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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 OF POISON, 좀 더 한국적인 얼터너티브록, ‘조서너티브(Josunative)’를 개척해 가는 베테랑들의 결합체

밴드 카인드 오브 포이즌(Kind Of Poison)은 분명 표면적으로는 ‘신인 밴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메탈 신의 대표적 밴드 다운헬(Downhell)의 보컬이자 리더 마크 최(Mark Choi)와 이미 파티 메이커(Party Maker)와 번 디스 플레이스(Burn This Place)의 리더로 활약하면서 솔로 연주 앨범도 발표한 바 있는 기타리스트 태지윤의 결합에서 출발한 ‘베테랑들의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19년에 처음 팀을 결성했고, 1990년대 초반 전 세계를 흔들었던 얼터너티브/그런지록을 지향점으로 삼아 태지윤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베이시스트 서현민, 그리고 밴드 킥스타트(Kickstart)를 거쳐 현재 밴드 시나 쓰는 앨리스에서 활동 중인 드러머 박성준까지 합류하면서 현재의 라인업을 갖추었다. 이미 몇 년간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라이브 공연을 펼쳤던 이들이 드디어 첫 정규작 [Wasteland]를 들고 록 신에 던진 출사표를 인터뷰와 함께 확인해 보자.

인터뷰, 정리 김성환

 

2022년 EP [Poisoning Symptoms] 이후 3년 만에 드디어 첫 정규앨범 [Wasteland]가 발표되었다. 긴 산고 끝에 앨범을 완성해 발표한 소감부터 일단 듣고 싶다.

마크 최 생각했던 것보다 좀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과연 나오기는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더 빨리 내고 싶었지만, 생각한 것만큼 빨리 되지는 않더라. 그래서 멤버들에게 오히려 고맙다. 그동안 맘이 조급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특별히 크게 뭐 불만 없이 함께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다. CD로는 거의 10년 만에 정식 유통 발매(지난 EPCD가 공식 유통되지는 않았고 공연장에서만 판매되었다)를 하는 음반이기에 조금 감개무량하다.

태지윤 2022년에 첫 EP가 나오고 그 이후에 정말 올해는 완성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왔지만 그러다가 진짜 3년이 흘렀다. 다만 너무 재촉하면은 멤버들도 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 와중에 멤버의 이탈이 있지 않을지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이렇게 발매할 수 있게 됐다. 마크 형님도 옛날부터 내가 좋아했던 뮤지션이었기에 팀에 대한 믿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사실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두 분이 처음에 어떤 계기로 소통이 이뤄지면서 팀이 결성되었는가에 대한 배경 스토리다. 두 분은 어떻게 함께 카인드 오브 포이즌으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뒷이야기를 부탁한다.

마크 최 사실 밴드 결성 이전에는 서로 안면 정도만 있었는데, 다운헬의 활동이 중단된 이후에 서로 처음 진지한 연락이 되었던 것 같다.

태지윤 에이치 얼 랏(H A Lot)의 기타리스였던 류정헌과 20대부터 친구였다고 해서 마크 형님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처음 무대에서의 공연을 봤던 게 엘에이 건스(L.A. Guns) 내한 공연의 오프닝 무대를 봤을 때였다. 그 후 다운헬 공연도 자주 봤었기에 밴드가 여러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메시지로 나중에 또 무대에서 다시 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해드렸는데, 그 후 몇 달 뒤에 연락을 주셔서 신도림 쪽에서 만나게 되었다.

마크 최 사실 그 메시지를 보고 많이 놀랐다. 그때까지는 사적 친분이 있었던 관계는 아니었는데 이렇게 동료 뮤지션 중에서 직접적으로 내게 응원과 격려를 표현해 준 것이 거의 처음이어서 메시지 받을 당시엔 너무 놀라서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보자는 정도의 얘기만 했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같이 얘기하게 되었다. 그날 내가 만들어 놓은 데모곡을 들려주면서 이런 음악을 해볼 건데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지윤이가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던 거다. 나도 예전과는 관점이 달라져서 이제는 밴드를 하면 실력을 떠나 밴드에 대한 열정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가 내게 그런 메시지도 보내주면서 보여준 열정을 느꼈기에, 함께 밴드를 하면 그래도 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면서 얘기를 했던 거다.

 

각자 먼저 해왔던 밴드(다운헬, 파티메이커 등)에서의 주된 음악적 지향점이 사실 완전히 같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카인드 오브 포이즌의 지향점은 어떤 의미에서 1990년대 초반의 ‘얼터너티브록/메탈’의 형태로 완성되었다고 느꼈다. 이렇게 정했던 이유와 작곡하면서 이쪽으로 마음을 모으는 과정은 순탄했었는지 궁금하다.

마크 최 개인적으로 다운헬을 하면서 느꼈던 게, 평생 한 밴드만 하면서 죽기에는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있었고, 음악적으로 다른 것도 표현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소위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는 록의 흐름이 엄청나게 유행했다. 나 같은 경우도 당시엔 메탈 마니아 앞에서는 얼터너티브록을 듣지 않는다고 해놓고 집에 와서는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그 당시엔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나 스톤 템플 파일럿츠(Stone Temple Pilots) 같은 밴드의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이런 하드한 얼터너티브록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것이 이 밴드의 음악적 방향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항상 내가 하는 밴드의 음악은 내 색깔을 많이 가미하고자 했기에 좀 더 한국적인 얼터너티브, 스스로 조서너티브(Josunative)’라 명명한 사운드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태지윤 이전 밴드 파티 메이커에서 초기 글램메탈적 음악에서 더 하드한 스타일로 음악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결국 밴드가 깨지면서 목표를 이루진 못했다. 사실 20대 시절에는 이 계열의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사운드도 많이 찾아 듣고 관심이 생겼다. 마크 형님의 제안을 듣고 동의하게 되어 함께하게 되었다. 그동안 항상 내가 리더를 담당하면서 모든 음악 작업을 주도하다 보니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함께 하면 그런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 같았고, 팀 운영과 관련된 잡다한 일들도 분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이번 정규작 속에는 [Poisoning Symptoms]에 담겼던 3곡-‘自覺夢(자각몽)’, ‘Behind The Lie’, ‘Idiot ID’-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과거의 레코딩과는 분명 차이가 있음이 느껴진다. 새롭게 재녹음을 한 것인가, 아니면 믹싱과 리마스터링을 새로 한 결과물인가.

마크 최 모두 재녹음 한 버전이다. [Poisoning Symptoms] 현재의 라인업이 된 이후 발표되긴 했지만, 실제 녹음은 다른 이들이 했던 레코딩이라 이번 앨범에 그 3곡을 넣긴 넣어야 하는데 멤버들에게 이전 레코딩을 그대로 수록하자고 할 수는 없기에 좀 귀찮더라도 다시 레코딩을 하자고 제안했다. 녹음 과정에서 편곡에도 조금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자각몽(自覺夢)’의 경우는 EP보다 좀 더 ‘깔끔해진’ 인상을 준다. 마크의 보컬도 좀 더 톤이 좀 덜 굵어지게 변했다고 할까. 재녹음에서 어떤 부분을 신경 썼는지 듣고 싶다.

마크 최 일단 이전에 나왔던 버전과 똑같다면 의미가 없으니까, 편곡에서 조금 바꾸려고 했다. 그때의 버전이 거친 원석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버전은 조금 다듬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우리가 그사이 라이브를 하면서 연습이 되어 있던 부분들이 있으니까 조금 더 그런 면에서 세밀해지지 않았나 싶기는 하다.

 


1, 2번 트랙이 과거 음반에 있었던 트랙이기에, 카인드 오브 포이즌의 팬에게 앨범의 제대로 된 시작을 알리는 트랙은 3번 트랙 ‘흘러가지 흘러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터너티브/시애틀 그런지에서 메탈 시대부터 활동한 팀들의 향기가 매우 진한데, 과거에 태지윤이 주로 들려준 리프나 스케일보다 더 어둡고 묵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 스타일에 약간의 변화를 준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태지윤 이번 앨범의 연주는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안 치던 스타일이라 관련된 음악들을 많이 들었다. 제일 많이 들었던 게 앨리스 인 체인스의 기타리스트인 제리 캔트렐(Jerry Cantrell)의 솔로 앨범이다. 나도 연주를 오래 해왔기에 마치 세션맨처럼 이런 분위기의 라인을 연주하고 백킹을 연주할 때의 특성을 파악하고 참고했다고 보면 된다. 처음엔 좀 낯설긴 했지만 연주하면서 좀 익숙해지긴 하더라. 워낙 어렸을 때부터 분명히 들었던 음악이니까. 레코딩에서는 홈 레코딩 방식으로 진행했고, 멀티 이펙터를 활용하면서 마샬 앰프와 프리드먼 앰프 두 가지를 섞어서 밸런스를 맞추고 풍부한 소리를 맞추는 작업을 거쳤다.

 

‘네가 바라본 세계’는 인트로 부분의 기타 연주만 들어도 왠지 너바나(Nirvana)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마크도 다운헬이나 다른 밴드에서의 곡에 비해서는 음울함을 강조하며 저음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보컬을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주는데, 꽤 ‘주술적’이라고 할까. 역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갔는지 궁금하다.

마크 최 곡의 인트로는 마치 너바나의 ‘Come As You Are’의 인트로처럼 약간 영롱한 아르페지오 같은 느낌의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를 의도한 게 있었다. 다운헬 때와는 많이 달랐던 게, 아무래도 매우 무겁고 헤비하게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보컬도 약간 중저음 위주로 가려고 했다. 또한 라이브에서 좀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방향으로 곡을 만든 것도 있다.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다운헬 시절의 곡들이 조금 버거운 감도 있기에 조금 편하게 부를 수 있더라도 들을 때는 그렇게 안 느껴질 수 있도록 더 무겁게 노래하는 변신 아닌 변신을 시도해 본 거다. 고음을 중간에 살짝살짝 나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여기서는 아예 안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이 앨범 수록곡을 다 레코딩하는 데는 어느 정도 걸렸나.

마크 최 사실 보컬을 녹음하는 데는 4일 정도 걸렸다. 나머지 편곡 등의 작업을 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왜냐하면, 우리가 합주를 거의 2주에 한 번 정도 하다 보니까 집에서 각자 작업과 연습을 한 다음에 다시 또 만나서 맞춰보고서 이상하거나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고쳐가고 하다 보니까 좀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그러면서 라이브 공연도 하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밴드가 꽤 오랜 시간 연습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레코딩했기 때문에, 물론 미세한 차이일 수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깊이가 많이 반영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라이브에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앨범 속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곡은 ‘널 가두려 해’였던 것 같다. 얼터너티브록이지만 동시에 정통 하드록과 메탈의 향기도 일부 남아있는? 노래 가사 속에서 표현하는 대상은 과연 어떤 이들인지 궁금하다.

마크 최 당시에 그 가사를 썼을 때는 당시 사회적으로 많이 이슈가 되었던 소위 갑질 사건이 뉴스에서 많이 언급되던 시기였다. 거기에서 가사의 모티브를 얻었다. 갑질하는 사람들이 흔히 보여주는 가스 라이팅이 결국 사람들을 그들의 권력 속에 가두려고 한다는 것을 비판한 내용이다.

 

‘Turn Away’나 ‘움직이는 마음’은 그래도 앨범에서 ‘슬로우록’의 역할을 하는 곡이라 생각된다. 마크의 보컬은 확실히 힘을 빼고 부드럽게 노래하거나 살짝 ‘꺾음’을 보여줄 때는 일면 ‘대중성의 접근이 용이한’ 결과를 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보컬의 조절 및 활용은 의도적인 것일까.

마크 최 그 부분이 내가 우리의 음악에 대해 조서너티브라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다운헬에서 보여주던 것을 그대로 똑같이 갖고 와서 하는 건 의미가 없기에 그 시절에 안 하던 것을 좀 더 표현하고 싶었다. 듣는 분들이 그 차이를 제대로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은 분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밴드의 라이브 무대에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자주 커버로 연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 역시 ‘조서너티브’의 지향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마크 최 어떤 의미에서 내가 말하는 조서너티브의 출발점에 신중현 선생님을 중심으로 한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 가요 사운드가 영향을 줬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곡들을 떠올리면서 김추자, 김정미 곡들의 느낌을 멜로디에서도 담아내고 싶었으니까. 사실 님은 먼 곳에의 경우는 내가 오르부아 미쉘(Au Revoir Michelle) 프로젝트를 할 때부터 자주 커버했던 곡이라서 내가 이 곡을 매우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이후엔 다시 부르고 싶은 생각은 정말 없었는데, 지윤이가 자기 방식으로 편곡해서 연주를 들려줬는데 매우 괜찮았다. 이렇게 하면 해볼 만하겠다고 판단하게 되어서 다시 무대에서 레퍼토리가 된 것이다. 참 노래에도 인연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의도한 게 아닌데, 지윤이가 가져와서 이렇게 되는 것을 보니, ‘이 노래가 그냥 내 노래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들인 경우다.

 

그러면 이렇게 느려지는 곡들이 많아질 때는 기타를 표현할 때 좀 다르게 뭔가 해 봐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좀 아이디어를 더 넣었던 게 있을까?

태지윤 예를 들어 일반 헤비메탈이나 우리가 흔히 아는 글램 메탈 같은 경우에는 솔로를 제외하면 양쪽 기타가 거의 똑같다. 라인 기타 같은 것도 없고. 그런데 얼터너티브 계열 음악들의 경우는 그냥 백킹으로만 넣으면 너무 노래가 밋밋해져서 라인이나 뒤에 아르페지오 같은 연주를 의도적으로 좀 많이 추가해야 앨범의 소리가 풍성해진다. 그러면 오히려 반대로 공연 때는 연주가 좀 바빠지는 상황도 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 시대의 얼터너티브록 밴드들의 음악을 많이 들어보면 라이브하고 앨범이 거의 비슷하긴 하더라. 그럼에도 앨범을 들을 때 빈 부분이 느껴지지 않는 거 보면 그들만의 뭔가 노하우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채울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I Know’ 역시 이번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은 트랙 중 하나인데, 가사도 특히 인상적이었다. 뭔가 마크의 삶의 경험이 녹아있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어떻게 완성하게 된 트랙인지 궁금하다.

마크 최 내 경험은 아니고,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사회적 이슈 중 떠올랐던 아이디어 가운데 보이스 피싱에 대한 뉴스를 보고 가사를 쓴 곡이다. 그런데 이게 가사를 잘 음미에서 들어보면 화자가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는 것인지 아닌지를 좀 애매하게 그려놓았다. 보이스 피싱의 유혹 앞에 있는, 그 경계선에 놓인 서로의 각자 감정을 노래 가사에 담으려 했다.

 

마지막 트랙 ‘작은방’은 다른 트랙들과 달리 철저하게 어쿠스틱 편곡으로 이뤄진 트랙이다. 이 역시 1990년대 시애틀 그런지/얼터너티브록 밴드의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의 향수를 은근히 자극한다. 특별히 이 곡만 어쿠스틱 편곡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마크 최 그대로 보았다. 애초에 앨범을 작업할 때 그런 스타일의 곡을 마지막에 좀 하나 넣었으면 어떨지 생각했었다. 대신에 좀 밝은 어쿠스틱이 아니라 약간 처절한 듯한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질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1990년대 당시 얼터너티브록 밴드의 음악을 한창 들었을 때, 동시에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도 국내에서 열풍이었으니까 그때의 이미지, 느낌을 살린 곡을 만들어보았다. 마지막 트랙으로 넣은 또 하나의 이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하라 2[Self-Ego]의 마지막 트랙이 어쿠스틱 트랙으로 들어가 있기에, 그 사례도 고려한 결과다.

태지윤 예전 헤비메탈의 전성기에도 화이트 라이온(White Lion)‘When The Children Cry’나 사이공 킥(Saigon Kick)‘Love is On The Way’와 같은 그런 어쿠스틱 편곡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앨범마다 최소 하나씩은 있지 않았나. 그런 발라드의 성격도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 곡을 굳이 일렉트릭 편곡 쪽으로 바꾸려면 약간 억지로 나올 것도 같았다, 그냥 어쿠스틱 기타 중심으로, 첼로 연주가 나오긴 하는데 그건 사실은 가상 악기로 만든 소리여서 약간 어색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크 최 이 곡의 편곡을 언체인드(Unchained)의 보컬인 김광일이 담당했다. 그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도 너무 잘 어울렸다. 처음에는 편곡으로 좀 풍성하게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막상 그렇게 하면 너무 번잡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광일도 심플하게 해보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주었기에 최종적으로 이게 최상의 방법이라 결정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곡은 발라드 아닌 발라드라는 생각도 든다. 흔하게 우리가 다 같이 떼창할 수 있는 그런 곡은 아니니까. 나름 최대한 좀 처절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듣는 이들은 어떻게 들었을지 모르겠다.

 

각각 앨범의 베스트 트랙을 뽑아본다면 어떤 곡일지 그 이유와 함께 들어보고 싶다.

마크 최 개인적으로 자각몽이 제가 생각하는 조서너티브의 이상적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곡이다. 나름대로는 뭐라 그럴까? 요즘 후크송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래 중간에 이건 아니 아니야~’라는 반복되는 부분까지 만들었으니까. 이 멜로디 부분을 만드는 데 한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그 부분으로 뭔가 매우 중독성 있게 나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잘 안 나오더라. 그래서 포기하고 있다가 또 하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그게 한 6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태지윤 약간 좀 고민이 많았던 노래가 네가 바라본 세계였다. 이 곡에서도 기타 솔로 애드리브 구간이 있어서 해당 부분을 채울 때가 제일 좀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보우(E Bow: 픽업 과 자기 피드백 회로를 사용하여 현에 닿지 않고 진동시켜 연주자가 음을 무한정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 유투(U2)의 엣지(The Edge)가 쓰는 장비도 고려했다.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이 글램메탈이나 헤비메탈에서의 기타 솔로는 멜로딕하기에 만들기가 좀 쉬운 편이지만, 이런 장르에선 성조가 좀 애매하기도 하고 그래서 좀 전체적으로 다르게 치기도 해야 하기에 고민이 좀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밴드가 인천 지역에서 라이브를 자주 했던 편이라 꾸준히 라이브하는 모습을 봤지만, 이제 이번 앨범의 발매 이후에는 좀 더 라이브 공연 활동의 범위를 넓혀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된다.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향후 공연 계획들은 어떠한지 묻고 싶다.

마크 최 일단 우리가 아무래도 비주류 밴드다 보니까 홍보는 SNS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서 그 위주로 일단 홍보하고 그밖에는 꾸준히 공연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전부일 것 같다. 다만 이번에는 좀 의욕적으로 내년 초에 한 10년 만에 전국 투어 방식으로 지방에도 한 번씩 인사를 드리러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그 투어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밴드가 공연 이외에는 뭐 사실 신곡을 홍보할 방법이 없지 않나. 우리가 인기가요에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긴 시간 카인드 오브 포이즌의 새 음악을 기다려왔던 팬들과 한국의 록 마니아에게 마지막으로 신보와 관련하여 당부의 말씀 부탁한다.

마크 최 개인적으로는 이제 CD 앨범 포맷으로 오랜만에 내는 거다 보니까 조금 감개무량한 건 있다.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많은 분이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고, 요즘 그러기엔 사실 재미난 게 너무 많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제가 속했던 밴드의 공연도 많이 봐주시고 저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고 계신 분들도 이제 나이가 드셨으니 보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희가 계속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사실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해보자는 취지로 지금 계속하고 있으니까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 그밖에 특별히 무엇을 바랄까. 좋은 음악이면 시간이 지나서라도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지금 당장 어떤 결과가 반응이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런 음악도 있었다고 돌아볼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망하고 그랬으면 진작에 관뒀을 거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조서너티브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한 사람도 있었구나. 그 정도로 기억에 남는?

태지윤 당장 202612일 클럽 빅팀에서, 3일에는 JS 아트홀에서 공연이 잡혀있다. 나름의 네트워킹으로 그간 인천에서만 공연을 많이 했는데, 나조차도 홍대에서 공연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긴장되기보다는 굉장히 낯선 감도 있다. 우리 멤버가 개별적으로 활동을 오래 했지만, 이 밴드로만 보자면 신인하고 거의 다름없어서 관객이 많이 오든 아니든 열심히 다시 해보려고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다른 지역도 많이 가서 공연하고 우리도 후배는 아니지만, 다른 젊은 친구들한테 저희 CD도 주고받고 이렇게 교류하려고 한다.

 


 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통권 41 지면에 실리지 못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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