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THLY ISSUE/WEB ONLY

DEEP PURPLE, ‘살아있는 자’가 바로 ‘강한 자’임을 일깨우는 21번째 정규 앨범.

딥 퍼플이 돌아왔다. 항상 과거의 화석으로 추앙받고 박제되는 것을 철저히 거부해왔던 그들의 꾸준한 창작과 공연 활동은 분명 많은 후배 밴드들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그리고 이제 2020년, 또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에 그들의 21번째 정규 앨범이 우리 곁에 다시 도착했다.
글 김성환

앨범 타이틀이 꽤 독특하다. [Whoosh!]의 의미를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휙 하는 소리’, 또는 ‘휴~’ 정도의 감탄사 의성어인 셈인데, 왜 이 단어를 음반의 타이틀로 삼았을까. 사실 앨범의 제목은 이언 길런(Ian Gillan)이 언론에 흘렸던 말 한 마디 속에서 이미 단초가 제시되었다고 한다. 새 앨범의 발매 계획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그는 “또 다른 앨범? 휴~ 이거 놀랍군(Another album?! Whoosh?!! Gordon Bennett!!!)”이란 표현으로 답한 적이 있었다고. 이게 정말 ‘스포일러’였는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이언 길런은 <NME>와의 인터뷰에서 이 단어의 ‘의성어적 특성’이 좋아 선택을 했으며, “(만약 우주에서) 전파 망원경의 한 쪽 끝을 통해 보게 될 때 느끼게 될 지구 위의 인류의 짧고 유한한 본성을 묘사한다. (긴 세월 같지만) 그것이 딥 퍼플의 커리어를 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한다. 

일단 이번 신보의 프로듀서는 앞선 두 장 [Now What?!](2013), [Infinite](2017)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백전노장 프로듀서 밥 에즈린(Bob Ezrin)이다.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프로듀서로 록 팬들에겐 친숙한 이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그들이 작곡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편하게 스튜디오 안에서 잼을 펼치게 내버려두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뿜여져 나오는 결과들을 레코딩으로 담아 몇 주 뒤에 결합한 믹싱본을 밴드들에게 들려주며 체크하는 방식으로 트랙들을 완성해나갔다. 밴드 멤버들마저도 “왜 어떻게 이렇게 완성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창의적으로 그들에게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로저 글로버는 그를 가리켜 ‘현재 딥 퍼플의 여섯 번째 멤버가 되었다’는 표현까지 쓰며 그를 칭찬했다고.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이자 앞서 언급했던 앨범 타이틀의 주제의식을 구현하여 외계 어딘가에서 온 우주인(?)이 지구에 착륙해 지구를 관찰하는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은 ‘Throw My Bones’부터 장엄하면서도 여유로운 하드록의 세계가 펼쳐진다. 돈 에어리(Don Airey)의 키보드 연주가 엄숙한(?) 분위기를 펼치는 가운데 중반부의 스티브 모스(Steve Morse)의 솔로잉은 곡의 텐션을 한껏 끌어올린다. 구수한(?!) 이언 길런의 보컬과 스티브-돈의 기타-키보드 배틀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Drop The Weapon’, 딥 퍼플 2기 시대의 악곡 스타일의 전형과 조금 밝은 블루스록이 어우러진 ‘We’re All The Same In The Dark’, 스티브와 돈의 솔로 연주의 독특함이 딥 퍼플을 넘어 살짝 아트록적인 기운까지 전하는 ‘Nothing At All’, 존 로드가 이제 없음에도 전통적인 밴드의 인트로와 키보드워크를 느낄 수 있는 ‘No Need to Shout’, 화려한 변박이 적용됨에도 조금은 이색적인 차분함으로 진행되는 ‘Step By Step’까지 전통을 지키지만 굳이 전통에 꼭 머물려하지 않는 록 밴드의 여유와 관록이 음악 속에 가득 담겨있다. 

 


한편,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던 딥 퍼플식 홍키 통크 피아노 록 트랙 ‘What The What’, 돈과 스티브의 화려한 연주력이 앨범 속에서 가장 격렬하게 상승하면서도 긴장보다는 여유가 있는 ‘The Long Way Round’, 역시 2기 시대의 전통이 많이 반영된 곡인 ‘The Power of the Moon’과 ‘Remission Possible’, 콘셉트 뮤직비디오의 형태로 공개되어 역시 앨범의 주제의식을 대변하고 있는 곡인 ‘Man Alive’, 그들의 데뷔 앨범 [Shades Of Deep Purple](1968)에 수록되었던 연주곡을 현재 멤버들(오직 이언 페이스(Ian Paice)만이 양쪽 버전에 공통으로 참여했다)로 새로 녹음해 여유로운 원숙함으로 풀어낸 ‘And The Address’, 그리고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울풀하면서도 모던함을 겸비한 트랙인 ‘Dancing In My Sleep’까지 오랜 기간 이들을 지지해온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정겨운, 그리고 클래식록 사운드에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에게도 절대 배척당할 일이 없는 모던함을 함께 머금고 있다. 

전체적으로 돈 에어리의 연주력이 현재 딥 퍼플의 음악적 방향의 가장 큰 핵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만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있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숨은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그들의 열정의 결과물에 언제나 그랬듯 존경을 보내게 만드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WHOOSH!
2020 ● Evolution Music


 

DEEP PURPLE, 통산 20집 발표하며, 신에 다시 등장한

결성 이후 50년이 흘렀고, 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를 돌며 대대적인 투어를 감행했다. 두 명의 명기타리스트를 배출했고, 세 명의 명보컬리스트 등 걸출한 뮤지션들이 함께 하며 딥 퍼플

www.paranoidzine.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