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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YRNE, 그 남자 누구지? 하늘이었나? 데이비드 번,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우다. 글 오승해 가벼운 웃음이 퍼지는 순간, 그 뒤편의 긴장감은 비교적 팽팽하다. 앨범의 첫 곡부터 박수와 웃음소리가 얇은 기타 리프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데, 아니나 다를까.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데이비드 번(David Byrne)다운 인트로다. 일흔이 훌쩍 넘은 이 노장의 뮤지션은 시니컬한 마스크 뒤에 숨겨진 위트와 엉뚱함을 언제나 디폴트로 갖고 있다. 덕분에 그가 무엇을 내보이든 일단 각 잡고 들어보게 된다. [American Utopia](2018)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앨범 [Who Is The Sky?]에는 그만의 여유와 관점, 유머가 담겨 있다. ※ 파라노이드 통권 41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더보기
HAIM,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매들의 선언이 담긴 4번째 정규 앨범 글 박현준 하임(Haim)의 신보 [I Quit]은 단순한 앨범 그 이상이다. 선언문이자, 고백이며, 마침표이자 쉼표다. 2025년 6월 20일, [Women in Music Pt. III](2020) 이후 5년 만에 발매된 이 앨범은 ‘하임의 새출발’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다. 수많은 밴드가 네 번째 정규 앨범 즈음 겪게 되는 진화냐, 반복이냐의 기로에서 하임은 분명 전자를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주 ‘하임답게’ 이뤄졌다. 다소 도발적이고 단정적인 느낌을 주는 앨범 타이틀 ‘I Quit’이란 짧은 두 단어에는 단순한 ‘포기’나 ‘중단’의 의미를 넘어서는 어떤 감정과 선언이 담겨 있다. 마치 그동안 쌓아온 것들, 혹은 기대에 갇힌 이미지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듯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 더보기
TEDESCHI TRUCKS BAND AND LEON RUSSELL, 가장 미국적인, 그리고 지금 미국에 반드시 필요한 음악, 그리고 정신 글 조일동 미국 대중음악은 몇 번의 혁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어갔다. 첫 번째는 1900년 전후한 시기, 틴 팬 앨리에서 생산된 낱장 악보(sound sheet)에 담긴 소위 스탠더드 넘버의 확산이다. 유럽 전래 클래식과 민요의 모티브를 대중적으로 추려 AABA 형식으로 간략화한 이 음악이 미국 전역에 보급되면서 특유의 캐치한 코러스를 가진 음악이 미국 음악을 상징하게 된다. 다음 1910년 후반 악보 판매량을 앞지르기 시작한 SP 음반. 3분짜리 대중음악을 만든 SP는 미국 전역으로 재즈를 퍼트린다. 심지어 재즈 클럽이 없는 동네까지도.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유럽에서 전투 중인 미군 병사들에게 위문품으로 전해진 소위 레이스 뮤직(race music) 음반. 리듬앤블루스와 컨트리 음악.. 더보기
ROBERT JON & THE WRECK, 젊은 라이브 장인의 아홉 번째 서던록 글 조일동 로버트 존 앤 더 렉(Robert Jon & The Wreck)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밴드, 길 위에서 살고 있는 팀이라 할 수 있다. 리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로버트 존(Robert Jon Burrison)을 중심으로 2011년 시작부터 함께해온 드러머 앤드류 에스팬트맨(Andrew Espantman), 2017년부터 리드 기타를 맡은 헨리 제임스(Henry James Schneekluth), 베이시스트 워렌 머렐(Warren Murrel), [Ride Into The Light](2023)부터 합류한 키보디스트 제이크 애버네이디(Jake Abernathie)로 구성된 밴드는 끝없는 투어 와중에 쉼 없이 음반을 발표해 왔다. ※ 파라노이드 통권 41호 지면 기사의 일부.. 더보기
SYNSNAKE, 그간의 활동과 고민, 관계를 담아낸 연작 ‘브이로그(vlog)’ 글 송명하 신스네이크(Synsnake)가 두 번째 정규앨범 [Nodes]를 발매했다. 데뷔앨범 [Fluxus](2021)를 발매하고 4년 만이다. 2015년에 처음 결성해서 이듬해 EP [Revelaction](2016)을 발표하고, 데뷔앨범을 발매할 때까지는 기타리스트 김재민과 보컬리스트 오세라를 제외한 멤버가 전원 교체됐지만, 데뷔앨범부터는 두 멤버와 조성민(보컬), 이로(드럼) 그리고 최현재(베이스)로 구성된 5인조의 탄탄한 라인업이 이어지고 있다. 확고해진 라인업과 함께 밴드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을 비롯해 베트남과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열린 아레나급 대형 록 페스티벌에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는 한편, 2023년 리니지2M OST 가운데 ‘푸른 날개의 소여’, 2024년 .. 더보기
MOOKHON, 다양성을 상실해 버린 국내 음악판에 출사표를 던진 부산발 멜로딕 파워메탈 글 송명하 묵혼(默魂)은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멜로딕 파워메탈 밴드로, 2000년대 초반 결성됐다. 그동안 몇 차례의 멤버교체가 있었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건 2024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이시훈(보컬), 김종대(보컬), 이승민(베이스), 송유진(키보드) 그리고 김상포(드럼)로 구성된 안정된 라인업은 원주, 울산, 횡성 등 전국의 밴드 경연대회를 석권하며 그 실력을 증명했고, 시파홀, 무몽크, 사상 인디 스테이션, 금사락, 리얼라이즈 등 크고 작은 무대 공연을 통해 꾸준히 팬층을 늘여가고 있다. 묵혼이라는 밴드 이름은 ‘침묵 속에 깃든 영혼’이라는 의미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과 신념을 담았다.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피킹맨’ 김종대는 “고요한 내면에서의 울림을 음.. 더보기
METAL RIDER, 녹슨 엔진을 깨끗이 정비하고 다시 질주를 시작한 중고참 신인 밴드 글 송명하 2024년 결성된 메탈 라이더(Metal Rider)가 데뷔앨범 [You Go To Hell]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이 데뷔앨범이긴 하지만, 사실 메탈 라이더라는 이름으로의 데뷔일 뿐 멤버의 경력은 중고참 격이다. 우선 양성규(Beshas 기타)는 초창기 다운헬(Downhell)의 멤버로 활동했고, 한정호(NOM 베이스) 역시 비슷한 시기 다운헬의 세션 베이시스트 경력이 있다. 유성용(Kitano Yoo)은 여러 밴드를 거쳐 현재는 가디언(Guardian)에서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앨범의 녹음 멤버는 유지혜(Rocking Sally 보컬), 김태균(Podian 기타), 양성규, 유성용, 그리고 한정호였지만, 녹음을 마친 뒤 개인 사정으로 한정호가 탈퇴하고 그 자리엔 유성용과 가디.. 더보기
SWIIMERS, 감각을 헤이려는 자들의 파랑빛 이상(理想) 스위머스는 조미치와 장선웅의 2인조로서 두터운 사운드를 선보이던 밴드다. 오랜 기간 라이브 위주로 그들의 기록을 축적해 온 스위머스가 2025년 10월, 데뷔 10년 만에 첫 정규 앨범 [Swiimers High]를 발매하였다. 둘로만 이루어진 스위머스에는 천금 같은 지원군도 가세하였다. 어느덧 한국 인디의 기둥이 된 9와 숫자들의 9이자 프로듀서인 송재경이 합류하여 작품 창작자로서 스위머스의 퍼즐이 완성된 셈이다. 그렇게 스위머스는 그들 자체로 완연한 셋잇단음표가 되어 리드미컬한 파도를 만들어냈다. 1집 발매 직후, 인터뷰를 통하여 헤엄을 멈추지 않는 밴드 스위머스의 소회를 들여다보았다. 인터뷰, 정리 허희필 활동 10주년에 이르러 발매한 첫 정규 작품이다. 오래 익은 알을 이제야 부화시켰다는 감상이 .. 더보기
KIND OF POISON, 좀 더 한국적인 얼터너티브록, ‘조서너티브(Josunative)’를 개척해 가는 베테랑들의 결합체 밴드 카인드 오브 포이즌(Kind Of Poison)은 분명 표면적으로는 ‘신인 밴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메탈 신의 대표적 밴드 다운헬(Downhell)의 보컬이자 리더 마크 최(Mark Choi)와 이미 파티 메이커(Party Maker)와 번 디스 플레이스(Burn This Place)의 리더로 활약하면서 솔로 연주 앨범도 발표한 바 있는 기타리스트 태지윤의 결합에서 출발한 ‘베테랑들의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19년에 처음 팀을 결성했고, 1990년대 초반 전 세계를 흔들었던 얼터너티브/그런지록을 지향점으로 삼아 태지윤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베이시스트 서현민, 그리고 밴드 킥스타트(Kickstart)를 거쳐 현재 밴드 시나 쓰는 앨리스에서 활동 중인 드러머 박성준까.. 더보기
3호선 버터플라이, “감각의 경계 너머에 있는 깊은 울림? 뭔가 우리의 음악은 그쪽을 향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25년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펄프(Pulp)와 벡(Beck)을 포함하여 초유의 내한 소식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있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복귀 무대가 그러했다. 세기말 1999년 결성하여 이제는 한국 인디의 별자리를 이룬 지 오래인 그들이다. 밴드의 시대 한복판에 벌어진 축제로 돌아온 3호선 버터플라이는 곧이어 [환희보라바깥]이란 신보까지 선보였다. 기타리스트 성기완과 보컬리스트 남상아, 베이시스트 김남윤이 오래간만에 함께 빚은 전자음과 슈게이징의 빛깔이 형형하다. 그 빛을 이룬 바탕과 이야기가 궁금하여 3인조로 돌아온 3호선 버터플라이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했다. 인터뷰 질문 작성 김성환, 허희필, 정리 허희필 지난 8월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을 통해 밴드로서는 6년 만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