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THE SMILE, 톰 요크와 조니 그린우드의 밴드는 무엇을 회피했는가? 글 권범준 예술가들이 질색하는 질문 중 하나는 저널리스트가 선호하는 개념화 된 물음이다. 오히려 “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어땠나요?”같은 잡담을 건드려보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데 혹시 그들과 같은 정치적인 메시지가 들어있나요?”따위의 확실한 규범을 요구하는 질문은 예술가가 먼저 꺼내지 않는 이상 지양해야하는 게 바람직하다. 독자들에게 쉬운 정보전달이 우선인 저널리스트는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개념의 통합을 선호한다. 하지만 예술의 세계는 비개념적이고 모호하다. 음악을 끊임없는 표현이라고 한다면 확실한 건 표현의 끊임없는 진행만이 있을 뿐이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리더 톰 요크(Thom Yorke)가 수년간 인터뷰를.. 더보기
ARCADE FIRE, 록 밴드가 사랑하는 록 밴드의 귀환 글 오승해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 포악하고 흉악스러운 전대미문의 위기를 담대하게 버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눈 뜬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공포를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육체적, 감정적, 정신적으로 고갈된 인간의 내면과 외면은 그저, 이 고통이 빨리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다. 예술가의 창작물 역시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는 좌절과 슬픔을 노래했고 누군가는 희망을 외쳤다. 2017년, 5집 [Everything Now]를 발표한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는 보다 정치적인 밴드이다. 폐쇄와 단절 속에서도 밴드의 굳건함을 보여주었고 팬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정의로운 나라가 얼마나 그리웠는.. 더보기
PLACEBO, 다채로운 사운드와 더욱 폭넓은 주제로 8년 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글 박현준 1990년대 중반, 큐어(The Cure)의 로버트 스미스(Robert Smith)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를 버무려놓은 것 같았던 플라시보는 프론트 맨 브라이언 몰코(Brian Molko)의 중성적인 개성과 여타 브릿팝 밴드들보다 좀 더 로킹하면서도 시니컬한 매력이 차별화를 이루며 데뷔와 함께 당시 영국 록씬의 새로운 아이콘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전 세계 시장에서도 사랑받아온 이들이다. 수차례 내한공연을 통해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친근한 존재로 남아있는 플라시보. 최근 오랜만에 컴백한 플라시보는 베테랑 밴드답게 좀 더 폭넓은 시선으로 다양한 주제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파라노이드 통권 34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더보기
SPIRITUALIZED, 모든 게 아름다운 44분 글 윤태호 2018년 [And Nothing Hurt]를 발표한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는 마지막을 암시했다. 상당한 고립감과 두려움을 느낀 밴드 수장 제이슨 피어스(Jason Pierce)는 레코딩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으면 다른 일은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밴드가 투어를 마칠 무렵 팬데믹이 시작됐다. 얼마 뒤 영국 정부는 강력한 록다운을 시행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당황하고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고독한 창작이 익숙했던 음악가가 팬데믹 시대에 새로 시작할 힘을 얻은 것이다. 록다운 직전 곳곳에 흩어진 조각들을 합치며 원격으로 새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갑자기 황량해진 런던을 거닐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창작의 원.. 더보기
JACK WHITE, 파란 머리 록스타 잭 화이트의 네 번째 이야기 글 윤태호 팬데믹이 시작되고 6개월이 지났는데도 잭은 새 노래를 만들지 않았다. 신명나는 노래마저 시들해진 괴로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며 기타, 디지털 장비를 사들였다. 업턴 싱클레어(Upton Sinclair) 책에서 영감을 얻은 단식도 시도했다. 유해 첨가물을 넣지 않은 식단으로 변화를 꾀하고 운동을 병행했다. 캘러머주에서 5일간 단식할 때 쏟아지듯 노래가 나온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단식과 긴 휴식으로 얻은 긍정 에너지가 왕성한 창작으로 이어졌다. 비틀스(The Beatles)의 [White Album]처럼 30곡 정도 쌓인 여러 노래는 쉽게 분류할 수 있었다. 이에 잭은 [Fear Of The Dawn], [Entering Heaven Alive]라는 서로 다른 앨범을 15주 간격으로 발매하.. 더보기
FLORENCE + THE MACHINE, 2010년대의 여성이자, 아티스트로서의 고민과 흔적을 담아낸 글 박현준 2000년대 말 당시 팝 음악계는 작가주의적 색채가 짙은 다양한 개성의 인디 록 밴드들이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면서 인디음악의 전성기를 열었는데, 이글의 주인공인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 The Machine)은 판타지 소설 같은 데뷔앨범 [Lungs]를 공개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1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상의 모든 시스템이 바뀌었고, 이는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 파라노이드 통권 34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FLORENCE + THE MACHINE, 대담한 묘사와 사적인 리리시즘을 통해 희망을 찾아나서는 신작. 인디 록 신의 우아한 카리스마, 언제나 신비스러운 감성과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플로렌스 웰.. 더보기
DOROTHY, 고혹적인 돌진으로 쟁취한 세 번째 성물 글 허희필 2020년대의 록은 마치 신기류로서의 열광에 헌신하는 장르가 된 듯하다. 현재 음악의 첨단 구석구석에서 록의 구성물들이 발견된다는 혹자의 지적처럼, 그것은 이 시대의 록이 운위되는 명백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듯 문화적 트렌드로서의 록이 형형하여도, 어떤 밴드는 록 사운드가 담지하는 본질을 표출한다. 그래서 지극히 보편적이지만 강렬하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도로시(Dorothy)의 3집 [Gift's From The Holy Ghost]는 록의 본질을 반영한 양질의 산물이다. 이들이 힙합 신의 거성 제이지(Jay-Z)가 이끄는 록 네이션 소속이란 점은 늘 흥미롭다. 그러나 여성 보컬 도로시 마틴(Dorothy Martin)을 필두로 한 이 5인조의 거침없는 사운드는 그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1년.. 더보기
THE BLACK KEYS, 데뷔 20주년, 특유의 구닥다리 록 음악으로 가득한 신작 공개 글 박현준 벌써 11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2001년 결성되어 블랙 키스(Black Keys)는 특유의 부기우기 블루스 사운드를 만들어내면서 밀레니엄 시대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미국의 록 밴드로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록 듀오다. 기타와 보컬의 댄 아우어허바흐(Dan Auerbach), 드러머 패트릭 카니(Patrick Carney)는 2000년대 인디 신에서 서던/블루스록을 바탕으로 한 본인들만의 색깔을 정립해나가며 컬트적인 팬 베이스를 형성하게 되었고, 데인저 마우스(Dange Mouse)가 프로듀스한 2008년작 [Attack & Release]부터 본인들의 네임 벨류를 향상시키기에 이른다. ※ 파라노이드 통권 34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더보기
WUCAN, 트렌드에 관계없이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력의 빈티지 사운드 글 송명하 독일 출신 하드록 밴드 부칸(Wucan)은 2011년 보컬리스트 프란시스 토볼스키(Francis Tobolski)가 학생 잡지에 ‘블루스 형제 모집(Blues Brothers Wanted)’이라는 광고를 게재하고 기타리스트 팀 조지(Tim George)와 드러머 패츠(Pätz)가 합류하며 처음 결성됐다. 2012년 세 명의 멤버로 연습에 돌입했고 같은 해 11월 베이스트 패트릭 드뢰지(Patrik Dröge)가 가세하며 완전한 라인업을 갖췄다. 결성 이후 드러머는 몇 차례의 교체가 있었고, 데뷔앨범 [Sow The Wind](2015)부터는 레오 바에센(Leo Vaessen)이 가입하며 현재까지 변동 없이 활동하고 있다. ※ 파라노이드 통권 34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더보기
HALESTORM, 2010년대 가장 성공적인 메이저 메탈 밴드의 5번째 정규 앨범 글 김성환 2010년대에도 여전히 헤비메탈이라는 음악 장르는 꾸준히 골수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물론 과거 1980~90년대에 비할 수는 없지만)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주목받는 신예 밴드들의 등장과 성공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메탈 골수팬들을 넘어서 보다 넓은 록 팬, 그리고 대중이 주목했던 밴드들의 수가 꾸준히 수십 년을 활동하는 선배 밴드들의 숫자보다도 적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2010년대에 대중에게 처음 주목받고 스타덤에 오른 몇 팀들 가운데 헤일스톰의 상업적 성공은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돋보인다. ※ 파라노이드 통권 34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더보기