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벡터는 미국 애리조나 템피 출신의 4인조 밴드다. 장르 상으로는 테크니컬 스래쉬메탈을 표방하지만, 벡터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스페이스메탈이라 명기하고 있다. 이들의 사운드나 가사가 SF적인 무드를 가득 담고 있는 이유다. 필자는 그걸 공상과학 메탈이라 부러 다시 언명한다. 세계관을 명확히 설정하고 파괴적인 BPM의 굉음으로 그것을 조형하는 벡터의 음악력은 능히 이색적이다. 벡터는 과학적인 타이틀을 내걸고 올해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였고 어느덧 27회째를 맞은 한국의 기획형 메탈 축제인 헬라이드의 초대로 내한하였다. 서울 무신사 개러지에서 부산 공연을 먼저 소화하고 온 벡터를 만나보았다.
인터뷰, 정리 허희필, 통역 오혜인
한국 방문을 환영하며, <파라노이드> 구독자와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What's Up!” 파라노이드 구독자를 인터뷰로 만나게 되어 반갑다. 우린 벡터다. 사랑한다(일동 웃음)!
한국을 방문한 소감이 궁금하다. 서울 공연 전날 한국의 또 다른 대도시 부산의 클럽 무몽크에서 먼저 공연하였는데 부산은 어떠했는지도 듣고 싶다.
데이비드 디산토 무몽크는 매우 작았다. 공연장은 그렇게 작았는데도 사람이 꽉 찼고 밤새도록 모쉬핏과 스테이지 다이빙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에릭 넬슨 부산이란 도시가 정말 아름다웠다. 바다랑 도시의 전경을 같이 볼 수 있는 게 좋았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 오션 뷰였는데, 바다로 나가자마자 산책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삼겹살이나 산낙지 같은 해산물 등 음식을 즐기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나 나는 생새우를 처음 먹었는데 다소 당황스러웠다. 음식을 떴는데 옷에 떨어져서(웃음).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다(웃음).
벡터가 결성된 계기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데이비드 디산토 메탈 밴드들이 다양하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벡터같은 사운드를 지향하는 밴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소리를 만들기 위해 내가 직접 만들게 된 거다. 그런데 이성에게는 인기가 없다(웃음).
에릭 넬슨 음악을 위한 진짜 열정이 있을 뿐이다(전원 웃음).
현재 베이시스트 스테판과 드러머 마이크는 벡터의 두 번째 출발점에서 오디션으로 합류하였다. 실력이야 선정 과정에서 당연했겠지만, 두 멤버의 어떤 점이 끌려서 벡터로 함께하고 싶었는지가 궁금했다.
에릭 넬슨 2019년에 알게 되었고 공식으로 합류하고 공지하게 된 건 2020년이다.
스테판 쿤 나는 원래 벡터를 너무 좋아했다. 1집 앨범 [Black Future]에 푹 빠졌었다.
에릭 넬슨 유튜브에서 스테판이 직접 우리 곡들을 커버한 영상을 보고 그의 기술에 ‘뻑 갔다’(웃음).
스테판 쿤 그래서 공연장에 가서 멤버들과 안면을 튼 뒤 오디션 기회가 생겨 오디션을 봤다. 유튜브 비디오를 보고 모두 연주를 잘한다고 하며 영입해야겠다고 하여 들어가게 되었다.
마이크 올슨 나는 오래전부터 벡터를 알고 있었다. 피닉스 신(Phoenix Scene) 안에서 각자 다른 로컬 밴드에서 활동하였고 공연을 함께하던 사이였다. 그런 와중에 나와 데이비드 모두 인연이 있던 친구가 벡터에서 드러머를 구인한다는 소식을 알려주어서 합류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 난 이곳저곳 투어도 하고 싶었고, 음악적으로도 다른 걸 시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렇지만 스테판과는 달리 난 벡터의 곡들을 새롭게 익혀야 했다.
에릭 넬슨 스테판과 마이크가 가입한 뒤 처음 합주하게 되었을 때 그때 직감하였다. 죽이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았다는 걸. 마이크는 스테판처럼 우리 노래를 많이 알고 있던 처지가 아니라서 숙제하는 기분으로 비트를 암기하고 있었던 게 인상 깊었다.
인터뷰어 역시 특별히 공상과학이나 철학 등을 공부하는 처지로서 벡터가 앨범을 통해 만드는 세계관이 마음에 꽂혔다. 벡터는 상상력이 넘쳐나는 밴드로서 음악적으로 배울 점이 많게 느껴지는데, 짜릿하고 깊은 콘셉트 앨범을 만들 수 있었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었고 또 얻고 있는가.
데이비드 디산토 원래 어렸을 때는 펑크나 스래쉬메탈을 듣다가 러시(Rush)의 [2112]를 접한 뒤 프로그레시브메탈에 귀를 트게 되었다. 그 뒤로는 프로그레시브한 걸 더 찾고 싶어서 음악적 탐구를 해왔다. 디스트럭션(Destruction)도 좋아했고, 메탈리카(Metallica)가 프로그레시브한 걸 했던 시절을 좋아하기도 했다.
에릭 넬슨 난 어렸을 때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 등 프로그레시브메탈 계열을 좋아했지만, 심포니 엑스(Symphony X)처럼 심포닉한 요소가 내재한 파워메탈을 조금 더 좋아했다. 반면 데이비드는 보이보드(Voivod)나 와치타워(Watchtower) 등 스래쉬메탈 요소가 있는 밴드도 선호했다. 어쨌든 취향이 잘 맞아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음악적인 영향이야 열거한 그대로지만 지금은 딱히 구애받지 않고 여기저기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현재 멤버들이 라이브나 작업 시 애용하는 장비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데이비드 디산토 보통 LTD 기타를 공연할 때 쓰고, 좋거나 값나가는 장비는 집에 들여놓는 편이다. 공항에 갖고 갔다가 짐을 끄는 카트에 부서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웃음). 그리고 녹음할 때는 잭슨 USA 솔로이스트 SL1을 쓰고 있다.
스테판 쿤 깨 먹은 장비나 베이스가 아직 없어서 좋은 기타를 집에 모실 정도는 아니지만(웃음), 비씨 리치 베이스 등 좋아하는 걸 다 애용하는 편이다. 페달 보드나 오버드라이브 같은 경우에는 다크글래스나 러시의 게디 리(Geddy Lee) 시그니처 페달인 산스앰프를 쓴다.
마이크 올슨 난 드럼연주자로서 공연장에 있는 걸 그때그때 쓰는 편이다. 그리고 아직 내게 어떤 장비가 맞는지를 찾고 있다. 트릭 도미네이터 베이스 더블 페달을 주로 쓰고, 심벌은 손에 잡히는 어떤 것이든 좋은 소리가 나는 걸 쓴다.
멤버들이 요즘 즐겨 듣는 앨범이나 빠져있는 관심사가 있는지도 듣고 싶다.
스테판 쿤 요즘은 킹 기저드 앤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를 듣는다. 그런데 사실 나오는 앨범이 늘 많은지라서 굳이 메탈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를 찾아 듣는 편이다. 나는 이것저것 시도하는 걸 흥미로워하는 편이라 딱히 구분을 두지 않고 많이 듣기 때문이다. 테크니컬 데쓰나 프로그레시브한 계열은 물론이고 컨트리 음악도 듣는다(웃음).
데이비드 디산토 20년 넘게 계속 듣던 걸 듣게 된다. 난 요즘에는 톰 페티(Tom Petty)를 찾아 듣는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하고 말랑한 걸 찾게 된다(일동 웃음).
라이브에 따르는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멤버 간의 호흡이나 라이브 컨디션 등을 지속시키거나 키우는 특별한 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디산토 매번 투어할 때마다 어려움의 연속이다. 장비 등과 관련해서 요청했던 바를 100% 들어주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어땠나.
데이비드 디산토 힘들었다. 사운드체크 같은 경우에 “이럴 수가! 오늘 이게 될까?” 싶을 정도로 경악스럽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라이브 계획을 소화하는 데는 그냥 한다. 일어나서 할 걸 하고 이른바 버티는 편이랄까. 그리고 메사부기 트리플 렉티파이어 같은 기타 앰프에서 나오는 톤을 좋아해서 따로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거듭 청했는데도 장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샬 앰프를 쓸 수밖에 없었다.
에릭 넬슨 나 같은 경우도 데이비드와 비슷했다. 피비 6505 헤드 앰프를 요청하였는데 역시 받을 수 없었다.
데이비드 디산토 마샬은 우리 둘 다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에릭 넬슨 우리가 작업하는 사운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데이비드 디산토 마샬은 AC/DC 같은 하드록에 더 적합하다.
벡터가 활동하면서 느낀 애리조나 신의 흐름이나 변화가 있다면 어떤 걸까.
데이비드 디산토 애리조나야 워낙 큰 장소고, 그만큼 큰 신이다. 과거에는 메탈코어나 데쓰코어 쪽이었는데 근래에는 스래쉬메탈 밴드도 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같은 예는 없었다. 언제나 이 신에서 인기가 있는 건 데쓰메탈이다.
마이크 올슨 무엇을 듣고 싶다거나 무얼 원하든 애리조나를 찾는 게 효과적이다. 신이 크다 보니 뭐든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메탈 음악이라지만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해본다. 멤버들이 느끼기에 메탈 음악은 어떤 것인지 듣고 싶다.
데이비드 디산토 메탈은 문화다. 어떤 문화냐 하면 즐겁게 놀고 즐기며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문화인 거다. 사람들이 메탈을 듣는 이유는 일반적인 삶이나 일상, 음악이 지루하니까 메탈에서 신선함과 즐거움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문화가 메탈이다. 신선함을 유지하고 그걸 음악에 반영하려는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앨범 계획이나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등을 포함해서, 독보적인 메탈 밴드로서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데이비드 디산토 우리가 하던 걸 지속할 테고, 물론 새로운 걸 시도하겠지만 기존에 우리가 창작하는 사운드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진 않다.
끝으로, 헬라이드 페스티벌을 통해 벡터를 만나게 될 팬과 메탈 마니아, <파라노이드> 구독자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
데이비드 디산토 매우 감사하다. <파라노이드> 구독자나 공연장을 찾은 분들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면모와 열정, 서포트 모두 아낀다.
에릭 넬슨 우린 항상 감사하고 있고 팬들과 만나는 게 좋다. 같이 음악 이야기 나누고 사인해 주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무대를 만드는 건 팬들이 보여준 사랑과 열정을 갚아주는 것이기도 하다. 모두 열정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 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통권 41호 지면에 실리지 못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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