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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A,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퇴색하지 않고 다시 한번 이전의 자신을 초월한 앨범 글 송명하 지난 2018년 에피카(Epica)의 내한 공연이 있던 날, 공연에 앞서 마크 얀센(Mark Jansen)과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당시 [The Holographic Principle]에서 다뤘던 ‘가상현실’에 대해 “우리가 사는 우주 자체가 가상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인간의 심리와 연관시켜 풀어갔으며, 이러한 주제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까닭에 많은 관심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에 공개한 에피카의 아홉 번째 정규 앨범 [Aspiral] 역시 하나의 실체 혹은 현상을 두고 파고드는 밴드의 상상력이 화려한 사운드의 외형을 갖추고 우리를 맞는다. ※ 파라노이드 통권 40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Epica, 밴드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라이브 음반, 그리고 지난 10년간의 .. 더보기
LAURENNE / LOUHIMO, 처음 듣더라도 익숙해서 반가운, 매력적인 두 보컬리스트의 두 번째 만남 글 송명하 배틀 비스트(Battle Beast)의 누라 루히모(Noora Louhimo)와 스맥마운드(Smackbound)의 네타 로렌(Netta Laurenne)로 이루어진 듀오 프로젝트 로렌 루히모(Laurenne / Louhimo)의 두 번째 앨범 [Falling Through Stars]가 발매됐다. 첫 앨범 [The Reckoning](2021)이 나오고 4년 만이다.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두 번째 작업으로 이어진 이유 가운데는 아마도 함께한 시간이 만들어 낸 ‘케미’ 혹은 ‘재미’가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 파라노이드 통권 40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더보기
CRADLE OF FILTH, 금기(禁忌)에 대한 악랄한 집착, 익스트림메탈의 미학 글 김원석 영국의 크레이들 오브 필쓰(Cradle Of Filth)는 블랙메탈이라는 카테고리에만 가둬두기엔 정말 아까운 팀이다. 크레이들 오브 필쓰는 그간 사상적인 측면,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모두 익스트림메탈 그 자체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왔다. 물론 그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 노르웨이 블랙메탈 밴드 메이헴(Mayhem) 크루를 중심으로 한 반기독교적이며 원리주의적인 범죄행태, 폭력적 이념이 실제 사회에서의 범죄(자살, 자해, 기독교 고대 유적 방화, 동성연애자 살해, 기타 모든 범법 행위)로 연결된 극단적인 사례들과는 차원이 다름을 짚고 넘어가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 1999년 발표되었던 ‘From The Cradle to Enslave’의 공식 뮤직비디오의 언컷 버전.. 더보기
HEATHEN, 40년의 역사를 40분에 담은 진짜 라이브 앨범 글 조일동 음악을 잘하는 것과 상업적 성공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사실이 더 이상 놀랍진 않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엑소더스(Exodus), 테스타먼트(Testament), 포비든(Forbidden), 데쓰 엔젤(Death Angel), 바이-올런스(Vio-lence) 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신에서 베이 에이리어 스래쉬메탈을 이끌던 대표적 밴드 중 하나였던 히든(Heathen)의 상업적 실패는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 중 하나다. 현재 엑소더스에서도 기타를 맡고 있는 리 알터스(Lee Altus)를 중심으로 1984년 보컬리스트 데이비드 화이트(David White), 더그 피어시(Doug Piercy 기타)까지 핵심 멤버를 확정하던 무렵 히든은 베이 에이리어 신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트.. 더보기
OBSCURA, 데쓰메탈을 보다 깊이 사유하고자 하는 테크니션 집단 글 김원석 독일 출신 옵스큐라(Obscura)는 지난 2002년 슈테픈 쿠머러(Steffen Kummerer)를 중심으로 활동을 개시한 테크니컬 데쓰메탈(Technical Death Metal) 밴드로서, ‘테크니컬’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듯이 난해하고 복잡한 악곡 구조와 수준급의 연주력,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철학적 깊이를 겸비한 독특한 스타일의 데쓰메탈 밴드로 평가됐다. 이들의 밴드명은 라틴어로 ‘어둠’을 뜻하는데 인간 존재, 우주론, 형이상학을 주제로 한 가사와 함께 복잡한 음악 이론에 기반한 정교한 곡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형을 특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추상적 앨범 커버에서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데쓰메탈이라는 음악이 주야장천 처절하고 잔인한 죽음만을 노래하는 카테고리는 아.. 더보기
AVATARIUM, 밴드의 많은 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수작 글 송명하 아바타리움(Avatarium)의 전작 [Death, Where Is Your Sting](2022)을 리뷰하며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밴드의 현재 모습’이라는 제목을 붙였었다. 2025년 들어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여섯 번째 앨범 [Between You, God, The Devil And The Dead]가 공개됐다. 지난 앨범의 복선을 회수하는 듯 이번 앨범에선 밴드의 또 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물론 둠메탈로 늘인 짙은 나이테 안에서.작사를 담당하는 보컬리스트 제니 앤 스미스(Jennie-Ann Smith)는 밴드 활동과는 별개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를 통해 그 불안감이 자신의 일부가 됐고,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한다. 머릿속에.. 더보기
KILLSWITCH ENGAGE, 긍지로써 뽑아낸 메탈코어의 진단서 글 허희필 미국 메탈코어의 표증과도 같은 5인조 밴드 킬스위치 인게이지(Killswitch Engage)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신작으로 필드에 돌아왔다. 매사추세츠 웨스트필드를 기반으로 세기말 활동을 시작하여 신세기 여름에 데뷔작을 발표하였으니,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는 데서 밴드의 역사를 지각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독립 기념일과 날짜가 겹치는 밴드의 데뷔 기념일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킬스위치 인게이지는 올해 2월 발매한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This Consequence]를 통해 현역 베테랑으로서 잊히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 파라노이드 통권 40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Killswitch Engage, 최상의 음악적 센스를 갖춘 메틀 밴드멤버 개개인의 실력이 .. 더보기
HÄMATOM, N.D.H. 사조가 빚어낸 독일의 융합형 헤비메탈 사운드 글 김원석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람슈타인(Rammstein)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새로운 융합 성향의 헤비메탈 사운드는 N.D.H.(Neue Deutsche Härte), 즉 ‘새로운 독일식 하드니스’라는 이름 아래 빠르게 확산하였다. 헤비메탈을 기반으로 독일어 가사에 인더스트리얼과 테크노 사운드를 결합한 이 장르는 독자적인 색채를 구축하며 성장했고, 그 중심에 선 밴드 중 하나가 바로 헤마텀(Hämatom)이다. 헤마텀은 2004년 바이에른주에서 결성되었으며 동, 서, 남, 북(Ost, West, Süd, Nord) 이라는 방위를 예명으로 정한 멤버 구성으로 첫 번째 앨범 [Wut](2008)을 발표하였다. 이들의 밴드명은 신체에 타격을 받으면 생길 수 있는 타박상의 상흔, 피부밑 출.. 더보기
AVANTASIA, 돌아온 메탈 오케스트라가 완수한 용의 부활 글 허희필 초대형 메탈 프로젝트를 헤아려볼 때 당신이 대번에 아반타시아(Avantasia)라는 이름을 떠올린다면 과연 현명한 일이다. 약관을 갓 넘긴 에드가이(Edguy)의 프론트맨 토비아스 사멧(Tobias Sammet)이 20세기 말부터 총괄한 이 프로젝트가 ‘메탈 오페라’라는 타이틀로 ‘기획형 메탈’의 대업을 달성한 지도 24년째다. 특히나 2010년 이후로는 3년 주기의 꼴로 완성도가 높은 스튜디오 앨범을 제작해 왔으니, 이들이야말로 금시대 메탈 서사의 선봉장이라 칭할 수 있다. 그렇듯 최고의 의용대(義勇隊)로서 아반타시아는 이번에도 3년을 투자하여 정규 10집 [Here Be Dragons]를 산출하였다. 앨범의 소재는 초월적인 힘과 마력을 가진 존재들이기에 여지껏 지속된 토비아스의 음악적 편력.. 더보기
GOTTHARD, 전작보다 더 안정된 곡의 퀄리티와 팀워크를 확인하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신보 글 김성환 밴드의 리드 싱어였던 스티브 리(Steve Lee)를 2010년 오토바이 사고로 잃는 비극을 겪은 후, 새 보컬리스트 닉 마에더(Nic Maeder)를 영입해 밴드를 재정비한 이후의 스위스 하드록 밴드 가타드(Gotthard)는 꾸준히 자신들의 로큰롤 여정을 쉼 없이 이어왔다. 다만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은 전작 [#13]을 발표하고 투어를 계획했던 그들에게 또 하나의 시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밴드는 이런 위기가 동시에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고, 그 긴 강제적 공백의 기간을 다음 앨범의 수록곡들을 충실하게 만들어 낼 충분한 기회로 활용했다. 닉 마에더의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그들 역시 반복되던 앨범 발표와 투어의 순환에서 잠시 벗어나 충분한 신곡들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