을까.

오늘도 원래는 밴드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솔로 공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금 주눅이 들 수 있는데,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최대한 그래도 즐기다가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번 공연 이후 앞으로의 오프라인에서의 활동 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

일단 일본 내 활동을 위해 일본 소속사가 있는 곳 근처로 이사할 계획이다. 이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이 크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본격적으로 나코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할 계획을 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형식으로 멤버를 모집하고 이후에 밴드 멤버들을 공개하는 기념 공연도 잡혀있다.

 

마지막으로, 파라노이드 독자들과 나코코의 음악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한다.

앞으로는 유튜버라는 틀에서 벗어나 가지고 진짜 정식 프로 데뷔를 하는 느낌으로 기존의 콘셉트와 좀 달라지면서 양지로 나가는 그런 모습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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