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ZY OSBOURNE, 계속되는 건강 위기 속에서도 사그라지지 않는 음악적 열정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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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환

2010년대 전반기에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솔로 앨범 [Scream](2010)의 발표 이후 2011년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원년 멤버들과 두 번째 재결합 활동을 선언했고, 그와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 기저 버틀러(Geezer Butler)의 라인업으로는 35년 만의 새 정규앨범이었던 [13](2013)의 발표와 대중과 평단의 호평 속에서 ‘God Is Dead?’의 그래미 최우수 메탈 퍼포먼스 수상, 그리고 이어지는 투어까지 꽤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미 활동 중에 토니 아이오미가 림프암 진단을 받아 투병을 시작했고, 결국 계획했던 후속 앨범 작업은 마무리되지 못했고, 결국 2016~2017년 개최된 고별 투어 ‘The End’와 공연장에서만 판매된 4곡의 미발표 신곡과 라이브 버전을 담은 동명의 EP(2016)을 끝으로 블랙 사바스는 공식적 활동의 마침표를 찍었다. 

2018년에도 오지 오스본은 다운로드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장식할 만큼 정열적 투어를 이어갔지만, ‘No More Tours 2’ 투어가 진행되던 시기인 2019년 2월, 독감 합병증으로 입원하면서 폐렴으로 이어져 중환자실까지 옮겨지며 치료를 받게 되면서 그의 건강에 대한 팬들의 우려가 점점 커져갔다. 게다가 중환자실을 나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집에서 회복기를 갖던 중 낙상을 입으면서 2019년 잡힌 모든 공연은 취소되었다. 그러나 그의 건강에 대해 이보다 더 심각한 소식은 2020년 1월에 들려왔다. 이미 2019년 2월 입원 당시에 그는 파킨슨 병이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는 소식이었다. 결국 2020년 2월로 잡혔던 북미 투어도 그가 4월까지 스위스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서 취소되어버렸다. 

이런 배경 상황 속에서 그는 블랙 사바스 활동이 끝난 이후 시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을 해온 결과물들을 담은 12번째 스튜디오 앨범 [Ordinary Man]을 지난 2월 21일 대중에게 선보였다. 솔로 정규작으로는 10년 만의 신작이었던 이 앨범이 그의 건강 악화 소식과 함께 혹시나 유작이 되면 어쩌나 하는 극단적인 팬들의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7월에 오지의 아내 샤론 오스본(Sharon Osbourne)은 한 팟 캐스트 프로그램에서 오지의 건강 상태에 대해 “그가 의학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의 건강은 아직 양호하고 매일 강해지고 있다.”고 밝혀 일단은 팬들을 안도하게 했다. 또한 그의 파킨슨 병에 대해서는 2003년 오지가 ATV(전지형차)사고를 당한 이후 계속 척추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그에게 잠재되어 있었던 해당 질환 유전자가 드디어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원래 의도했던 스위스로의 치료 요양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창궐로 인하여 포기했지만, 자택을 중심으로 계속 치료와 요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벌써 다음 앨범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건강 문제 속에서도 여전히 창작에 열정을 보이고 있음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새 앨범 [Ordinary Man]이 보여준 과거와 다른 변화.

 

새 앨범 [Ordinary Man]은 어찌 보면 제목부터 의미심장함이 묻어난다. ‘I Am Iron Man!’을 외쳐왔고, ‘광인일기(Diary Of Madman)’라는 타이틀을 자신의 앨범 제목에 붙이며 세상의 평범함과는 거리를 둔 헤비메탈계의 독보적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그가 (물론 TV리얼리티 쇼 ‘The Osbournes’에서는 그 역시 가족들 앞에서 평범한 가장임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런 앨범 제목을 타이틀로 삼았다는 것부터가 조금은 놀라웠다. 역시 이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는 확실한 노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 그러나 엘튼 존(Elton John)과 함께한 동명의 타이틀곡 ‘Ordinary Man’의 가사를 보면 다행히 그의 로커로서의 삶의 태도가 그리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요, 난 나쁜 사람이었고, 파란 하늘보다 더 기고만장했죠. 그래요, 사실은 난 평범한 사람으로 죽고 싶지는 않아요.”라는 가사를 들으면 여전히 그는 자신의 육체의 쇠락함을 알면서도 그가 하고 싶은 일들을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하고 싶은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이번 신작은 그가 과거에 작업했던 결과물의 과정과는 약간 차별화된 제작 방식을 거쳤다. 첫 번째로 데뷔작 [Blizzard Of Ozz](1980)부터 이어진 ‘자신의 전속 밴드’에만 전념할 멤버들을 모아서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의 메인 라인업은 오지와 프로듀서로서 참여한 기타리스트 뮤지션 앤드류 와트(Andrew Watt),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베이시스트 더프 맥케이건(Duff McKagan)과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드러머 채드 스미스(Chad Smith)였다. 그러나 음반 크레디트에 추가된 이들의 지위는 ‘Additional Musician(참여 뮤지션)’이다. 여태까지의 크레디트 표기 방식과는 분명 다르다는 얘기다. 현재로서는 이 라인업으로 투어까지 진행할 확률이 별로 없기에 정식 오지의 밴드라고 정의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게스트들이 음반의 세션에 참여했다. 슬래쉬(Slash)와 톰 모렐로(Tom Morello)가 각각 2곡에서 기타를 연주했고, 타이틀곡에 듀엣으로 참여한 엘튼 존은 해당 곡의 피아노 연주를 맡았으며, 심지어 앨범의 첫 곡 ‘Straight To Hell’에서 키보드 연주에 참여한 게스트 뮤지션으로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이름도 보인다. 오지의 딸인 켈리 오스본(Kelly Osbourne)은 백보컬로 참여했다. 이 밖에 20여명 이상 참여한 클래식 관현악 세션과 4부 합창 보컬 세션들까지 합치면 아마 역대 가장 많은 게스트 뮤지션들을 추가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앨범의 기타와 프로듀서로서 작업을 오지와 함께 이끈 앤드류 와트의 존재감인데, 그는 실질적으로 이 앨범의 탄생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원래 그는 글렌 휴즈(Glen Hughes), 제이슨 본햄(Jason Bonham)과 함께 2013년 그룹 캘리포니아 브리드(California Breed)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이름을 알렸고, 2015년 자신의 첫 솔로 EP [Ghost In My Head]를 발표했던 록 뮤지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현재 그의 위상은 솔로 뮤지션보다 ‘프로듀서’라는 부분에 더 큰 방점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뮤지션으로서의 주된 장르에 매이지 않고 프로듀서로서는 거의 전 장르에 걸친 작업에 참여했다. 포스트 말론(Post Marlone)과 카디 비(Cardi B)와 같은 힙합 뮤지션들부터 디제이 스네이크(DJ Snake), 카이고(Kygo)와 같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션 멘데즈(Shawn Mendes) 같은 팝 싱어 송 라이터들, 틴 록 밴드 파이브 세컨즈 오브 서머(5 Seconds Of Summer)에 이르기까지 프로듀싱 경력은 화려하다. 

앤드류 와트는 특히 현재 메인스트림 신에서 힙합 팬들은 물론 록 팬들에게도 반향이 있는 백인 랩퍼 포스트 말론에게 오지를 소개하면서 두 사람이 조인트 싱글 ‘Take What You Want’를 완성해 히트시키는 데 그는 결정적 기여를 했다. 원래부터 포스트 말론이 오지와 그의 음악을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얘기를 들은 앤드류는 두 사람이 함께 듀엣을 하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후 어느 파티에서 켈리 오스본을 만나 그 생각을 얘기했으며, 켈리는 오지에게 그 제안을 전했다. 오지는 그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젠장, 포스트 말론이 누구야?”라고 말했지만 결국 그 제안을 수락했고, 두 사람과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 함께한 ‘Take What You Want’은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에서 8위까지 오르는 대히트 싱글이 되었다. 오지에게는 리타 포드(Lita Ford)와 함께 했던 싱글 ‘Close My Eyes Forever’가 1989년 Top 10 싱글이 된 이후 30년 만의 기록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Ordinary Man]의 씨앗은 싹텄다. 앞선 싱글의 성공이 오지 패밀리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켈리와 샤론은 오지에게 다음 앨범을 그와 함께 작업해볼 것을 권유하면서 [Ordinary Man]에서의 앤드류의 참여가 현실화된 것이다. 앤드류는 그 제안에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기에 친구 채드 스미스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고, 채드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면서 두 사람은 더프에게 연락을 취했고, 앤드류의 집 지하실에 모여서 세 사람은 블랙 사바스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그 영향을 바탕으로 오지의 앨범에 들어갈 10곡의 노래들의 초안을 4일 만에 완성해 오지에게 가져갔다. 그 곡들에 오지와 앤드류가 함께 가사 작업을 하고 살을 붙임으로써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이 완결된 형태를 갖추고 본격적 레코딩이 진행된 것이다. 
  

블랙 사바스-오지의 전통에 충실하지만 훨씬 유연성을 발휘한 곡들의 향연.

 

앞서 설명한 과정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간 속에서 완성된 [Ordinary Man]은 발표 직후 미국에서만 첫 주에 피지컬 CD만 6만 5천장이 팔리면서 총 7만 7천장으로 빌보드 200 앨범 차트 3위로 데뷔했다. 영국 차트에서도 역시 3위로 데뷔했다. 단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까에 대한 우려로 이뤄진 구매는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해외 음악 매체에서 모두 고르게 높은 음악적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지와 앤드류, 더프, 채드의 손에서 나온 이번 신보의 음악들은 철저히 오리지널 블랙 사바스 시대에 대한 충실한 해석과 계승으로 이뤄진 작품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980년대 그의 대표작들에서 보여준 드라이빙감을 갖춘 리프들보다는 초기 블랙 사바스의 중량감을 강조하거나 아니면 오지의 1990년대 이후 음반들 속의 유연성을 살짝 첨가한 방향으로 완성된 느낌을 준다. 인트로 리프부터 누구도 오지와 사바스의 향기를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한 헤비 록 트랙인 ‘Straight To Hell’는 [13] 세션 때 블랙 사바스의 미발표 레코딩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유산의 복원이다. 중반부에 들려오는 장엄한 코러스의 활용과 슬래쉬의 솔로는 곡에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1990년대 오지의 걸작 [No More Tears] 시대의 사운드가 살짝 엿보이는 ‘All My Life’에서의 앤드류의 솔로와 기타 워크는 잭 와일드(Zakk Wylde)의 부재가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곡을 지배하며, 역시 블랙 사바스적 전통에 충실한 어둠의 향기로 가득한 음산하고 느린 트랙 ‘Goodbye’(인트로의 보이스 이펙트에는 은근히 ‘Iron Man’의 오마주가 스며들었다)도 앨범의 흐름에 긍정적 여운을 이어간다. 도입부는 발라드처럼 시작하지만, 후렴 파트로 접어들면서 완전히 반전되는 에너지와 파워를 선사하면서 역시 블랙 사바스의 전통을 되살려내는 ‘Under The Graveyard’는 이번 앨범에서 앞으로도 계속 반복해 듣게 될 만한 앨범 전체의 베스트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Eat Me’나 톰 모렐로의 기타가 가세한 ‘Scary Little Green Man’ 등이 바로 오지 오스본의 역사와 전통에 충분히 부합하는 트랙들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조금은 논란(?)이 있을 만한 곡이 아마도 타이틀 트랙 ‘Ordinary Man’일 것이다. 분명히 엘튼 존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깔려 있기에 그 취향에 대한 호불호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의 건강을 걱정해야 할 두 노년의 뮤지션이 여전히 서로의 ‘별난 꿈’을 지켜가는 의지가 잘 녹아 있는 이 곡은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들으면 정말 낭만적이며 의미 깊은 발라드다. 포스트 말론과의 두 번째 조인트이자 앨범의 실질적 마지막 트랙인 ‘It's A Raid’는 앨범에서 가장 노이지하고 거친 속도감을 밀어붙이는 곡이지만 은근히 클래식 펑크와 개러지적 요소까지 잘 끌어들여 두 아티스트의 보컬과 랩까지 멋지게 버무려 낸 또 하나의 앨범의 대표 트랙이 되었다. 물론 기존의 오지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살짝 다른 결과물이긴 하지만. 

앨범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도 오지를 지지해왔던 세계의 모든 록 팬들은 그의 쾌유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파킨슨병의 투병 결과가 완치와 쾌유로 끝났던 사례가 거의 없었기에 그의 몸 상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래도 이번 앨범을 통해 아직 그의 음악적 감각이 여전히 건재하고 그를 도울 충실한 조력자들이 함께 계속한다면 우리는 그의 삶의 의지가 있는 시간까지는 계속 그의 새 음악을 만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ORDINARY MAN
2020 ○ Sony Music


 

Black Sabbath, 35년 만에 뭉친 ‘원조’ 멤버들이 발표하는, 우리와 동시대의 명반

새로운 창작곡들을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상당부분 전성기를 압도하는 무개와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8곡의 트랙리스트 가운데 5곡이 7분이 넘는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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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파라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