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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IMERS, 감각을 헤이려는 자들의 파랑빛 이상(理想)

SWIMMERS (사진제공 오름엔터테인먼트)

스위머스는 조미치와 장선웅의 2인조로서 두터운 사운드를 선보이던 밴드다. 오랜 기간 라이브 위주로 그들의 기록을 축적해 온 스위머스가 2025년 10월, 데뷔 10년 만에 첫 정규 앨범 [Swiimers High]를 발매하였다. 둘로만 이루어진 스위머스에는 천금 같은 지원군도 가세하였다. 어느덧 한국 인디의 기둥이 된 9와 숫자들의 9이자 프로듀서인 송재경이 합류하여 작품 창작자로서 스위머스의 퍼즐이 완성된 셈이다. 그렇게 스위머스는 그들 자체로 완연한 셋잇단음표가 되어 리드미컬한 파도를 만들어냈다. 1집 발매 직후, 인터뷰를 통하여 헤엄을 멈추지 않는 밴드 스위머스의 소회를 들여다보았다.

인터뷰, 정리 허희필

 

활동 10주년에 이르러 발매한 첫 정규 작품이다. 오래 익은 알을 이제야 부화시켰다는 감상이 드는데 1집 발매에 대한 멤버의 심경에 대해 듣고 싶다.

송재경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팀에 합류하여 발표한 첫 앨범이라 중압감을 느꼈는데 의도 이상으로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

장선웅 정말 감회가 새롭다. 1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긴 휴식기도 가졌지만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고 감격스럽다. 밴드 활동 초기의 젊음과 패기는 자연스레 사그라졌지만, 경험과 노련함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활동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조미치 정말 오래된 노래부터 만들어진 지 불과 반년도 되지 않은 노래까지, 각기 다른 시간을 머금고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는 앨범이다. 우리의 시간을 한 뭉치 떼어내 하나의 물건으로 빚은 느낌이라 어딘가 헛헛하기도 하고. 아직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난다.

 

‘수영하는 자들’이라는 팀명은 어떤 연유로 짓게 된 건가.

장선웅 사실. 그 당시에는 큰 뜻이 있다기보다 스위머스라는 어감이 좋아서 결정했던 기억이 있다.

조미치 인간의 몸으로 가장 자유롭게, 위아래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 수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음악이 그렇게 자유롭길 바라며 정한 팀명이다.”라고 말하기로 했잖아(웃음).

 

앨범 관련 소개말 등을 살펴보면 이번 앨범이 여러 음악적 취향의 반영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스위머스의 기조는 드림 팝 기반의 슈게이징이지만 ‘Neon Blue’ 같이 비교적 정적인 트랙에선 네오포크의 향기도 느껴지는 등 장르적인 맛이 이채롭다. 장르적인 레퍼런스를 녹여내는 스위머스의 특별한 방식에 관해 말한다면.

조미치 좋아하는 음악이 다양하고 만들고 싶은 음악도 다양해서 그런 것 같다. 음악적으론 장르라는 이름으로 어떤 문법을 충실히 지키기보단 스위머스만의 색깔과 위치를 잡고자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슈게이징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이라든지 슬로다이브(Slowdive) 같은 어떤 원형의 역할을 하는 음악이 있는데, 물론 좋아하는 팀이고 영향을 안 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 같은음악을 하고 싶진 않다. 2025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음악을 담고 싶었다.

송재경 리더에게 트렌디한 팝적 감각이 있기 때문에 나는 주특기를 살려서 1990년대 얼터너티브록과 2000년대 초반 인디의 투박함을 담아봤다.

 

‘MOMMY’, ‘Neon Blue’, ‘Gravity’ 세 곡을 타이틀로 선정한 까닭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조미치 다들 우리를 슈게이징 밴드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작정하고 그렇게 만든 곡이 없다. 노이즈록은 맞는 것 같지만 둘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그런 말들을 들으며 그래? 그럼 내가 생각하는 슈게이징 음악의 정석 같은 노래를 하나 가져보자하며 만든 곡이 ‘MOMMY’였는데, 일단 신나는 곡이 되어서 좋았고 우리 색깔을 잘 대표하는 노래로 완성되었다고 느꼈다. EP에 실린 곡은 전반적으로 좀 너무 어둡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Neon Blue’는 굉장히 늦게 나온 곡인데 장선웅이 강력하게 밀었고, 송재경은 ‘Gravity’를 더블 타이틀로 밀고 싶어 했다. 나는 두 곡 모두 좋지만,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곡이라기보단 좀 색다른 면을 드러내는 곡들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투표를 부탁했는데 거의 동률이 나와서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장선웅 ‘Neon Blue’는 우리 곡 중 가장 대중적인 느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그리고 내 지인들은 인디 밴드 음악을 다소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더라. 이런 분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길 바라고 있다.

송재경 앨범이 전체적으로 시끄러워서 ‘Neon Blue’‘Gravity’는 상대적으로 잔잔하게, 쉬어가는 느낌으로 만들기로 하고 작업의 우선순위를 미뤄둔 곡이었다. 다른 곡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뒤 ‘Gravity’ 데모를 뒤늦게 집중해서 듣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좋게 느껴졌고 록에 관심이 없는 분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Neon Blue’는 후반부 편곡이 어려웠는데 기타와 신시사이저의 투박하고 불안정한 앙상블을 살린 게 곡의 매력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타이틀 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장선웅이 워낙 좋아해서.

 

 

어쩌면 해석의 영역일 수 있겠지만, 창작자의 시점과 감상자의 시점에서 ‘Erika’는 서로 다른 인칭대명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에리카라는 고유명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에리카 탄생’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조미치 ‘Erika’의 데모 파일명은 ‘Flower’였는데, 나는 여기에 사람 이름을 붙이고 싶단 생각을 하다가 에리카라는 꽃을 알게 되었다. 히스(heath) 계열의, ’고독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이고, 망부석 설화와 비슷한 얘기가 얽혀 있더라. 가사와도 굉장히 결이 맞아서 운명처럼 느껴져 제목으로 짓게 됐다. 어떤 경우에도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과, 떨어져 있다고 해도 분명히 존재하는 사랑 두 가지를 함께 담고자 했다. 그 둘이 사실은 다른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공간계 이펙터나 톤 세팅 등 소리 연출 시에 멤버들 각자 장비는 어떤 종류를 쓰거나 애용하는지 궁금하다.

송재경 스트라이몬의 공간계 이펙터를 즐겨 쓴다. 아날로그 시대에 많은 노력과 연구로 만들어내야 했던 다양한 사운드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디지털 이펙터들이다. 다이내믹 계열로는 아날로그 맨 킹 오브 톤, 프로코 랫을 메인으로 쓰고 있다. 라이브용 기타로 깁슨 익스플로러를 주로 사용하지만, 앨범 녹음에는 깁슨 레스폴, ES-345, 펜더 재즈마스터, 스트라토캐스터 등 다양한 악기를 썼다.

조미치 내가 특히 좋아하는 악기 소리는 페이저인데, 작년 초 활동을 재개하면서 페달보드에 추가한 MXRPhase90이 작지만 내공이 있는 소리라 아주 소중하다. 또 리틀 빅 머프를 퍼즈로 사용하고 있는데 소리가 좋은 악기임에도 내가 아직 잘 활용을 못하고 있어서 연구 중이다.

 

송재경의 합류로 사운드가 보강된 측면이 있다거나 멤버들이 체감한 전반적인 사운드의 변화가 어떤 건지에 대해서 말해달라.

장선웅 송재경의 합류로 사운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물론이고 조미치가 넘길 수 있을 부분을 디테일하게 체크해 준 완벽주의 송재경이 긴 휴식기를 끝내주어서 감사하다.

조미치 나보다 훨씬 톤에 대한 이해가 높고 욕심도 많고 전체 사운드 균형을 면밀하게 살피는 멤버가 들어와 사운드적으로 아주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에서는 종종 기타 소리가 너무 크게 잡히는 경향이 있지만. 전에는 기타 두 대로 최대한 사운드를 가득 채우려고 노력했다면 요즘은 빠져야 할 곳에서는 빠지고 갈라져야 할 때에는 서로 다른 소리로 갈라지는 부분에 공을 들이면서 사운드적으로 더 입체적인 느낌을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Swiimers High]에선 유난히 사운드스케이프가 두드러진다. 물론 ‘Erika’ 뮤비가 은유하는 영상미도 포함해서 말이다. 영화적으로는 각각의 스코어에 해당할 그런 소리적인 풍광이랄지 감상적 차원에서 스위머스가 사운드를 채집하고 구성하는 데 있어 영향을 받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조미치 질문이 좀 어렵다. 최대한 대답을 해보자면. 나는 정말 많은 걸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내가 모난 사람 같아 슬퍼지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조금 나아진다. 나는 영화도, 연극도, 시와 소설도 좋아하고, 튼튼한 서사를 가진 이야기도, 플롯이 파괴되고 정념으로만 가득한 난장판도 좋아한다. 전혀 전문적이진 못하지만 미술관에 가는 것도 정말 좋아하고, 세련된 도시의 슬픔과 압도적인 자연의 적막함, 어떤 순수한 것들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가차없음 같은 것을 모두 좋아해서. 그리고 그중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다. 그런 것들이 다 내가 만드는 음악에 녹아들지 않나 싶다. 녹이고 싶기도 한 것 같고. 현실에서, 대낮에 이런 얘기를 하면 좀 부끄럽잖은가. 이걸 물어본 게 맞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내가 생각하는 시간과 시간을 채우고 흐르는 물, 특히 바다와 파도의 이미지를 모든 노래에 공통으로, 또 유기적으로 담고자 했다. ‘아름다운 시절은 가사 그대로 어느 날 떠밀려온 해안가의 낯설고 아름다운, 드디어 육지에 다다랐지만 어딘지 모르게 적막하고 불안한 풍경, 흰 거품이 이는 파도의 끄트머리가 모래를 쓸고 가는 소리를 떠올리며 쓴 곡이다. ‘Gravity’는 달빛이 내린 아름다운 바닷가의 절벽을, ‘Butterfly: Non Terra Sed Aquis’는 파도가 솟구치는 거대한 망망대해에 거짓말처럼 날고 있는 노란 나비를, ‘Swiimers High’는 그 파도의 거침없음을 높이와 깊이에 다함이 없는 이미지로 구현하고 싶었다. ‘Ice & Fire’는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곡이고, ‘Winter Resolution’은 서울의 얼어붙은 강과 헬싱키의 겨울이 스며있는 곡이다. 앞서 말한 ‘Neon Blue’는 우울 속에서 섬광처럼 폭발하듯 빛나는 어떤 푸름을 담고 싶었다.

 

수록된 트랙에는 3년 전 공개한 곡과 신곡이 공존하고 있는데 몇 년에 걸쳐 스위머스의 음악적인 기운이나 감수성을 움직일 만한 정서적인/환경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장선웅 지난 몇 년간 가장 큰 이벤트는 가정을 이뤘고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사업 실패도 겪어봤다. 그로 인해 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중이다.

조미치 아무래도 멤버 모두가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 되었다는 게, 자신 외에 책임질 것들이 생겼다는 점이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큰 변화일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내 시선을 나만의 감정이나 상처보다는 주변으로 시야를 좀 확대하게 한 면이 있다고 느껴진다. 운동하면서 체력을 키우게 된 것도 분명히 큰 변화였다. 반려 고양이 민채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나를 또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도 확실하다.

 

앨범을 채운 노랫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적 깊이가 상당한 가사는 거저 나오는 게 아닐 텐데 멤버들이 평소에 독서 체험을 즐기는지를 알고 싶다. 혹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가 있는지.

조미치 아홉 번째 질문에서 과하게 대답한 것 같은데.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다. 초등학생 때는 수업 시간에 몰래 책을 읽다가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거짓말 같지만, 책 읽으면서 집에 걸어가다가 전봇대에 이마를 찧은 적도 있다. 시인 중에는 특히 진은영 시인과 이영광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소설은 헨리 제임스(Henry James)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 소설 중에는, 한강 작가의 <바람이 분다, 가라>와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비행운>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송재경과 좋아하는 작가가 많이 겹치는데, 나는 최근 읽은 SF 장편 중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도 좋았다.

장선웅. 앞으로 친해져 보겠다(웃음).

 

음악이 주는 감흥은 분명 귀하지만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러한 감흥이 과거와 같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세상이기도 하다. 포괄적인 질문이지만, 스위머스가 느끼기에 음악의 힘 혹은 밴드의 힘은 어떤 거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송재경 음악은 삶의 원동력, 삶 자체라서 별도로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 하나의 록 밴드라도 미치도록 좋아해 본 사람은 말하자면 매트릭스 바깥을 경험하게 되는, 삶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켜 주는 신비로운 힘이 음악에 담겨있다.

조미치 다른 사람에겐 모르겠다. 최소한 음악이, 또 이 밴드가 나를 일으켜 세워 왔으니 나 같은 다른 어떤 이에게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나는 그거면 음악이 음악의 할 일을 다 하는 것 같다고 본다.

장선웅 음악에는 위로를 받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항상 위로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 파이팅.

 

저마다의 삶에 의해, 삶을 향해 흘러가는 중인 지상의 모든 ‘스위머’들에게 스위머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조미치 이번 앨범에 실린 모든 노래는 내가 느낄 때, 서로 기대어 있는 곡이다. 사람처럼. 또 멤버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만든 곡들이고. 완벽하지 않아도 혹은 완벽하지 않아서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기댈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기댈 수 있으니 절망하지 않고 함께 흘러갈 수 있으면 좋겠다. 때로는 높이 파도도 타보고 깊이 잠수도 해보면서. 세월은 영원하고 우리는 흘러갈 뿐이니까.

장선웅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라고 한다. 이 순간을 즐겁게 행복하게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자.

송재경 스위머스 데뷔 이래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모두 사라진 과거일 뿐. 스위머스의 진짜 유영은 바로 지금이다. 같이 즐겨주시고 계속 지켜봐 주시라.

 


 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통권 41 지면에 실리지 못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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