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만 한정해도 수십만 명의 블루스 연주자가 있을 것이다. 어림잡기도 어렵다.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기타를 잡으면 어쨌든 블루스부터 배운다. 그것은 기타라는 악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으로, 그만큼 깊고 오랜 흐름을 갖고 있는 블루스의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이 잠깐이라도 빛나기가 어렵게 됐다. 해서 지금 시대에 블루스 하나로 주목받는 연주자라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글 한명륜 | Austin Hargrave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주자들이나 블루스 애호가라면 엄지를 치켜세우는 인물 중 하나가 필립 세이스(Philip Sayce)다. 현재 조 보나마사(Joe Bonamassa) 등과 함께 가장 역동적인 블루스 라인을 들려주는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인물. 퍼지한 톤에 긴장 가득한 반복 프레이징 등은 호사가들로 하여금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이름을 언급하고 싶게 만드는 페르소나다.
이번 앨범은 필립 세이스 본인의 음악적 유전자 구조를 가림 없이 노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블루스 연주자라면 그가 아무리 뛰어난 이라 해도 선배 뮤지션들의 이름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는 이를 개성에 대한 위협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모두 삼켰고 소화했다. 그리고 그 영양으로 빚은 음표를 뜨겁고 끈적하게 쏟아냈으니 제목도 ‘Influence’다. 2012년 <Guitarist>, <Guitar Parts Magazine>(France) 등으로부터 “근 10년간 최고의 블루스 락 앨범”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Streamroller] 이후 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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