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년째 헤비메탈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알고 있다시피 지나온 시간 중에는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을 비롯해 많은 외부 요인이 행사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행사는 11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시작부터 문래메탈시티를 기획/제작하고 있는 이승혁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정리 송명하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문래메탈시티(Mullae Metal City, 이하 MMC)를 기획/제작하고 있는 이승혁이다. 12년간 MMC라는 타이틀로 한국의 메탈 신과 함께하면서 진심으로 메탈을 사랑하게 되었고, 다양한 기획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분야는 장소에 가장 어울리는 예술을 탐색하고 제작하는 ‘장소 특정적’ 기획이다.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어떤 풍경과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매년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프로젝트가 MMC가 되어 버렸다. ‘메탈 공연 기획자’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얻게 된 셈이다.
MMC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메탈 음악을 좋아했다. 그러다 2013년도쯤 문래동에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문래동은 정말 다양한 예술을 하는 젊은 예술가가 모여들었던 시기였는데, 나도 그중 하나였다. 뜻이 맞는 몇 명의 친구와 문래동에 와서 ‘스페이스문’이라는 공연장을 운영했고 ‘어반아트’라는 예술가 레지던스 및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문래동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레 문래동의 특성을 살린, 여기서만 통하는 예술을 기획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문래역에 내려 메탈 음악을 들으며 공연장까지 걷는데, 그 짧은 거리조차도, 무대에 오르기 전 백스테이지를 지나는 메탈 뮤지션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문래동에서 마주하는 풍경(예컨대 공장들, 쇳내,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 용접불꽃 같은 것들)이 내 안의 메탈 감성과 너무 완벽하게 겹쳤다. 문래동 거리의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메탈의 세계에 들어서는 완벽한 과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메탈 페스티벌을 열면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줄 수 있겠다.”라는 한 줄기 번개 같은 느낌이 바로 MMC 기획의 시작이었다.
MMC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나.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기회가 생겼다. 기타리스트 윤두병이 연습실을 근처에 열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인사도 할 겸 찾아간 자리에서 슬쩍 내 생각을 물어봤더니 감사하게도 큰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때 내 이야기를 듣고 윤두병이 “‘MMC’라고 하면 어떨까?” 해서 나도 “그거 좋다!”하고 바로 이름을 정하게 됐다. 마침 문래동 작가를 대상으로 공고예술작품을 지원해 주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제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첫 MMC를 열게 됐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라는 만화를 그때까지 몰랐다.
이름에 ‘메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헤비메탈 이외의 음악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헤비메탈이라는 음악만으로도 행사를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던 건가.
자신감이라기보다 오히려 지속해서 존재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까. MMC는 태생부터 메탈이 아니면 성립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 사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올리는 페스티벌은 많다. 그런 페스티벌의 경우에는 매년 존재해야 할 이유를 증명 해야 하는 입장이다. MMC처럼 가난할 리는 없지만, 인지도가 생긴 다음부터는 독립성을 잃는 경우도 많이 봤다. 반면 지역의 예술 브랜드를 만들어 명확한 울타리를 치고 매년 순수하게 메탈의 세계를 만들며 경험을 쌓아간다면,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국내에는 없었던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 대체 불가능한 개성이 생긴다. 객지에서 고생하는 뮤지션과 관객들에게 해방의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고, 확실한 콘셉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축제의 퀄리티도 좋아지고,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공공적 차원에도 부합한다. 그래서 굳이 매년 개최해야 할 의미를 찾거나 여러 콘셉트를 고민하는 시간에 그냥 최선을 다해 준비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메탈’을 축제의 운명으로 여기고 그 세계의 깊이와 맛을 더해갈 때 오히려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 메탈을 잘 모르던 사람들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점은 어딜 가나 많지만 한가지 메뉴를 정말 맛있게 하는 집은 드문 것과 같이,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문화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MMC와 같이 고유의 세계관을 발전시켜 나가는 축제는 매우 드물다. 이것이 MMC가 ‘메탈 맛집’이 되기를 고집하는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MMC에 여성 관객들과 MZ세대 관객들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MMC는 언제 열렸나. 그때를 회상한다면.
MMC는 2014년 가을에 처음 개최되었다. 당시 나는 문래동의 스페이스문이라는 공연장(GBN의 전신)을 운영했는데, 정말 다양한 장르의 기획공연이 이루어졌다. 1년에 자체 기획공연만 150회 정도는 진행했던 것 같다. 주로 홍대 신에 만족 못 하거나 뭔가 새로운 공간을 찾던 뮤지션의 보금자리 같은 공연장이다. 단, 메탈만 빼고(웃음). 아무래도 메탈 공연은 준비하는 입장에서 품이 많이 가고 필요 장비도 많아서 선뜻 올리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운명같이 MMC를 개최하게 된 상황이 온 거다. 당시 전반적으로 라이브 공연장을 찾는 관객 수가 점점 줄고 임대료 상승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던 시기라 홍대 신을 대표하는 공연장도 운영에 꽤 애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폐업하는 예도 더러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 음향을 대관용, 펍용으로 다운그레이드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시기였다. 구조조정 1순위가 바로 메탈 공연이 되며 메탈 공연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MMC가 대안이 될 수 있던 것 같다. 첫해 MMC를 치르고 나니 뭔가 가능성이 보였다. 일단 부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했던 뮤지션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리고 관객이 정말 대단했다. 당시만 해도 티켓을 팔아 언더그라운드 기획공연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티켓 단가가 높은 메탈 공연 티켓을 흔쾌히 사고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이 꽤 있었다. 덕분에 뮤지션에게도 게런티를 줄 수 있었고. 그리고 뮤지션의 앨범도 많이 구매했다. 굉장한 팬도 아닌 거 같은데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앨범을 사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새 앨범을 샀다. 심지어 MMC를 만든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해 준 관객도 꽤 있었다. “아! 우리나라 언더 신에 음악을 귀하게 여기는 관객들이 여기 다 모여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메탈 음악을 오히려 더 완벽한 형태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이 더 멋지고 완벽한 메탈 무대에서 뛰어놀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12회를 맞고 있는데, 올해 MMC를 잠시 홍보한다면.
올해는 해외 아티스트 초청 슬롯을 코로나 이전 수준(3팀)으로 복원했다. 이씨리얼 신(Ethereal Sin)은 MMC 대한 애정이 큰 팀이다, 제작자 입장에서 본다면 해외 팀 중에서는 호스트 같은 팀이다. 반면 새로 둥지를 틀게 된 영등포아트홀 무대는 처음인데,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같이 고민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가고일(Gargoyle)은 쇼와시대부터 지금까지 무려 19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대단한 팀이다. 한국의 블랙 신드롬(Black Syndrome)과 함께 각자의 나라에서 거대한 흐름을 스스로 개척하고 지켜온 두 메탈 거장이 40년의 시대를 관통하여 마침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나는 콘셉트로 초청했다. 관객들로부터 압도적인 데쓰메탈 팀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요청이 있어서 올해 대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어매스큐레이티드 바이투퍼레이션(Emasculated Vituperation)을 초청하게 되었다. 2023년 10주년 행사 때 선보였던 아티스트 솔로 무대 ‘얼티밋 기타 스테이지’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높아서 올해는 기타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악기의 테크니션을 초청하여 ‘울트라 하이퍼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솔로 스테이지를 운영하고자 한다. 공연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관객 편의시설과 부대프로그램에도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콥스 페인팅은 이미 MMC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별도의 셀프 존을 마련하여 누구나 스스로 그리고, 그려주는 문화를 정착시켜서 메탈 공연에 착장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사실 올해는 서브 스테이지를 하나 더 만들어 10팀 정도의 슬롯을 더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100평이 넘는 2층 갤러리를 별도 대관했다. 그런데 후원 확보에 실패하여 이곳을 먹는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거 스태프 뿐 아니라 뮤지션도 식사할 수 있게 하고 관객들도 쾌적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공간과 인력을 배치하려고 한다. 많이 이용하고 추후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MMC는 야외페스티벌의 대안으로서 적층 구조 실내 페스티벌 운영의 단단한 기반을 만드는 첫해가 될 거다.
국내 최대 메탈 페스티벌, 2025 문래메탈시티(MMC) 개최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헤비메탈 페스티벌 문래메탈시티(Mullae Metal City, 이하 MMC)가 오는 6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영등포 아트홀에서 ‘Conflict Paradise’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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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행사를 이어오며 가장 힘들었던 해는 언제였고, 그 이유는 무언가.
2020년은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미끄러지듯 무너졌고, 공연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때는 대면 공연 자체를 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중에 MMC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면 공연을 추진한 음악 축제였다. 당시 아무도 대면 축제를 시도할 엄두를 못 냈던 시기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대면 공연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서 서울시와 공연장에 제출하고, 관련 담당자를 설득하는 식으로 가능성을 만들어 갔다. 행사 자체를 성사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혹시 모르는 변수를 제거하려고 일부러 홍보도 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모두 다시 모여 즐길 수 있는 날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이걸 끝내지 않으면 내 삶이 흔들릴 거 같다.”라는 절실한 마음이 있었고 결국 해냈다. 지금 생각해 볼 때,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그 경험이 우리 모두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반대로 지금까지 했던 행사 중 가장 보람됐던 해는 언제고 또 그 이유는 무언가.
코로나 시기를 거르지 않은 덕분에 2023년 MMC 10년을 꽉 채워 10주년 기념 축제 개최를 성사시켰다. 정말 보람됐던 해였다. 처음으로 흑자를 봐서 당황스러웠다. 원래 적자 보면 쓰려고 모아놨던 돈의 용도를 찾아야 했고, 결국 차를 바꿨다. 그리고 그해 말쯤 당당히 다음 연도 서울대표예술축제에 선정되었다. 서울대표예술축제는 나에게는 언젠가 10주년을 치른다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타이틀이었다. 최소 자격요건이 10년 이상 개근을 한 예술축제다. 지원을 한 것만으로 의의를 두려고 했는데 막상 선정되니 기분이 참 좋았다. 물론 현재 서울대표예술축제 중에서는 우리가 가장 규모도 작고 젊은 축제지만, 순수예술 장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대중음악 장르로서 드물게, 그것도 ‘메탈’이라는 장르로 선정이 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일 거다. 메탈도 엄연히 예술의 주요 장르로 인정을 받았고, MMC가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축제의 대표 작품으로 당당히 인정받았다는 것에 우리가 모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작업의 숨은 공신은 문래동 시각 예술 작가들이다. 메탈이 항상 어둠 속에 숨어서 연주해야 하는 비운의 운명을 가진 장르지만, 그 멋진 사운드만큼은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겼고, MMC에서는 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메탈’이라는 주제로 문래동 작가들과 다양한 아트워크를 진행해다. 지금까지 10여 년에 걸쳐 함께 MMC의 톤을 완성해 준 문래동의 시각 예술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올해는 페스티벌 전에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 행사가 없었던 것 같은데.
‘아이언맨 스페셜’은 정말 큰 보람이 있는 행사다. 하지만 작년에 무리를 좀 해서 올해는 여력이 없었다. 작년에 무려 3개의 장소에서 2일 동안 26팀의 신생 밴드를 선보였고, 그들의 에너지는 정말 멋졌지만, 후유증이 컸다. 아이언맨 스페셜의 경우 행사 수입의 대부분이 뮤지션 게런티로 돌아가거나 재투자되도록 짜놓은 프로젝트라,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반드시 후원이 필요하다. 보통은 영등포구의 후원과 MMC의 수익금으로 제작되는데, 올해는 영등포구 후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하반기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MMC에서 조금이라도 흑자를 본다면 작게 치러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밴드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우선 메커니즘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MMC는 제작/기획을 담당하는 집행 감독과 이를 실제로 구현해 내는 예술감독이 독립적인 형태로 협력하여 만드는 축제다. 섭외는 전적으로 예술감독의 권한이다. 제작자 파트 책임자인 나는 기획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에만 의견을 낸다. 조율하는 과정은 있지만, 그 결정권은 오롯이 예술감독에서 있다. 그래서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밴드를 선정하는 기준은 사실 내가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주요 원칙을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로 음악이 ‘메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MMC에서 다루는 음악은 메탈적 세계관으로 연결할 수 있는 당위성이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메탈의 영역을 확장하고, 다른 음악적 영역을 메탈로 정복해 나가는 팀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메탈의 세계를 더 넓히고,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팀을 찾고 있다. 두 번째는 ‘현재’ 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과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팀이라도, 현재 활동에 대한 기대가 먼저다. 또한, 장르별, 세대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중하게 안배하고 있다. 매년 다양한 스타일과 시대를 아우르는 밴드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를 통해, 더 넓은 관객층이 다양한 메탈의 색깔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요조건(모든 팀에게 요구하지 않지만, 자동으로 선정 대상에 올라가는 경우)은 MMC 종료 시점부터 올해 MMC까지 정규 앨범을 발매, 혹은 계획이 있는 팀이다. 한국에서 메탈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은 정말 큰 노력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 조건을 충족하는 팀에게는 우리가 특히 신경을 써서 무대를 제작하고 있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MMC가 먼저 연락할 가능성이 크지만, 조건에 맞는 팀이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시면 더 좋다.
해외 밴드의 섭외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물론 해외 초청 팀에 대한 리서치를 꾸준히 하는 편이다. 내한 시기와 음악적 환경적 견해가 잘 맞아떨어지면 일단 논의를 진행하고 서로 조건을 수용할 수 있으면 라인업에 올리게 된다. 그러나 MMC 단독으로 해외 팀을 초청하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아시아 투어 팀들이 먼저 초청을 제안하는 때도 있고 모든 조건이 부합하더라도 날짜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아까운 기회를 살려보고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MMC 개최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문래동이라는 장소를 고집하지 않는 프로젝트! 일명 ‘몰래메탈시티’다. 제1회 몰래메탈시티는 올해 가을 9월 21일 예정이다. 특별한 음악인이 내한할 계획이고, 빠르면 이번 MMC 기간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해도 좋다!
MMC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스태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매끄러운 행사를 만들고 있는데, 페스티벌을 구성하는 조직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정말 대단하다. 다들 일당백의 용사들이다. 각자의 분야에 있다가 MMC 때만 되면 헌신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다. 보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조건인데 한번 들어온 스태프는 나가지를 않는다(웃음). 그러다 보니 매년 노하우가 쌓이고 호흡이 일치하게 된다. 다들 축제의 주역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함께 만들어 나가는 멋진 동료들이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우리 스텝들의 열전(列傳)을 만들어 보고 싶다. 스태프 중에는 현실적으로 메탈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MMC를 통해 과거 메탈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고 있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뮤지션으로 데뷔한 예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오랜 기간 메탈을 떠나 각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보유하고 계신 뛰어난 분들을 메탈의 세계로 리쇼어링하는 것이 MMC의 역할이기도 하다. 본인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저 없이 연락 바란다.
문래예술공장에서 진행하던 행사가 지난해부터 영등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의 이름에도 있는 장소를 벗어나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
문래예술공장은 MMC를 개최하기에 최적에 장소임이 틀림없다. 애초에 그 공간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해 온 측면도 있고. 지금도 우리가 거기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현재 문래예술공장을 운영하는 주체가 설립 맥락과는 전혀 무관한 용도로 그곳을 사용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MMC뿐만 아니라 지역 창작자들의 발표 공간이 되어야 할 곳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그날이 반드시 올 거로 생각한다. 그때 우리는 고향에서 다시 모일 수 있게 될 거다. 비록 홈그라운드를 잃었지만, 결국 대안을 찾은 곳이 바로 영등포아트홀이다. 클래식 전용 극장을 메탈 축제의 터로 적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작년에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향후 점차 공간의 장점을 더 활용하여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사실 마음은 있어도 행사를 이어가기 힘든 건 경제적인 이유가 큰 부분을 차지할 거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MMC를 12회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어라고 생각하나.
민망할 정도의 보상을 받으며 기꺼이 자신의 최선을 기쁘게 나눌 수 있는 MMC의 고급 인력들, 그리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늘 최악은 면했던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매년 나름대로 “이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겠다.”라고 투자하는 금액이 있다. 대부분 해가 적자였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19 초기 시즌(2020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내가 감수할 수 없을 적자의 선을 넘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풍족하진 않더라도 계속 이어올 수 있던 거다. 다만 정말 어려워졌을 때는 무리하지 않고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가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행사를 치르고 돌이켜보면 정말 MMC를 이루는 수백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없거나 부족했다면 불가능했을 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부분이 늘 채워지고 12년 동안 이어오는 건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도 신기하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MMC가 한해만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개최되고 사라졌다면 큰 의미가 없었을 거다. 뮤지션, 스태프, 관객들이 함께 경험한 12년의 세월이 결국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MMC의 가장 값진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MMC는 점점 가난한 부자가 되어가는 셈이다.
요즘은 일반인에게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이 예전처럼 무섭거나 심각하게 다가가기보다 뭔가 희화적이고 신기하게 다가가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경향은 요즘 SNS 시대의 ‘인증샷’ 문화와 만나 ‘독특한 체험’을 만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MMC에서도 이렇게 골수 메탈 팬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기획으로 어떤 부수적인 걸 계획에 포함하기도 하나.
새로 참여하는 관객들의 경우 음악을 듣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만나는 것에 큰 관심과 가치를 두는 편인 거 같다. 라인업을 보고 오는 관객만큼, 메탈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MMC를 통해 느끼고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MMC에 와서 콥스 페인팅을 즐기는 관객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 상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MMC는 메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고 친숙하게 다가가서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캐주얼하게 메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진정성 있는 메탈 축제라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본질을 벗어나 헤매고 있다면 이런 시도는 엄두도 못 냈을 거다. 메탈이 클래식화 돼서 다양한 지식이 없으면 즐기기 어려운 장르라는 인식이 크고,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음악적 도전들은 점점 난해해지기도 해서 마니아와 일반인의 갭이 너무나 커지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트렌드는 메탈 신에 찾아온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단 MMC에 와서 메탈의 매력을 경험하면 그 경험의 버퍼링을 어디선가 채우게 되고 자연히 마음도 열리고 음악도 들리고 그러면 메탈 음악을 즐기는 것이 생활화되는 일련의 단계들이 생긴다. 우리 마니아 관객도 새로운 관객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지 모른다. 메탈 대중화에 앞장서는 일등 공신들이다. 메탈에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로 MMC를 많은 사람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MMC는 어떤 페스티벌로 발전하길 바라나.
MMC 이전에도 메탈페스티벌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그 후 금기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다. 10년 넘게 제작하다 보니 “아! 이래서 원래 할 게 못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하다 보니 방법이 생기고 하고 싶은 것도 더 생겼다. 이런 노하우와 단단한 운영 체계를 가지고 더욱 유니크하고 매력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 많은 분이 MMC가 멋진 축제로 더욱 발전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때는 규모를 키우고 유명한 록스타를 헤드라이너로 섭외하는 대형 야외페스티벌로 발전하는 것도 생각했다. 사실 남모르게 공부도 좀 했고 계획도 많이 짜봤다. 그 외에도 해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지난 12년 동안 저금만 해둔 기획들도 참 많다. 견물생심이라고, 멋진 걸 보면 적용해 보고 싶은 유혹도 자주 든다. 그러나 다음을 상상할 여유 없이 ‘영끌’의 노력으로 당면한 목표를 낑낑대며 해 내야 하는 방식으로 MMC를 지탱하는 것은 늘 경계하는 부분이다. MMC만의 색을 더욱 매력적으로,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선 과제이며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MMC를 그만두게 된다면 맘껏 해외 페스티벌에 놀러 다니고 싶다. MMC를 통해 훗날 같이 놀러 다닐 친구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파라노이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한다.
독자들에게 <파라노이드>는 정말 소중한 매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멋지고 어려운 것, 수고롭고 빡센 것, 그래서 귀하고 아름다운 것, 이것들이 바로 <파라노이드>와 MMC 공통점이 아닐까. 단, MMC보다는 <파라노이드>가 더 매운 맛일 거다. 우리는 1년에 단 이틀을 위해 달리지만, <파라노이드>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운명이니까.
※ 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통권 40호 지면에 실리지 못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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