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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IGHT, “2025년도에 이런 밴드가 이런 앨범을 냈구나.”하고, 시간이 지나도 기억만 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노머시 컴퍼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시련을 넘어 포세컨즈의 후신 밴드는 이제 세이트라는 이름으로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포세컨즈에서 시작한다면 8년 만이다. 세이트 멤버와 이번 앨범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인터뷰, 정리 송명하

 

반갑다. <파라노이드> 매거진이다. 우선 타이틀곡이 ‘Blind’인데, 앨범 제목도 ‘Blind’인가. 제목을 ‘Blind’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양승원 앨범 타이틀은 찬우가 만든 ‘See The Eight’. ‘Blind’의 곡 제목은 내가 지었지만, 작사는 혜원이가 했다.

박혜원 ‘Blind’의 가사는 가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크게 느껴지는 때가 찾아오는데, 그런 막막함에 대해 썼다. 맞는 길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을 담았다.

유찬우 앨범 타이틀을 만들게 된 배경은 ‘Ceight’의 철자를 쪼개 보면 ‘C’‘Eight’가 합쳐있는 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여기서 ‘C’‘See’와 같은 발음이라서 ‘See Eight’로도 볼 수 있다. , “8을 보아라라는 뜻을 떠올렸다. 단순히 문장으로만 놓고 본다면 감 잡기 어려울 수 있지만, 숫자 8은 불교에서는 완성 및 모든 가능성을 말하고, 기독교에서는 재생과 부활을 의미한다다. 말 그대로 ‘See The Eight’는 우리의 가능성과 부활을 보라는 의미를 청자에게 전달하고자 만든 제목이다. 몇 년 전 불의의 사건으로 이전 밴드가 해체되고,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태에서 만든 밴드의 첫 앨범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앨범을 제작 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양승원 이번 앨범의 작곡은 내가 맡고, 앨범 아트워크와 구성은 찬우가 맡아서 작업했다. 작곡에 있어서는 대중화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었다. 기타, 베이스, 드럼에 국한하여 록 음악을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장르적 특성과 결부되어 강한 음악, 날 선 음악이 되었다. 역량이 거기까지 뿐인지(웃음). 그래서 올드하지 않게 그렇다고 뻔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신스 편곡을 진행하였고, 생각보다 타이틀곡이 잘 완성 된것 같아 뿌듯하다.

유찬우 각 곡의 싱글화에 주안점을 뒀다. 잘 만든 앨범은 그 안에 소위 버릴 곡이나 지나쳐도 되는 곡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앨범 내지 아트워크도 하나의 콘셉트가 아니라 곡마다 모두 다른 이미지를 넣어 두었다. 앨범 구매 후 곡의 이미지와 아트워크를 맞춰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거다.

 

앨범엔 ‘Take Away’, ‘W’처럼 이미 발표한 싱글도 모두 들어가나. 만일 들어간다면 다시 녹음한 건가, 아니면 믹싱이나 마스터링만 손 본 버전인가.

양승원 ‘Take Me Away’는 포함되지 않았고, ‘W’는 수록했다. 그 외에 정규 앨범 직전에 발매한 ‘Sakon’과 세이트의 데뷔곡이라고 할 수 있는 ‘No Matter Where U Are’를 담았고, 녹음과 믹스를 다시 했다. 세이트가 포세컨즈(4Seconds)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포세컨즈의 ‘Breath’를 편곡 및 녹음했고, 특별히 일본어 버전으로 준비하여 다양성을 추구했다. 일본 진출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웃음).

 

타이틀곡 ‘Blind’와 서브 타이틀로 표기한 ‘No Way Out!!!’은 예전 포세컨즈나, 세이트로 발표했던 곡에 비해 신스 사용이 도드라진다. 의도한 부분이고, 앞으로 세이트가 추구할 음악에 대한 복선이라고 봐도 될까.

양승원 정규 앨범 준비가 오래 걸린 만큼 세이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접했을 때 뭔가 음악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랄까. 쉽지 않은 부분이었고, 애당초 곡 작업을 할 때 이 부분을 염두하고 있긴 했지만 신스 배치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함께 협업을 진행한 코드네임 타이탄(Codename Titan)의 리더 티모 킴(Timo Kim)과 조율이 원활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조금씩 변화하며 디스코그래피가 넓어졌으면하는 바람이 있다.

유찬우 4인조 밴드가 낼 수 있는 사운드 아웃풋의 경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싶었다. 혹자는 진정한 실력자는 악기의 수가 아니라 연주 실력이라고 이야기하며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의도를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에게는 이런 스타일의 시도인 거고.

 

 

처음 시작은 기타리스트가 두 명이었는데, 이제 양승원 혼자다. 달라진 게 있다면.

양승원 우리 마음속에서 아직 기타 파트는 2명이다. 다은이가 사정상 장기간 부재중이나 연락도 자주 하고 안부를 묻고 있어서 언제 짠하고 나타날지 모른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내가 녹음할 때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게 차이점이긴 하다(웃음).

유찬우 공연 시 베이시스트인 내 자리가 넓어졌고, 식당에 가면 두 테이블로 안 쪼개져도 된다(웃음). 쉬고 있는 멤버가 없음에 아쉬움을 표하기보다는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은 느낌?

박혜원 지금은 개인적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지만, 다시 함께 무대에 서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다.

 

‘Scene’의 가사는 예전 포세컨즈에서 세이트를 결성할 당시의 주변 상황에 관한 가사인가.

양승원 정확하게 봤다. ‘Scene’은 포세컨즈때 만든 곡인데 내가 개사했다. 포세컨즈를 너무나도 괴롭히던 무언가에게 하고 싶은 말과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마음, 또 나쁜 사람이 꼭 벌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이 뒤섞인 곡인데, 감정이입이 제일 잘 되는 것 같다.

 

포세컨즈 시절 차수연과 비교할 때 박혜원의 보컬은 파워보다 섬세한 표현에 능하다는 생각이다. 작곡할 때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는 편인가(로라이츠Rolights는 해산인가).

양승원 사실 혜원이와 밴드를 하면서 걱정이었던 부분이 이전에 했던 포세컨즈의 곡이 어울릴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합주 3번 후 했던 해머링 X 더잭스 투맨쇼에서 너무 소화를 잘 해줬고, 현재는 혜원이보다 세이트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곡할 때도 사실 딱히 고려하지 않지만, 혜원이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으로 해줘서 편하고 좋다. 로라이츠는 휴지기이지 절대 해산은 아니다(웃음).

 

‘Sakon’은 나루토 캐릭터 이름에서 딴 곡인가. 가사의 배경이 궁금하다.

유찬우 원래 제목은 나락이었다가 가면이었다가 최종적으로 지금의 사콘으로 정했다. ‘Sakon’‘Snake’‘drAgOn’의 합성어로, 오래 도를 닦은 이무기가 용이 된다는 한국 설화를 떠올려 지었다. 가사 내용처럼 비루한 현실을 넘어 온전한 나를 탈바꿈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멜론이나 애플뮤직 같은 스트리밍에 한글로 사콘치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검색의 유니크함도 노렸다.

양승원 우리는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웃음).

 

앨범 발매 이후 확정된 활동 계획이 있다면.

양승원 우선 계획보다 희망이 있다면, 굵직한 페스티벌에 오르고 싶다. 경험과 여러 상황이 맞물려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다.

유찬우 현실적으로는 일단 연말까지 노머시컴퍼니 레이블 공연 혹은 저희가 기획하는 데드락워킹페스트 등 매달 공연이 있다.

정선호 꽤 오랫동안 여러 관계자가 공연 제의를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앨범 준비하느라 고사했음에도 불러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외에 앨범 소개에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양승원 여기까지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가정이 있고, 직업도 있는데 송사에도 휘말리며 참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보냈기에 조금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유찬우 노장의 숙련함으로 벼려진 신인의 마음.

 

끝으로 파라노이드 독자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

유찬우 음악을 많이 들어달라거나, 앨범을 사달라거나, SNS 팔로우를 요청하기보다 그저 “2025년도에 이런 밴드가 이런 앨범을 냈구나.”하고, 시간이 지나도 기억만 해주셨으면 좋겠다.

양승원 그래도 나는 음악 많이 들어주시고, 앨범도 사주시고, SNS로 소통도 자주 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웃음).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찬우가 얘기한것처럼 세이트라는 밴드가 있었다.” 정도만 기억해 주셔도 만족한다.

정선호 어느덧 세이트와 2년이 다 돼가는 시간을 함께하며 이제 큰 첫발을 내딛는 것 같다. 나에겐 큰 의미가 있기에 많은 분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박혜원 모든 밴드가 음원 하나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저희는 여러 이유로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큰 산 하나를 넘었으니 613일에 있는 단독공연에 오롯이 집중해서 준비하겠다.

 


※ 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통권 40호 지면에 실리지 못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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